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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외벽 물청소하던 대학생 추락사…고용주 처벌은[죄와벌]

등록 2023.04.02 09:00:00수정 2023.04.02 10: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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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비계 로프 끊어져 20층 아래 떨어져

로프 마모되고 추락방지대 착용 안 해

"도급 안전의무 없어" "사고 예견 못 해"

법원 일축…"도급사업장에도 안전 의무"

"하도급업체도 안전 점검·교육 소홀해"

아파트 외벽 물청소하던 대학생 추락사…고용주 처벌은[죄와벌]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고층 아파트 외벽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초반 대학생이 추락사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도급업자와 도급사 현장소장에게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법원은 제대로 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의 건설업체 A사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 내외부 균열 보수 및 재도장 공사를 5억9290만원에 도급 받아 진행하고 있었다.

이 공사 중 아파트 외벽 고압세척 및 유리창 물청소는 정모(38)씨가 운영하는 B업체가 2000만원에 하도급을 받았다.

대학생 C(22)씨는 그해 9월8일 B업체 소속으로 이 아파트에서 달비계를 타고 외벽 세척, 유리창 물청소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섬유로프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끊어지면서 20층 높이에서 떨어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재해조사 의견서에서 끊어진 작업용 로프가 '반복적인 마찰 또는 마모에 의해 파단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고인은 추락방지대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A사 소속 현장소장인 서모(62)씨와 하도급 B업체 대표인 정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했다. B사 법인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A사와 서씨는 도급사업주로서 로프 손상 위험을 확인하는 건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여서 자신들의 의무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정씨는 주의의무 위반이나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는 정씨에 징역 10개월, 서씨에게 징역 6개월을 각각 선고하고 집행유예 2년을 결정했다. A사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전 판사는 우선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하도급 근로자가 작업을 하는 경우 달비계의 작업용 로프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 등은 도급사업주가 준수해야할 안전조치 의무에 포함된다고 보는 게 산업안전법의 취지라고 지적했다.

정씨에 대해선 ▲작업용 로프 점검을 근로자에게만 맡겨놓은 점 ▲로프 점검을 지시하거나 교육하는 데 소홀한 점 ▲추락방지대 착용 및 구명줄 체결 등을 작업 시작 전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이 문제가 있다고 봤다.

전 판사는 "이를 종합해 보면 사업주로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게을리 했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작업 중 추락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주의 의무 위반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로 로프공 일을 하던 대학생이 사망해 피고인들의 책임이 중하며,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면서도 서씨와 정씨가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밝혔다.

A사에 대해선 "이미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2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면서 벌금형을 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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