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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은모든 “필명처럼 애매함이 정체성…더 이상 조바심 내지 않아”[신재우의 작가만세]

등록 2023.10.28 07:00:00수정 2024.02.28 22: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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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 사람을 더하면' 출간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한 사람을 더하면' 작가 은모든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3.10.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한 사람을 더하면' 작가 은모든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3.10.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은모든(42)의 소설은 애매하다. SF 소설 같은 설정을 가져왔지만 미래 기술보단 정치와 제도를 다룬다. 그렇다고 기존의 순문학이라고 말하기엔 독특한 설정들이 눈에 띈다.

"그게 제 정체성인 것 같아요."

장르문학과 순문학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그 "서성거림"은 정체성이자 매력이 되기도 한다.

최근 출간한 장편 '한 사람을 더하면'은 2040년대의 한국 사회를 그리지만 대부분이 기대하는 외계인도, 놀라운 최신 기술의 향연도 없다. 기본소득과 의료 민영화가 실현된 미래에서 총리 경규철이 벌이는 만행을 그린다.

최근 은모든 작가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나 그가 그린 미래의 한국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한 사람을 더하면' 작가 은모든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3.10.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한 사람을 더하면' 작가 은모든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3.10.28. pak7130@newsis.com


코로나19 영향으로 쓰게 된 2040년대 한국…"영감 준 세계 지도자들"

"영감을 주는 세계 지도자들이 너무 많았어요."

정치와 사회 제도가 주를 이루는 소설은 사실 은모든의 주특기는 아니다. 당선작 '애주가의 결심' 등 사람 사는 이야기를 주로 써오던 그가 2040년대의 정치인을 등장시킨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다. 팬데믹 시기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비상식적인 국가 지도자들을 보면서 그는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게 됐다.

코로나19는 은 작가에게 큰 영향을 준 시기다. 앞서 짧은소설집 '선물이 있어'와 연작소설집 '우주의 일곱 조각'도 모두 이 시기 "코로나19가 쓰게 만든 소설"이다. 그에게 코로나는 "국내외적으로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주어진 숙제"가 보이는 시기이자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순간이기도 했다.

"폭삭 망하는 건 제 취향이 아니에요"

이 때문에 '한 사람을 더하면' 속 사회는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망해간다. 전 국민에게 '시민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으로 총리에 오른 경규철은 시민 수당이 아닌 물가만 폭등시켰고 기후위기까지 겹친 2040년대 한국은 절망이 가득하다.

은모든은 미래가 기술의 발전으로 완전히 새로운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닌 "생각보다 그대로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술의 변화가 아닌 제도의 변화를 다룬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가 합당 후 양당이 최우선으로 추구할 공통 과제가 무엇인지 묻자 경규철의 입에서는 단박에 '민생 안정'이 나왔다." ('한 사람을 더하면' 중 일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한 사람을 더하면' 작가 은모든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3.10.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한 사람을 더하면' 작가 은모든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3.10.28. pak7130@newsis.com


늦은 나이에 이룬 소설가라는 꿈, 핵심은 '방향성'

너무나도 평범한 김씨 성을 가진 작가는 ‘은모든’이라는 필명을 달고 37살 돼 당선됐다. 필명에 큰 의미는 담지 않았지만 투고 때마다 바꿨던 이름 중 '은모든'에서 마침내 소설가가 됐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만큼 조바심에 소설을 썼고 어느덧 5년 차, 10권의 책을 냈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5년 동안 글쓰기를 놓지 않았지만 등단은 왜 이리 늦어졌을까? 그가 생각한 이유는 “정형화된 단편 소설 양식에 맞지 않았던 당시의 자신”이다. 80매 분량의 단편보다 길거나 짧은 소설을 쓰는 것이 그에게는 더 잘 맞는 방식이었다.

"더 이상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는 그는 이제 그보다는 '방향성'에 집중하고 있다. 희망적인 소설이나 절망적인 소설이나 그는 조금씩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갖고 소설을 쓴다. '한 사람을 더하면'과 같은 디스토피아를 다루면서도 "역사는 후퇴하기도 전진하기도 한다"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비관적으로 그렸지만 그런 기대를 담아보는 거죠."

은모든은 자신이 장르소설가나 강렬한 작가로 기억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옆에서 편하게 세상 이야기를 전하는 친구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 그렇게 소설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야야, 2040년에 이런 일이 있었잖아"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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