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연 무명일기 대표 "영도 찾게 만드는 의식주 100년 브랜드로" [인터뷰]
'영도소반' 등 콘텐츠 제공 영도 로컬 브랜드
"브랜드는 사람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신념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20일 오후 부산 영도구 무명일기에서 김미연 대표가 무명일기의 핵심 가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2023.11.20. mingya@newsis.com](http://image.newsis.com/2023/11/21/NISI20231121_0001417136_web.jpg?rnd=20231121091007)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20일 오후 부산 영도구 무명일기에서 김미연 대표가 무명일기의 핵심 가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2023.11.20. mingya@newsis.com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깡깡이 마을'로 유명한 부산 영도의 바닷가. 여러 선박이 떠 있는 바다를 왼쪽에 끼고, 오른쪽엔 선박 수리 공장들을 낀 채 길을 걷다 보면 불 꺼진 공장들 사이에 밝은 불빛이 새 나오는 장소와 만난다. 도심 속의 섬, 부산 영도에 자리한 로컬브랜드 '무명일기(無明日記)'다. 의식주 콘텐츠를 제공하는 로컬브랜드이자 복합문화공간인 무명일기의 김미연 공동대표를 지난 20일 오후 무명일기에서 만났다.
1950년대 항만창고로 지어진 후 방치되고 있던 폐선박 수리 공장을 개조한 공간인 '무명일기'. 직역하면 '정해지지 않은 일상의 기록'이며, 무명천의 무명을 나타내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상의 기록처럼 정해짐이 없이 계속 변모 가능한 브랜드로 나아가고 싶다는 김 대표는 브랜드 핵심 가치로 '사람'을 꼽았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하고, 사람이 와야만 완성되는 브랜드로 오래오래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김 대표는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제가 건네는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웃음, 만족감을 전할 수 있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는 전공을 살려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을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할수록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나 개성을 살리기보다 정체성을 잃어가는 느낌에 결국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던 중 오재민 무명일기 공동대표 겸 키친파이브 대표를 만나 2015년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조그맣게나마 F&B 사업을 하게 됐다. 이것이 김 대표의 색깔을 담은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부산 영도구 무명일기 내부. 2023.11.20. mingya@newsis.com](http://image.newsis.com/2023/11/21/NISI20231121_0001417143_web.jpg?rnd=20231121091455)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부산 영도구 무명일기 내부. 2023.11.20. mingya@newsis.com
사업 확장을 위해 기존 8평 남짓 사무실에서 더 큰 공간을 알아보던 김 대표는 작업 공간과 사무실, 창고 등을 한 곳에 담아낼 수 있는 대형 공간을 찾게 됐다. 자연과 풍광을 중요하게 여기던 김 대표의 마음에 쏙 든 곳이 바로 지금의 무명일기 자리였다. 해운대나 광안리와는 또 다른 부산이 가진 바다의 매력을 품고 있는 점도 와닿았다. 가격도 다행스럽게 합리적이었다.
이곳을 발견한 2018년 여름, 김 대표는 오 대표와 함께 공장의 보수·개조에 약 10개월 동안 정성을 쏟아 부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상품 전시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상품 판매와 카페, 전시 공간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방향성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9년 3월 9일 문을 연 무명일기는 지역 주민들에게 따뜻한 기운을 전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 손님이 '공장들만 자리 잡고 있던 어두컴컴한 공간에 불을 밝혀줘서 고맙다'는 말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며 "사람에게 안정감과 따뜻함을 주는 가치가 정말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브랜드는 사람으로 비로소 완성된다는 김 대표의 신념은 무명일기 제품에도 묻어났다. 화려한 색상보다는 무채색을 주로 사용했으며, 무언가를 채우기보다는 사용자가 직접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다이어리 용도의 생활기록서와 해녀를 상징하는 네트 백, 방파제(테트라포드) 모양의 비누, 티셔츠 등 무명일기 브랜드 제품 20여 종이 현재 판매되고 있다.
![[부산=뉴시스] 부산 영도구 무명일기 메뉴 '영도소반' 이미지 (사진=무명일기 제공)](http://image.newsis.com/2023/11/21/NISI20231121_0001417140_web.jpg?rnd=20231121091258)
[부산=뉴시스] 부산 영도구 무명일기 메뉴 '영도소반' 이미지 (사진=무명일기 제공)
특히 영도를 담아낸 미식 콘텐츠 '영도소반'은 지역을 넘어 외국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고구마 시배지인 영도 조내기 고구마를 활용한 크로켓, 영도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을 이용한 샐러드, 봉래산 주먹밥 등이 담긴 영도소반은 이곳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김 대표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을 위해 루마니아 문화부 장관 등 관계자들이 부산에 방문했을 때 영도소반을 기반으로 한 다이닝을 제공했었다"며 "그때 문화부 장관님께서 '자신이 경험한 한식 중 최고'라며 '영도를 잘 몰랐는데 이 다이닝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해 주셔서 정말 뜻깊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기존 소반 메뉴의 리뉴얼은 물론, 내년에는 부산의 이야기를 담아낸 동백소반도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영도소반을 전국에서 즐길 수 있게끔 온라인 사업을 확장해 더 많은 사람이 영도를 찾게 하고 싶다는 김 대표. 그는 "느리더라도 가늘고 오래 가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 무명일기스러운 100년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gy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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