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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업타운, 13년만 컴백…향수 아닌 해외시장 목표

등록 2023.12.02 06: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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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1세대…데뷔 25주년 기념

스피카 출신 루비·베이빌론 합류

아날로그 사운드, 80년대 솔펑크

"해외 시장서 충분히 승산 있어"

[서울=뉴시스] 힙합 그룹 업타운이 1일 신보 '백 투 아날로그'를 발표하고 컴백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객원 보컬 베이빌론, 원년 멤버 정연준, 새 여성 보컬 루비. (사진=티캐스크이엔티 제공) 2023.1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힙합 그룹 업타운이 1일 신보 '백 투 아날로그'를 발표하고 컴백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객원 보컬 베이빌론, 원년 멤버 정연준, 새 여성 보컬 루비. (사진=티캐스크이엔티 제공) 2023.1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업타운(Uptown)'이라는 이름은 전설적인 존재다. 국내 힙합신의 초석을 다지고, 흑인 음악 스타일을 알린 1세대다. 데뷔곡 '다시 만나줘'(1997)는 현재까지도 센세이션 한 곡으로 꼽힌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곡들을 남기고, 윤미래·제시 등 굵직한 여성 보컬들을 발굴한 이 팀을 그리워하는 팬들은 지금도 어디에나 있다.

그런 업타운이 데뷔 25주년을 맞아 전설 속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존재감을 알린다. 아이러니하게도 25주년 베스트 앨범이지만, 올해는 27주년이다. 원년 멤버이자 리더인 정연준이 업타운 25주년이 되던 해인 2021년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고, 만족도가 높아질 때까지 작업에 작업을 더하다가 12곡을 완성해 '백 투 아날로그(Back II Analog)'를 내놓게 됐다. 이번엔 새로운 여성 보컬인 그룹 '스피카' 출신 루비(전 활동명 김보형)와 객원 보컬 베이빌론과 함께다.

베스트 앨범이라는 타이틀처럼 그간 업타운의 명곡들을 리메이크 또는 리마스터 했다. 업타운 초기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밋 미 어게인(Meet Me Again) : 다시 만나줘' '유 인사이드 미(You Inside Me) : 내 안의 그대'를 필두로 제시의 어린 시절 목소리가 돋보이는 '마이 스타일(My Style)', 양동근(YDG)의 감성이 담긴 '카사노바(Casanava)', 솔리드와 협업곡 '돈트 두 잇(Don't Do It)' 등이 수록됐다.

"앨범 구성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완성도 위주예요. 다 신경 써서 곡을 만들지만 결과물은 제가 다 만드는 게 아니거든요. 좋은 영감도 받고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서 결과물이 나오는 건데, 제가 느끼기에 좋은 결과물 12곡이에요. 이번에 LP도 나오는데 LP에는 여러 곡이 못 들어간다고 해서 12곡으로 추렸어요."(정연준)

동명의 타이틀 '백 투 아날로그'는 신곡이다. 아날로그적인 1980년대 솔펑크 콘셉트다. 기존의 업타운 색깔을 물씬 풍기면서, 멜로디 비중을 늘리며 쉽게 따라 부르는 데 집중했다. '오래 들어도 귀가 피로하지 않은 따뜻한 아날로그 사운드가 좋지 않니?'라는 가사가 흥미를 돋운다. "힙합 느낌을 많이 빼고 솔펑크 느낌으로 랩의 비중을 줄였어요. 그전의 업타운은 래퍼가 3명이었거든요. 그때 곡에서 랩의 비중이 절반 정도였다면 이 곡은 4분의1도 안 돼요. 80년대 솔 펑크는 랩이 없었어요."(정연준)
[서울=뉴시스] 힙합 그룹 업타운 정연준. (사진=티캐스크이엔티 제공) 2023.1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힙합 그룹 업타운 정연준. (사진=티캐스크이엔티 제공) 2023.1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컴백까지 13년이 걸렸다. 코미디언 유세윤, 가수 뮤지가 결성한 듀오 'UV(유브이)'와 2010년 작업한 '업타운 7 서프라이즈!(Uptown 7 Surprise)'가 마지막 앨범이다. 하지만 정연준은 "업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타이틀곡을 발표한 건 2006년 제시와 함께한 '마이 스타일' 이후 처음"이라고 정정했다. UV와의 작업은 프로젝트성이었고, 2009년에 공식적으로 팀명을 'UPT(유피티)'로 바꾸고 앨범을 발표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아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없게 해놨다. "'마이 스타일'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떨려요. 제가 이 나이에도 이런 친구들과 같이 작업하게 됐다는 게 뿌듯하기도 해요."(정연준)

정연준은 플레이어보다 프로듀서로 있을 때 더 희열감을 느낀다. 그래서 업타운이 컴백하게 돼도 음악을 잘하는 가수들이 전면에서 활동하고 자신은 프로듀서로만 있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마저도 현실화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 2년간의 작업 끝에 미국 래퍼 로렌 에반스(Lauren Evans)와 베이빌론을 만났고, 루비를 마지막으로 영입해 신곡과 일부 리메이크 버전 곡을 완성했다.

"노래를 먼저 만들었는데 어떤 보컬이 부르면 좋을지 고민했어요. 베이빌론은 목소리가 좋아요. 여러 레인지(range)를 갖고 있는데 골고루 소리가 좋죠. 그래서 이런 음악을 해도 잘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또 중요한 건 여자 멤버거든요. 1대 윤미래, 2대 제시 홍일점이 있잖아요. 워낙 잘 됐고 조명을 많이 받았어요. 3대 여성 보컬 원석을 찾았다고 봐요. 루비가 걸그룹 활동을 오래 했지만 노래를 잘한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어요. 노래만 잘한다고 보컬이 되는 건 아니고, 캐릭터, 애티튜드, 노래 스타일 등 여러 가지를 봤어요. 루비가 성실하고 실력이 느는 속도가 빨라요. 업타운 공연을 하게 되면 예전 히트곡을 불러야 하는데 충분히 보컬과 랩을 커버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아주 열심히 하고 있어요."(정연준)
[서울=뉴시스] 힙합 그룹 업타운 보컬로 합류한 루비(김보형). (사진=티캐스크이엔티 제공) 2023.1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힙합 그룹 업타운 보컬로 합류한 루비(김보형). (사진=티캐스크이엔티 제공) 2023.1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루비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신곡뿐만 아니라 리메이크곡 '렛 미 노 와이(Let Me Know Why) : 가르쳐줘요' 보컬에 참여하며 보컬 스타일도 바꿨다. "엄청 부담감이 있어요. 정연준 피디님께서 매일 레슨을 해주고 있거든요. 제가 몰랐던 내면의 것을 끄집어 내주는 능력이 있으세요. 그래서 정말 유능한 프로듀서라고 느꼈죠. 그동안 제가 해온 것보다 그 이상을 끌어내기 위해서 발성과 랩 연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루비)

"주변에 음악 하시는 분들이 제가 업타운에 합류한 걸 정말 축하해 주셨어요. 얼마 전에 이효리 언니도 행사장에서 만나 인사드렸는데 '잘 준비하고 있냐. 잘 해봐'라고 해주더라고요. 디자이너 지인분들은 옷 스타일부터 바꿔야 한다고 해요."(웃음)(루비)

업타운에 합류하면서 새롭게 얻은 이름은 정연준이 직접 지어준 것이다. 루비는 "피디님이 부르기도 쉽고 기억에도 남는 활동명을 말해주시더라. 루비는 사랑과 평화의 의미를 담고 있는 보석"이라며 "목소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연준은 "실크와 루비 두 가지가 있었다"며 "외국 사람들이 보형이라는 이름의 발음이 어려워서 외국 이름을 지어주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빌론은 지난해 발매한 1990~2000년대 기반 음악의 앨범 '에고 나인티스(EGO 90'S)' 작업을 계기로 정연준과 인연을 맺고 객원 보컬 합류까지 하게 됐다. "알앤비 음악을 만들면서 업타운의 노래에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레퍼런스를 삼을 정도로 정말 애정하고, 음악 아이덴티티가 업타운이었죠. 클래식하고 오리지널리티한 음악을 할 수 있는 게 선배님들의 영향이 커요. 그래서 업타운에게 샷아웃(Shout out)을 많이 하고 싶어요. 트렌드나 핫하고 그런 걸 제대로 파보면 클래식이라는 게 자리잡고 있잖아요. 그걸 잘 녹여서 전달해보고 싶어요."(베이빌론)
[서울=뉴시스] 힙합 그룹 업타운 객원 보컬 베이빌론. (사진=티캐스크이엔티 제공) 2023.1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힙합 그룹 업타운 객원 보컬 베이빌론. (사진=티캐스크이엔티 제공) 2023.1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곡 작업이 오래 걸렸던 건 '아날로그'라는 키워드의 역할이 컸다. 단지 예전 음악을 다시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상악기나 디지털 사운드를 최대한 배제하고 리얼 세션으로 만들었다. 빠르게 소비되는 음악 시장에서 신선한 방식이다. 정연준은 "아날로그 흉내 낸 게 아니라 아날로그가 왔다. 보컬만 요즘 친구들이다"라고 자신했다.

"성심성의껏 만든 앨범이에요. 인스턴트로 만든 게 아니라 한땀 한땀 아날로그 사운드로 진심과 노력으로 만든 앨범이니까 리스너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겟어요. 언젠가는 다른 앨범처럼 사라지겠죠. 그러더라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추억 안에 깃들여졌으면 해요."(베이빌론)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앨범이라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곡마다 영어 제목을 붙인 것도 그런 이유다. 일부러 영어 가사를 늘리고 한국어 가사도 쉬운 단어들만 선택했다. "이제 외국 작곡가들이 우리나라 가수들에게 노래를 만들어주는 시대가 됐어요. 아주 바람직하게 국가 브랜드가 올라가다 보니 외국에서 우리나라 음악을 듣고 있고요. 뿌듯해요. 잘 하면 우리가 전 세계 시장에서 음악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요. 그래서 퀄리티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댄스 그룹은 아니지만 이런 음악도 같이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음악을 도전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정연준)

한국에서 만들어진 흑인 음악이라는 구별은 두지 않는다. 흑인들만 하는 음악으로 규정짓지 않고, 그들과 표현하고자 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연준은 "나와 음악 공부를 같이 하던 친구들이 미국에서 대가들이 돼 있다. 미국에서 같이 작업하면서 그곳에서는 어떻게 만드는지도 신경썼다"며 "인종 상관없이 내가 만드는 힙합 알앤비 트랙이 어떻게 평가받는지에만 관심 있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업타운의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차차 만들어 갈 계획이다. 방송이나 라디오, 콘텐츠 등의 활동을 우선적으로 한다. 루비는 "타이틀곡은 부를 때마다 미소 짓게 만든다.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며 "짧게 활동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충분히 할 생각이다.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정연준은 업타운이라는 이름이 다시 생명력을 얻으면서 더 활발하게 움직일 예정이다. 벌써 다음 앨범도 기획하고 있다. "업타운 곡은 전부 다 내가 만든 곡이지 않나. 업타운이라는 이미지가 고급스러운 힙합 알앤비 흑인 음악을 표방하기 때문에 그걸 유지하고 싶다"며 "다음 곡은 라이브 밴드로 연주하는 알앤비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철없을 때 곡은 수백 곡 만들었는데 이제 선한 영향력 끼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후배들에게도 '너희 꼭 선한 영향력을 주는 가수가 되라'고 말해요. 힘 실어주고 기운 나게 하는 음악, 다운된 사람들 업 시키는 음악을 하라고 부탁하고 있어요."(정연준)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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