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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학교 앞 문구점…"타로점으로 업종전환" 생존 분투[현장]

등록 2024.03.14 16:26:36수정 2024.03.14 17: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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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에 쇠퇴일로…해마다 500곳씩 폐업

문구소매점 2017년 1만620개→2024년 7800개로 줄어

숍인숍 전환하고 '레트로 완구' 팔며 자구책

[서울=뉴시스] 권신혁 수습 기자 = 14일 오전 8시30분 서울 강북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문구점. 가게 주인 최현순(65)씨가 문구점 안에 타로카드 점집을 차려놓았다. 2024.03.14. innovation@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신혁 수습 기자 = 14일 오전 8시30분 서울 강북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문구점. 가게 주인 최현순(65)씨가 문구점 안에 타로카드 점집을 차려놓았다. 2024.03.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광온 권신혁 수습 기자 = 14일 아침 서울 강북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문구점을 등굣길 학생들이 무심히 지나쳐갔다. 가게에 진열된 공책과 종이접기 세트 위엔 먼지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이 자리에서 14년간 문구점을 운영했다는 최현순(65)씨는 공책더미를 가리키며 "재작년에 사놓은 건데 아직도 안 팔렸다"며 "옛날엔 매장에 아이들이 가득해서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가겟세도 못 낼 정도"라고 한숨 쉬었다.

문구점 한켠 칸막이 너머에는 수정구슬이 놓인 탁자가 자리했다. 가게를 유지하려 숍인숍(매장 내부에 다른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 형태로 타로카드 점집을 차린 것이다. 최씨는 "장사가 안되니까 지난해 3월에 폐업했다가 타로를 배우면서 다시 장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학기를 맞았지만 학교 앞 문방구들이 경영난 속에 속속 폐업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다가 학습 준비물을 직접 마련할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남아있는 문구점들은 숍인숍을 운영하거나 판매 타깃을 바꾸며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문구소매점 숫자는 지난 2017년 1만620곳에서 올해 7800여곳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해마다 약 500곳의 문구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옆에서 38년 동안 문구점을 한 이모(70)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이 근처에 문구점이 스무 개 이상 있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지고 저만 남았다"며 "그런데도 오전에 1만원도 팔리지 않는 날이 있을 정도로 장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구점이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1년 교육부가 '준비물 없는 학교' 정책을 수립하면서부터다. 이 정책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에서 학습 준비물을 일괄 구매해 학생들에게 지급해 주는 제도다. 더 이상 학생과 학부모가 개별적으로 준비물을 사지 않게 된 것이다.

온라인 쇼핑과 배송문화가 발달한 것도 문구점을 찾는 발길이 줄어드는 데 한몫을 했다. 학교에서 제공하지 않는 문구류도 온라인을 통해 사는 게 일반화된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사무·문구류 거래액은 2019년 9243억4500만원에서 지난해 1조9171억5200만원으로 5년 사이 2배 넘게 늘었다.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 거리의 한 문구점 앞엔 어린 아이는 보이지 않고 청장년층이나 외국인들만 있었다. 2024.03.14. lighton@newsis.com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 거리의 한 문구점 앞엔 어린 아이는 보이지 않고 청장년층이나 외국인들만 있었다. 2024.03.14. [email protected]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도 영향을 줬다. 통계청이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0~17세 아동 인구는 707만7206명으로, 2014년(918만6841명)보다 23%(210만9635명) 감소했다.

합계 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1명 선이 무너졌으며 2022년 기준 0.778명으로 떨어진 상태다. 합계 출산율이란 가임 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엎친 데 덮친 격인 상황 속에 문구점들도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는 모습이다.

이날 뉴시스가 찾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 거리의 한 문구점은 고전 게임기와 구형 완구를 팔고 있었다. 청장년층의 '레트로 열풍'을 겨냥한 판매 전략인 셈이다. 실제 이날 문구 거리에서 만난 손님의 대부분이 어른 세대나 외국인이었다.

이 가게를 찾은 박성범(27), 서지현(25)씨는 레트로 게임을 사러 왔다고 했다. 박씨는 "이 가게에 제가 좋아하는 옛날 감성의 게임들이 많아 오게 됐다"며 "저처럼 이런 옛날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여기가 관광지 느낌"이라고 말했다.

가게 주인 김모씨도 "더 이상 문구만 판매하는 거로는 어려워 완구를 대량으로 들여 팔고 있는 것"이라며 "10여 년 전만 해도 여기에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울음소리 같은 게 많이 들렸는데 지금은 거의 다 청·장년층이나 외국인들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예 문구점을 폐업하고 아예 완구점이나 캠핑용품 전문점 등으로 바꾼 가게도 많다"고 덧붙였다.

일부는 무인 문구점으로 전환했다. 관악구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50대 정모씨는 "안 그래도 장사가 안돼 접으려고 했는데, 지난 2020년에 코로나까지 덮치면서 학용품 수를 줄이고 가게를 무인점포로 바꿨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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