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IT] 성장동력 떨어진 게임산업, M&A가 해법될까

엔씨, M&A 귀재 박병무 공동대표 앞세워 투자 물색

크래프톤, 3조 현금 앞세워 대형 M&A 시도

실적 부진·IP 노후화에 신규 IP 확보로 '큰 한방' 노려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 대표 내정자(사진=엔씨소프트)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실적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게임사들이 M&A(인수합병)을 통한 '큰 한 방'을 노리고 있습니다. 게임 외 여러 분야로 확장성을 가진 슈퍼 IP(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것에 주목해 신규 IP 발굴로 실적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생존 전략입니다.

엔씨소프트는 공동 대표로 내정한 전문 경영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앞세워 M&A에 본격 나섰습니다. 박병무 내정자는 최우선 과제로 엔씨가 부족한 장르의 IP를 확보하기 위한 국내외 게임사의 투자와 M&A를 꼽았습니다. 이미 사내에 여러 전문가들로 TF(태스크 포스)를 구성, 잠재 회사에 대해 적절한 시기와 가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박병무 내정자는 지난 20일 개최된 공동대표 체제 설명회에서 “엔씨 게임 포트폴리오 및 시장 확장에 기여할 수 있는 국내외 기업이 후보군”이라며 “비게임 영역은 엔씨와 시너지가 나는지, 지속가능한 미래의 성장동력이 되는지, 인수가 주주가치 측면에서 플러스가 될 수 있는 재무적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추었는지 라는 관점에서 복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내정자는 국내 대표적인 M&A 전문가로 꼽힙니다. 그는 서울대 법과대학 수석입학과 수석졸업, 1982년 당시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에 이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12년 동안 M&A 전문가로 활동, 한화기계, 쌍용증권, 제일은행 등 굵직한 M&A를 수십건 성사시켰다고 알려졌습니다.

이후에는 영화벤처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에 취임, `가문의 영광', `엽기적인 그녀' 등으로 한국영화의 붐을 불러일으켰고, 뉴브리지캐피털코리아 고문, 하나로텔레콤 대표, 보고펀드 공동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전문경영인이자 소방수로 활약했습니다.

박 내정자는 “M&A를 통한 기업 가치 증대가 가장 지속 가능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라며 “성공적인 M&A가 되기 위해서는 치밀한 분석과 협상력, 그 외에도 상당한 인내력이 요구된다”고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M&A에 소극적이었던 엔씨가 박 내정자를 앞세워 어떤 기업에 투자 및 인수를 단행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엔씨가 게임 분야에 M&A를 진행하는 것이 유력하다고 봅니다. 실탄은 두둑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엔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652억원이고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하면 1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로 유명한 크래프톤도 M&A 매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적극적 투자로 이미 산하에 12개 개발 스튜디오 둔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IP를 발굴하겠다는 복안입니다.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예상 투자 규모는 약 7600억원입니다. 게임 스튜디오 및 IP 확보 4200억원 게임 제작이나 서비스와 관련한 테크 및 인프라 영역에 대한 투자 1500억원, 게임관련 산업 중심의 간접 투자에 1900억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작년부터 M&A 시장을 조사했다”며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등의 업종에서 투자 대상을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같은 공격적 투자에는 IPO(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현금이 받쳐주기 때문입니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210억원이며  '유동성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2조3405억원까지 합하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약 3조614억원까지 불어나게 됩니다.

모바일 게임 개발사 명성을 얻은 컴투스는 올해 글로벌 퍼블리셔 도약을 선언했습니다. 외부 개발사의 경쟁력 있는 신작을 다수 퍼블리싱하는 전략입니다. 지난해 자체 개발 신작 성과가 저조하자 해외에서 게임을 흥행시킨 퍼블리싱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것입니다.

지난달에는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 등 흥행작 개발을 주도한 김대훤 전 넥슨 부사장이 설립한 게임사 ‘에이버튼’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퍼블리싱권을 확보했습니다. 한지훈 컴투스 게임사업 부문장은 지난 1월 미디어 간담회에서 "(경쟁력 있는 스튜디오를 대상으로) 퍼블리싱과 지분투자 모두 열려있는 회사"라며 "현재 다양한 지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적극적인 M&A로 ‘오딘’ 흥행작을 배출하는 등 IP 역량을 강화한 대표적 게임사로 꼽힙니다. 회사는 지난해 말 검술명가 막내아들 IP를 활용한 PC-콘솔 게임을 개발 중인 게임 개발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 지분을 약 348억원에 추가로 취득해 지분 65.16%를 확보, 자회사로 편입시켰습니다. 또 모바일 게임 ‘로드 오브 히어로즈’ 개발사 클로버게임즈에 2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게임사들이 게임 분야 M&A에 목이 마른 이유는 실적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기존 IP 우려먹기로는 추가적인 성장이 쉽지 않아졌습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IP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게임 플랫폼 및 장르 다각화에 성공한 참신한 게임들이 국내외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외부로부터 경쟁력 있는 신규 IP를 가져오는 게 더욱 절실해진 상황입니다.

과거 국내 게임사의 성공적 M&A 사례로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 , 넷마블 코웨이, 카카오게임즈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이 거론됩니다. 경기 불황 속에서 게임사들의 새로운 M&A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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