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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기 "자서전 같은 '아버지 광시곡'…서운함·애잔함 담겨"

등록 2024.04.30 15:20:51수정 2024.04.30 18: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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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기 작가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장편소설 '아버지의 광시곡'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소설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길사 제공) 2024.04.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성기 작가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장편소설 '아버지의 광시곡'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소설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길사 제공) 2024.04.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아버지의 사랑을, 사랑받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받기를 원하지만 이미 때가 늦어버렸다."

전작 '통도사 가는 길'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그려왔던 조성기 작가는 신작 '아버지의 광시곡'(한길사)에서 아버지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조 작가는 30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신작에 대해 "여러 작품을 통해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아버지 이야기를 모아서 허구를 제하고 실제 아버지 초상화를 그리려고 새로 작업을 했다"며 "30%는 기존 이야기고 70%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새로 되살려서 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조 작가가 소설 양식을 빌려 쓴 자서전으로, 아버지 초상을 점묘화 기법처럼 그려냈다.

조 작가 아버지는 유신시대 교원노조 위원장으로 교사 동지들 눈에는 단식투쟁에 앞장서고 동료들을 위해 복직마저 양보한 존경스러운 투사이자 사회운동가였다.

조 작가 초등학생 때 5·16 쿠데타 후 검은 점퍼 차림의 두 사람에 의해 수업 중 교실 밖으로 끌러나간 아버지는 행방불명됐다. 아버지를 찾아 어머니는 경찰서와 파출소를 돌아다니다가 아버지가 육군형무소에 수감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교원노조 활동으로 용공 혐의를 뒤집어쓴 아버지는 6개월 만에 출감한 후 교사직에서 해고당해 날마다 술에 취해 돌아오는 실직자로 전락한다.

조 작가는 아버지가 실직자로 과외 공부방을 운영하며 약간의 수익을 얻어 가정을 이끌어갔던 일화도 전했다.

조 작가는 당시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몰락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사회 구조적 억압과 권력의 횡포에 대한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꼈고 제 세계관과 가치관에 영향을 줬다"고 털어놓았다. 

조 작가는 아버지에 대한 무겁고 가슴 아픈 기억도 많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똑 닮은 기행과 취향도 보여준다.

아버지가 만취해서 동네 집집마다 큰 소리로 욕을 내뱉고 다니며, 고시 공부를 그만두고 종교에 몸담겠다는 아들의 말에 방방 뛰며 러닝셔츠를 물어뜯다가 결국 찢어진 러닝 조각을 움켜쥐고 대문 밖으로 달려나가는 모습은 일견 우스꽝스럽다.

성적이 우수한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기대가 컸지만 작가는 아버지의 기대와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종교에 빠져 선교단체에 들어가고 사법시험을 거부한다. 작가는 선교단체에서 정해준 신부와 사흘 뒤 결혼하라는 통보를 받고 부모님께 알리지만 아버지는 불참을 선언한다. 그러나 결혼식장에서 웃음을 만발하며 며느리를 맞으며 숨길 수 없는 자식 사랑을 드러낸다.
 
[서울=뉴시스]조성기 작가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장편소설 '아버지의 광시곡'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소설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길사 제공) 2024.04.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성기 작가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장편소설 '아버지의 광시곡'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소설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길사 제공) 2024.04.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조 작가는 이 작품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사람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달라지고 재해석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 작가는 "중학교 때 아버지가 워낙 괴로워하시고 거의 매일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해 오셔서 아버지가 주는 고통에 눌려 아버지로부터 빨리 벗어나는 것이 소원이었다"며 "이제는 아버지의 교원노조 운동이 한국 노조 운동의 효시라고 볼 수 있고 그, 정신이 원동력이 됐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되돌아보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아버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동시에 있다"며 "아버지와의 충돌과 아버지 인생에 대한 애잔함이 담겨 있는 소설"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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