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롤모델' 혜곡 유일 단행본 복간…'한국미 한국의 마음'
1980년 발간 후 절판..'한국미 재발견 재정립'한 책
국립중앙박물관 제4대 관장·명문장가로 유명

AUGHT_최순우 '한국미 한국의 마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여염집 아낙네의 수수한 비녀에서 찬란한 황금보관에 이르기까지, 흙더미에 파묻혀 있던 전돌 파편에서 웅장한 왕궁의 돌기둥까지, 우리 것이라면 그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질박한 ‘생활 도자기’로 치부되거나 후하게 쳐줘도 범작 정도로 여겨지던 수많은 조선백자가 명품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나, 조선의 목가구가 특별할 것 없는 공예품이 아니라 예술 작품 대접을 받게 된 것 모두 혜곡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혜곡 최순우(1916-1984). 개성에서 출생하여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널리 알리는 데 평생을 바친 ‘한국미의 전도사’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제4대 관장이자 미술사학자로 평생 박물관인으로 살았다. 1950년대 말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열린 순회 전시를 맡아 우리나라 문화를 알렸다.
특히 명징하고 정감 어린 글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진 명문장가였다.
혜곡의 이야기는 우리 문화예술계에 두루 깃들어 있다. 조선 백자 대호 ‘달항아리’를 향한 각별한 애정으로 맺어진 김환기 화백과의 인연, 국립부여박물관 설계를 둘러싼 왜색 논쟁으로 고역을 치른 건축가 김수근이 한국미에 눈뜰 수 있도록 이끌어 준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한국미를 재발견하고 재정립하기 위한 혜곡의 노력이 담긴 책 '한국미 한국의 마음'(오트)이 복간됐다.
1980년 지식산업사에서 펴낸 이 책은 절판됐었다. 혜곡이 생전에 만든 유일한 단행본 도서로 오래도록 회자되는 명저다.
혜곡을 기리며 문선집 '최순우 전집'과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차례로 펴낸 학고재의 우찬규 대표가 출판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바로 '한국미 한국의 마음'이라는 것은 출판계의 숨은 일화다.
또 희대의 베스트셀러 미술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혜곡을 영감의 원천이자 글쓰기의 롤모델로 삼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미 한국의 마음'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의 흰 빛깔과 공예 미술에 표현된 둥근[圓] 맛은 한국적인 조형미의 특이한 체질의 하나이다. 따라서 한국의 폭넓은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不整形의 원圓이 그려 주는 무심스러운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조시대 백자항아리들에 표현된 원의 어진 맛은 그 흰 바탕색과 아울러 너무나 욕심이 없고 너무나 순정적이어서 마치 인간이 지닌 가식 없는 어진 마음의 본바탕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135쪽 백자달항아리)
"산곡山谷의 여름 물을 그려서 물보다도 더 시원한 맛을 낼 줄 아는 화가가 겸재다. 말하자면 겸재는 한국 산하가 지니는 습기와 여름 물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이다. 낭랑하게 소리치며 흐르는 성급한 여울물이 있는가 하면 도란도란 흐르는 작은 계류가 있고, 또 도도히 흐르는 대하의 용용수가 있어서 한국의 여름 물 경치의 멋은 아마도 겸재가 독차지했나 싶을 때가 있다."(162쪽 겸재의 조옹도)
열화당 이기웅 발행인은 "한국미술의 여러분야, 곧 건축, 도자, 회화, 공예, 불상과 석탑, 비 까지 두루 살펴보면서 한국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는 혜곡의 의도가 구절구절에 녹아 있다"며 "우리 시대의 인문 정신이 이 책으로 되살아나게 되었다"고 발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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