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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 수주·컨소시엄 전략…재건축 입찰 경쟁 사라져

등록 2025.05.14 06:00:00수정 2025.05.14 06: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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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우성·개포주공6·7 재입찰도 유찰

강북 정비사업 컨소시엄 수주 잇따라

공사비 상승에 원가율↑…수주 신중

용산·압구정 등 지역 상징은 수주 격돌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2025.05.13.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2025.05.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건설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까다롭게 따지는 '선별 수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입찰 전략을 펴면서 서울 정비사업지에서 수주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에선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 한 곳만 응찰해 유찰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잠실우성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7일 진행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에 GS건설만 응찰해 유찰됐다.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은 12만354㎡ 부지에 지하 4층~지상 49층, 2860가구를 짓는 것으로, 예상공사비 1조6934억원, 3.3㎡(평)당 920만원의 대형 사업이지만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은 것이다.

개포주공6·7단지도 개포동 11만6682㎡에 지하 5층~지상 35층 2698가구를 짓는 1조5139억원(평당 890만원) 규모 사업이지만 같은 날 마감된 재입찰에 현대건설만 응찰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2차례 이상 경쟁입찰이 유찰되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수의 시공사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사업 지연을 피하려면 수의계약을 검토해야 하는 셈이다.

방배신삼호 아파트 재건축조합도 사전 현장설명회 때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 9곳이 참석했지만 지난 9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에 HDC현대산업개발만 응찰했다.

같은 날 재입찰을 진행한 방배15구역도 유찰돼, 단독 응찰한 포스코이앤씨와 수의계약을 맺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잠실우성처럼 인근에 잠실 MICE 복합개발이 추진되거나, 교통·교육 여건이 좋은 강남권 정비사업임에도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는 셈이다.

강북권에선 복수의 건설사가 시공하는 컨소시엄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들은 하자 발생 시 책임을 가리기 어려운 컨소시엄보다 단독 수주를 선호한다. 하지만 강남권에 비해 낮은 사업성을 고려해 컨소시엄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예로 2270가구를 짓는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은 DL이앤씨·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평당 공사비는 780만원 규모다. 사업비 7094억원 규모의 상계5구역 재개발 역시 롯데건설·GS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이는 건자잿값, 인건비 등 공사비가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손익계산이 복잡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80%가 적정선인 건설업계의 매출액 대비 원가율(매출 원가율)은 최근 90%대를 넘어선 게 대표적이다. 작년 말 기준 삼성물산을 제외한 10대 건설사 평균 공사 원가율이 94.06%로 1년 새 1.27%p 늘어난 것이다.

더욱이 수백억원의 입찰보증금을 내야 하는 데다가 이후 수주전 과정에서 들어가는 홍보·영업 비용까지 고려하면 경쟁입찰은 리스크가 크다는 게 건설업계의 입장이다.

이로 인해 수의계약이 정비사업의 '뉴노멀'이 되면서 수주 경쟁은 대장주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된 모습이다.

한 예로 '강북 최대어' 용산정비창전면1구역 재개발은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가, '한강변 초역세권' 압구정2구역은 시공능력평가 최상위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각각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익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공사 수주를 늘리는 건 계약 시점과 실제 공사시점의 비용 차이가 벌어질 우려가 있다"며 "다만 지역 상징성이 큰 압구정, 여의도나 사업 예정지 인근에 추가 정비사업지가 존재하는 경우는 수익성이 낮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수주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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