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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힘든적 처음"…24년차 지역소아과 의사의 탄식[인터뷰]

등록 2026.02.01 05:01:00수정 2026.02.01 06: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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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지역 의료가 어려웠던 적은 처음"

"지역병원 무너지면 소아 2차, 개원의 사라져"

"정부, 배후 진료 튼실한 의료 환경 구축 필요"

[서울=뉴시스] 박기영 강릉아산병원 소아진료센터장은 지난 14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직 지역 의사로서 체감하는 지역 의료의 위기와 개선 방향을 밝혔다. (사진=강릉아산병원 제공) 2026.01.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기영 강릉아산병원 소아진료센터장은 지난 14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직 지역 의사로서 체감하는 지역 의료의 위기와 개선 방향을 밝혔다. (사진=강릉아산병원 제공) 2026.01.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강릉=뉴시스]송종호 기자 = "지역 의료는 KTX로 1시간 생활권을 만드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작 환자가 생겼을 때 보낼 상급병원이 무너지면, 의사들도 지역에 들어오지 않으려 합니다."

박기영 강릉아산병원 소아진료센터장은 지난 14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직 지역 의사로서 체감하는 지역 의료의 위기와 개선 방향을 이같이 밝혔다. 강릉아산병원에서만 24년째 근무 중인 그는 지역 소아의료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이다.

박 센터장은 "요즘처럼 지역 의료가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며 "지역의료원이나 지방 병원에 소아과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어느 의사가 개원하려 오겠느냐"고 말했다.

소아과 인력 감소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은퇴 기준을 65세로 잡으면 올해만 1979학번 소아과 의사 약 320명이 현장을 떠난다. 반면 신규 유입은 크게 줄었다. 박 센터장은 "내가 소아과 의사가 될 때는 280명가량이 배출됐지만, 최근에는 한 해 20명도 채 보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는 소아과 수련 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면서 3~4년 차가 함께 시험을 치러 50명 안팎의 전문의 배출이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10여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이렇게 소수로 배출되는 소아과 전문의를 지역 병원이 채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아과는 신생아 진료를 비롯해 소아 호흡기·소화기·영상의학 등 배후 진료 체계가 필수적인 진료과다.

여기에 소아 진료 과정에서의 법적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전문의들이 상대적으로 시스템이 갖춰진 서울과 수도권 병원으로 몰리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 의료진들은 버티고 있다. 박 센터장은 "당직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수가 직접 앰뷸런스를 타고 부산까지 동행한 적도 있다"며 "서울행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 정책 역시 서울, 그중에서도 이른바 '빅5' 병원 중심으로 설계돼 지역 의료 현실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정부가 현장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지역 의료를 살릴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소아과 의사들의 사명감을 꺼냈다. 박 센터장은 "소아과 의사들은 병을 고친 아이들이 평생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보람으로 일합니다"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람, 뒤에서 웃으며 지켜보는 사람들이 바로 소아과 의사들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소아과 의사들이 어린 환자들의 진료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나서서 구축해달라는 것이 박 센터장의 목소리다.

한편, 이날 인터뷰 현장에는 지역 주민도 함께했다. 그는 지역 의료가 흔들림 없이 아이들을 지켜주는 울타리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전했다. 이 주민은 "딸 셋 중 두 명이 강릉아산병원에서 위급한 순간 적절한 치료를 받아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며 "이런 지역 의료가 앞으로도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버팀목으로 남아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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