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판매 ETF, 금감원이 보는 3가지 리스크는
'단타·수수료·테마형'
조만간 지수연계상품 판매사 간담회 예정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를 마친 뒤 은행의 상장지수펀드(ETF) 판매 실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증시 활황 속 '머니무브'를 겨냥해 은행이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을 충분한 설명 없이 권유한 것은 아닌지 등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첫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열고 은행의 ETF 판매 증가를 주요 소비자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제시했다.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 주식처럼 증시에 상장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코스피200 등 주가지수형부터 업종·테마형, 채권·원자재까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이다.
보통 ETF는 증권사 주식 앱을 통해 거래되지만 은행 신탁을 통한 판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코스피 상승 등 증시 열풍에 따라 기존에 예·적금 중심이던 은행 고객들도 ETF 투자에 나서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의 ETF 신탁 납입액은 2024년 하반기 3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4조9000억원, 코스피가 본격 상승하기 시작한 하반기에는 15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도 증시 상승세를 타고 1~2월 은행 ETF 판매가 급증했다"며 "특히 주식형 ETF로의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격히 늘어난 판매 규모에 소비자 보호 우려도 커지고 있다. ETF 역시 시장 변동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홍콩H지수 ELS 사태와 유사한 불완전판매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은행의 공격적인 마케팅 실태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은행에서는 ETF 판매시 목표 수익률을 설정해 마치 고정 수익률이 발생하는 것처럼 홍보·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정 수익이 나면 매도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재매수하도록 하는 등 단기 매매를 유도하는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 저축을 목적으로 하는 은행 고객에게 ETF를 장기 분산투자 수단이 아닌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으로 소개하는 건 ETF의 본래 취지와 배치될 뿐 아니라 잦은 매매 과정에서 투자자 손실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동성이 큰 테마형 쏠림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이 보유한 ETF 신탁 자산 약 10조9000억원 가운데 70%가 반도체, 2차전지, 빅테크 등 특정 업종·테마형 상품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유행하는 특정 산업에 자금이 몰리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손실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금감원은 시장 일각에서 우려하는 레버리지·인버스 등 고난도 ETF의 은행 판매량은 우려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수 변동성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 등은 은행 고객 성향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일부 은행의 비대면 채널을 제외하고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은행을 통한 ETF 매수가 높은 수수료를 동반한다는 점을 잘 설명하는지도 점검 포인트로 꼽힌다. ETF는 증권사 앱을 통해 거래할 경우 비용이 낮지만 은행 신탁을 통해 가입하면 선취 수수료 약 1%가 발생한다. 또 은행을 통해서는 실시간 매매가 어려워 가격 변동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해야 할 부분이다.
코로나 이후 증시가 급상승 곡선을 보였던 2020~2021년 당시 은행을 방문했던 A씨는 "주식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부지점장으로부터 2차전지, 메타버스, 바이오, 헬스케어 등 테마형 ETF를 권유받아 투자했다"며 "목표 수익률을 3%로 제시하고 목표치를 달성하면 기계적으로 매도, 떨어지면 다시 매수하는 등 '단타'를 유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주식으로 대부분 이뤄진 테마형 ETF는 안정적으로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할 만한 상품으로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며 "주식 테마형은 업황에 따라 짧은 주기로 가격이 급변하기 때문에 이 같은 트렌드를 잘 알고 대응하는게 중요한 상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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