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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엔날레·세화미술관 전시 앞두고…‘거꾸로 회화’ 거장 바젤리츠 별세

등록 2026.05.01 08:39:59수정 2026.05.01 08: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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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독일 미술 대표 거장 향년 88세

2021년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관전에 참여한 게오르그 바젤리츠. 독일 스튜디오에서의 모습. 사진=타데우스 로팍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1년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관전에 참여한 게오르그 바젤리츠. 독일 스튜디오에서의 모습. 사진=타데우스 로팍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전후 독일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가 별세했다. 향년 88세.

30일(현지시간) 외신과 타데우스 로팍 발표에 따르면 바젤리츠는 이날 별세했으며,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38년 독일 드레스덴 인근 도이치바젤리츠에서 태어난 그는 동서독 분단 시기인 1958년 서베를린으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했다. 본명은 한스 게오르그 케른(Hans-Georg Kern)으로, 1961년 고향 지명을 따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하며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동독 조형예술대학 재학 시절 ‘정치사회적 미성숙’을 이유로 제명된 그는 이후 서독으로 건너가 1957년부터 1963년까지 학업을 이어갔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강요하던 동독 미술에 반기를 든 동시에 서독의 주류였던 추상미술에도 저항하며, 재현과 추상의 경계를 해체하는 독자적 회화 언어를 구축했다. 특정 양식이나 이데올로기에 속하지 않고,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63년 첫 개인전에 출품한 ‘양동이 속 거대한 밤’으로 미술계에 강렬한 파문을 일으켰다. 뒤틀린 신체와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담은 이 작품은 전후 독일 사회의 붕괴와 억압을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평가와 함께 외설 논란에 휘말리며 당국에 압수되기도 했다.

1969년 ‘거꾸로 된 숲’을 기점으로 바젤리츠는 화면을 전복시키는 회화로 전환한다. 초대형 캔버스에 대상을 상하로 뒤집어 그리는 방식은 재현을 거부하고 회화의 물질성과 행위 자체를 드러내는 시도였다. 그는 “모든 독일 화가는 독일의 과거에 노이로제를 갖고 있다. 전쟁과 전쟁 이후, 특히 동독에 대한 기억이 나를 우울과 압박에 몰아넣었다. 내 그림은 전투와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게오르그 바젤리츠. 사진=타데우스 로팍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게오르그 바젤리츠. 사진=타데우스 로팍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6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그는 동시대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9년에는 아카데미 데 보자르 회원으로 선출됐으며,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연 최초의 생존 작가로 기록됐다.

그는 회화를 재현이 아닌 ‘발굴’의 과정으로 이해했다. “나는 드로잉과 회화를 통해 보이는 것 뒤나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를 파고들었다. 그렇게 선과 형태로 변환된 과정 속에서, 나는 나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이동해왔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작업은 세계를 뒤집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이면을 드러내는 행위였다.

1980년대에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안젤름 키퍼와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하며 국제 미술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4년에는 ‘예술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미엄 임페리얼상을 수상했다.

말년에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거주하며 작업을 이어갔으며, 아내이자 화가 엘케 바젤리츠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두었다.
【베니스=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독일 신표현주의 선구자 게오르크 바젤리츠(81)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2019.05.10. hyun@newsis.com

【베니스=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독일 신표현주의 선구자 게오르크 바젤리츠(81)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2019.05.10. [email protected]




갑작스러운 타계로 예정된 주요 전시들도 의미가 달라지게 됐다. 바젤리츠는 오는 6일 개막하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작품 전시가 예정돼 있었으며, 국내에서는 오는 8월 세화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과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인전을 앞두고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산 조르지오 마조레 섬에서 거꾸로 뒤집힌 인물 이미지와 금빛 배경이 결합된 신작 회화 시리즈가 공개될 예정이었다. 세화미술관은 “이미 작품이 확정됐다"며 "전시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한국 미술시장과의 접점도 깊다. 그는 2021년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관전에 참여하며 국내 컬렉터층과 본격적으로 만났고, 이후 주요 아트페어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서 타데우스 로팍은 바젤리츠의 회화 ‘Es ist dunkel, es ist’(2019)를 180만 유로(약 29억 원)에 판매하며 해당 행사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그의 작품이 여전히 견고한 위상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9월 열린 프리즈서울에서 타데우스로팍이 출품한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의 회화 'Es ist dunkel, es ist'(2019)가 180만 유로(한화 약 29억 원)에 팔렸다. 사진=타데우스로팍 제공. 2025.09.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025년 9월 열린 프리즈서울에서 타데우스로팍이 출품한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의 회화 'Es ist dunkel, es ist'(2019)가 180만 유로(한화 약 29억 원)에 팔렸다. 사진=타데우스로팍 제공. 2025.09.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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