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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차별을 줄여나가는게 인간의 역사" [문화人터뷰]

등록 2026.08.19 09:00:00수정 2026.08.19 09:49:04

4년 만의 장편 '찌니주의보'…귀촌 레즈비언 소재

성소수자 커플과 할머니들 통해 편견·차별 이야기

"피해자-가해자, 규정되지 않고 뒤바뀔 수도 있어"

"서로 다른 사람끼리 만나야…'찌질이 SNS' 있었으면"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지아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작가는 최근 4년 만에 장편소설 '찌니주의보'를 출간했다. 2026.08.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지아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작가는 최근 4년 만에 장편소설 '찌니주의보'를 출간했다. 2026.08.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워매! 멋땀시 성을 낸대? 레지면 레지제, 누가 뭐랬가니?"

서울에서 전남 구례 수평마을로 귀촌한 혜진과 성진, 이른바 두 '찌니'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두 사람을 아웃팅한 윤 선생은 이들을 마을에서 쫓아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평균연령 78세인 마을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집밖으로 좀처럼 나오지 않는 두 찌니 집 문 앞에는 마을 사람들이 가져다 놓은 음식이 쌓인다.

정지아(60)가 4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찌니주의보'(창비)는 이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편견과 차별,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차별 없는 세상이 존재한 적은 없습니다. 줄여나가는 것이 인간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지아는 차별이 사라질 수 있느냐고 묻자 주저없이 "얼마든지요"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지아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작가는 최근 4년 만에 장편소설 '찌니주의보'를 출간했다. 2026.08.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지아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작가는 최근 4년 만에 장편소설 '찌니주의보'를 출간했다. 2026.08.19. [email protected]


'찌니주의보'의 출발점은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였다. 지난해 초레즈비언 커플이 구례로 이사했다가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구례에서 태어나 2011년부터 다시 고향에서 살고 있는 정지아는 자신이 오랫동안 지켜본 시골 사람들을 떠올렸다.

"시골 살면서 느낀 점이 적당히 배우고 적당히 아는 것이 문제더라고요. (웃음) 우리 사회가 어설픈 배려를 하는데, 더 피곤하죠. 이분들은 기분을 헤치려고 하지 않아요. 처음은 당사자를 불편하게 하지만, 솔직함은 오해가 쌓이지 않게 되죠. 모르니까 물어보고, 이를 듣고 이해하면 되잖아요."

수평마을 사람들은 두  찌니의 성 정체성을 낯설어하면서도 이전과 다름없이 이웃으로 대한다.

정지아는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뒤집고 싶었다고 했다.

"성소수자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잖아요. 하지만 그중에는 의사, 변호사 같은 우리 사회의 엘리트도 있어요. 소위 '멀쩡한 사람'처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는 "자기네들은 못 배운 농사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와 대비되는 교육받은 변호사를 보여주면서 인생에 역전이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혜진이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두 찌니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진다.

그렇다고 두 찌니를 차별받는 피해자로만 그리지는 않는다. 자신들의 다름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이들도 다른 누군가의 다름 앞에서는 편견을 가진 사람이 된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두 사람을 편견없이 대했던 '기희'가 반려동물과 거리가 먼 닭을 키우자 성진은 "왜 하필"이라고 묻는다.

"누구나 그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내가 어떨 때는 피해자지만 누군가에게는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거죠. 피해자와 가해자는 규정되지 않아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지아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작가는 최근 4년 만에 장편소설 '찌니주의보'를 출간했다. 2026.08.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지아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작가는 최근 4년 만에 장편소설 '찌니주의보'를 출간했다. 2026.08.19. [email protected]


소설의 시선은 성적 지향을 넘어 시대를 관통해온 여러 차별로 확대된다. 딸만 낳았다는 이유로 혹독한 시집살이를 겪은 여성, 집안의 아들을 위해 자신의 교육을 포기하고 뒷바라지해야 했던 여성들의 삶도 담았다.

정지아에게 차별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제 인생도 그랬어요.  '빨치산'의 딸이란 꼬리표를 달고 살았지만, 이 상처를 견디고 극복했고, 곧 문학 자양분이 됐죠."

정지아가 '찌니주의보'를 통해 건네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함께 살아가는 삶이다.

"누구나 조금씩 이상한 구석과 나쁜 면이 있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실수하지 않고, 착하고 올바르기만 하겠어요. 그런데도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야죠."

정지아는 특히 젊은 세대가 자신과 다름을 배척하고 비슷한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경향에 대해 우려했다. 수평마을 할머니들이 모르는 것을 거리낌 없이 묻고 알아가듯, 서로 다르더라도 부딪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조금씩 우울하고 괴롭지만, 배우지 못한 시골 할매들은 '우울하다'라는 말을 쓰지도 않아요.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받는 일을 두려워하니 점점 세계가 협소해지고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지아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작가는 최근 4년 만에 장편소설 '찌니주의보'를 출간했다. 2026.08.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지아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작가는 최근 4년 만에 장편소설 '찌니주의보'를 출간했다. 2026.08.19. [email protected]


정지아는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더 쉽게 연결되지만, 정작 소통은 줄어들고 있다고 봤다.

"실수가 세상에 박제되니 조심해야 하고, 인신공격에 두려워 타인을 안 만나려고 해요. 같은 사람끼리 어울리면 무슨 재미가 있나요. 다른 사람끼리 만나야 이해도 하고, 배우기도 하죠."

그러면서 '찌질이 SNS'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거짓된 나를 보여주기보다 서로의 밑바닥과 별 볼 일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 진짜 관계를 맺고 다름을 인정하게 되지 않을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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