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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8% 덜 들여왔는데 31억弗 더 냈다…'청구서' 열어보니[호르무즈 봉쇄 6개월③]

등록 2026.09.14 06:00:00

원유 수입단가 17.5%↑…석유제품도 '덜 사고 더 내'

정제가동률 78.0→72.4%…석유제품 생산 6.9%↓

유가 다시 100弗 돌파…정부 수급 비상조치 연장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과 상선들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소형 선박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2026.08.05.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과 상선들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소형 선박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2026.08.05.


[세종=뉴시스]이수정 기자 =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가 6개월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석유산업이 치른 비용도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가 들여온 원유는 지난해보다 8% 줄었지만 지불한 금액은 오히려 31억1000만 달러 늘었다. 원유 도입 차질 등으로 정유사 가동률도 낮아지면서 석유제품 생산은 7% 가까이 감소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위축되고 국제유가도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비용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4000만배럴 덜 들여왔는데…31억달러 더 지불

14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의 '2026년 상반기 국내 석유수급 동향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원유 수입량은 4억6711만7000배럴로 전년 동기 5억747만2000배럴보다 8.0% 감소했다.

물량으로 보면 약 4035만배럴을 덜 들여온 셈이다.

반면 원유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382억6000만 달러에서 올해 413억7000만 달러로 8.1% 증가했다. 원유를 덜 들여왔지만 31억1000만 달러를 더 지불한 것이다.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조달 여건 악화가 있다.

지난 2월28일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내 원유 도입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상반기 원유 수입단가는 배럴당 88.56달러로 전년 동기 75.40달러보다 17.5% 뛰었다.

중동산 원유 수입 감소도 두드러졌다. 상반기 중동산 원유 수입량은 2억9118만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16.5% 줄었다. 전체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68.7%에서 62.3%로 6.4%포인트(p) 낮아졌다.

정부와 정유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 얀부와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등 대체 경로를 활용하고 비중동 지역으로 도입선을 넓히며 수입 차질을 일부 완화했지만,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며 원유 조달을 둘러싼 비용 부담은 이어지는 모양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1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이용객이 주유하고 있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 달러 선을 넘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전망이다. 2026.09.10.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1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이용객이 주유하고 있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 달러 선을 넘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전망이다. 2026.09.10. [email protected]



석유제품도 '덜 사고 더 냈다'…생산까지 6.9%↓

원유뿐 아니라 석유제품에서도 수입 물량은 줄었지만 수입액은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석유제품 수입량은 1억5968만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14.4% 감소했지만 제품 수입액은 122억3000만 달러에서 126억2000만 달러로 3.2% 증가했다.

석유제품 수입단가가 배럴당 65.54달러에서 79.06달러로 20.6% 오른 영향이다.

특히 석유화학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17.5% 감소했고 액화석유가스(LPG)는 12.7% 줄었다. LPG 가운데 부탄 수입은 46.7% 급감했다.

원유와 석유제품을 합친 상반기 전체 석유 수입액은 54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석유제품 공급은 8.7%, 소비는 11.5% 각각 감소했다.

원유 도입 차질은 정유공장의 가동·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석유제품 생산량은 5억7615만6000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6.9% 줄었다. 정유사의 정제가동률도 78.0%에서 72.4%로 5.6%p 하락했다.

제품별로는 나프타 생산이 8.4% 감소했고 휘발유는 8.1%, 경유는 7.3% 각각 줄었다.

보고서는 원유 도입 차질에 따른 가동률 조정과 국내 수요 감소, 수출 제한 정책 등의 영향으로 주요 석유제품 생산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댈러스=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이틀간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9.11.

[댈러스=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이틀간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9.11.


유가 다시 100달러…정부 비상조치 연장

상반기가 지난 뒤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이 이란 유조선 5척을 침몰시킨 데 맞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 10척을 공격하는 등 양측의 무력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10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7척으로 최근 10일 평균인 15척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쟁 전에는 하루 약 125척의 상선이 해협을 통과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평시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20%가 오가는 핵심 항로다.

국제유가도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준 전장보다 6.43달러(6.69%) 오른 배럴당 102.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11월물도 6.42달러(6.34%) 상승한 배럴당 107.63달러로 마감했다.

정부도 중동 정세를 둘러싼 공급망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비상조치를 연장한 상태다.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27일 나프타와 석유화학제품 원료에 대한 수출 제한 및 수급조정 조치를 내년 1월26일까지 5개월 연장했다.

이에 따라 산업부 장관의 사전 승인 없는 나프타 수출이 제한되고, 에틸렌과 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톨루엔·자일렌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 원료에도 매점매석 금지와 긴급 수급조정 조치가 계속 적용된다.

산업부는 국내 수급 상황을 살펴 조치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되 필요할 경우 사업자에게 나프타 생산을 명령하거나 공급 대상 업체와 물량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국내 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며 "정유·석화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원료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 yeodj@newsis.com

[세종=뉴시스]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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