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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3년 전부터 몰카" 자백에도 경찰은 "49일간 범행" 결론

등록 2026.09.14 07:16:06수정 2026.09.14 07:19:11

제주 중소기업 대표 아들, 초소형카메라로 사내 몰카

피해자 "포렌식 등 부실…변호인 조력도 못 받아"

경찰 "증거 부족해…피해자 부실수사 주장 유감·억측"

보완수사 안 한 검찰 "인력 부족했다, 기록 확인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시 애월읍 서부경찰서.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시 애월읍 서부경찰서.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오영재 기자 = 제주 한 중소기업 대표 아들이 초소형카메라로 여직원들을 불법 촬영한 사건과 관련해 3년 전부터 범행을 해왔다고 자백했으나 경찰이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증거만 확보해 결론을 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피해자는 부실수사를 주장하는 반면 경찰은 정당한 수사라며 유감을 표했다. 검찰마저 보완수사를 하지 않으면서 사건은 1심 선고를 코앞에 두고 있다.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3단독 김희진 부장판사는 오는 16일 오전 10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40대)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건 수사는 제주서부경찰서가 맡았고 지난해 8월11일 검찰에 송치했다. 제주지검은 지난해 12월30일 기소했다.

◇회사 여직원 화장실 내 초소형카메라…범인은 대표 아들

사건은 지난해 7월18일 금요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전 제주시 한 중소기업 여자화장실 용변칸에서 여직원이 수상한 카메라를 발견했다. 가로 2.5㎝·세로 2.5㎝ 초소형 불법 촬영 카메라였다. 피해 직원은 곧바로 카메라를 들고 회사 임원에게 알렸다.

공교롭게도 해당 임원이 범인이였다. 기업 대표 아들인 A(40대)씨가 설치한 '몰카'였던 것이다. A씨는 범행이 발각됐음에도 상황을 모면할 뿐 자신의 소행임을 알리지 않았다.

사 측은 성희롱 사안을 인지하고도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틀이 지나 돌아오는 월요일인 7월20일께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회사 화장실 등을 수색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결국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으나 일부 영상물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늦장 신고를 한 사 측은 올해 1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뉴시스는 반론 보장을 위해 이달 3일 방문 및 통화를 시도했으나 사 측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책상 밑에도 있었다…"3년 전부터 범행" 실토

A씨의 몰카 범행은 화장실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이뤄졌다. 그는 당시 경찰에 '약 3년 전부터 범행한 것 같다'는 취지로 자백했다.

A씨는 2023년 11월 즈음 온라인을 통해 회삿돈으로 내시경카메라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회사는 제조업이다. 내시경카메라는 업무와 무관하다.

그는 이 카메라를 또다른 피해 여직원 책상 밑에 설치했다. 이후 유선으로 휴대폰과 연결했다. 자신의 책상과 근접한 같은 부서 여직원 치마 밑 등을 불법 촬영하고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일부는 녹화해 저장하기도 했다.

특히 A씨는 피해 여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한 뒤 자리에 앉으면 휴대폰을 보는 척 범행했다. 피해 직원의 정신적 충격과 고통이 상당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경찰 수사 결과 범행 기간 두 달도 못 미쳐…"증거가 없어"

3년 전 부터 범행했다는 A씨의 자백이 무색하게도 경찰이 수사한 결과는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 뉴시스가 입수한 이 사건 공소장에는 A씨의 범죄사실이 두 가지로 기재됐다.

최초 발각됐던 지난해 7월18일 여자화장실 범행은 이날 한 차례에 그쳤다. 책상 밑 몰카의 경우 2024년 5월31일부터 같은 해 7월18일까지 49일 간 행해졌다고 적시됐다.

하지만 A씨는 2024년 5월31일 이전에도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찰이 증거를 찾지 못했다.

형사소송법 상 피의자의 자백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이런 증거를 수집해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책임이다.

◇피해자 "범행 장소 있던 PC 포렌식해야"…경찰은 검색만

피해 여직원들은 경찰 수사를 불신하고 있다. 수사 초기 피의자 자백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단순히 드러나지 않은 범행에 대한 불안함과 억울함 때문이 아니다. 수사과정에서도 여러 의문을 제기헀다.

첫번째는 A씨가 회사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업무용 PC다. 피해직원은 수사 초기 해당 PC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취재 결과 경찰은 A씨가 임의로 제출한 휴대폰과 가정에 있는 PC에 대해서만 포렌식을 진행했다. 피의자가 '주는대로만' 수사한 것이다. 강제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요청했던 사무실 내 PC의 경우 동영상 파일(확장자명)을 검색한 뒤 별다른 파일이 나오지 않자 조사를 끝냈다.

PC 내 파일을 삭제하면 확장자명은 검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피해자 측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삭제된 영상물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한 것이다.

◇피해 여직원 "증거 부실해 3년 자백 삭제돼…오히려 범죄 줄여준 꼴"

피해 여직원은 "피의자가 자수한 내용이 있는데도 경찰은 자신들이 찾은 증거만 적용해 어이가 없다"며 "범죄자가 '이 만큼 범죄를 저질렀습니다'고 자백했는데도 오히려 범죄를 줄여주는 효과가 나온 것 같다. 3년이라고 자백한 내용이 삭제됐다"고 분개했다.

또 "경찰서에 가서 홀로 조사를 받았다. 변호인을 동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 등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국선변호인이 곧 연락갈거다'는 말만 하고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서에서 '언제쯤 송치될 것'이라고 알려줬다. 날짜에 맞춰 사선변호인을 선임해 대응하려 했다"며 "그런데 예고도 없이 일찍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덧붙였다.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A씨는 현재까지 피해직원 2명으로부터 용서 받지 못했다. 재판 과정에서 형사 공탁금을 걸었으나 피해자들 모두 수령 의사를 거절했다.

◇경찰 "자백 중요하지만 증거 없어…부실수사 주장 유감"

경찰은 "범행이 장기간 이뤄졌다는 A씨의 진술과 실제 수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특정된 범행의 범위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당시 확보된 전자정보 및 기타 수사자료를 종합해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범죄사실을 특정해 송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무실 PC 포렌식을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PC가 범죄에 이용된 정황이 확인돼야 가능하다"며 "디지털포렌식은 피해자의 요청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범죄혐의 관련 여부를 기준으로 필요성과 상당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송치 날짜 변경 사유와 변호인 조력과 관련해 "송치 날짜는 수사 진행 상황이나 사건 처리 일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며 "국선변호인 선정을 고지받았기에 변호인 조력을 배제하려고 했다는 주장은 억측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확인되지 않은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부실수사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 보완수사 없이 방치 의혹…"경찰·검찰 모두 손 놓은 것"

이 사건 수사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절차로 검찰의 보완수사가 있다. 가장 큰 의혹은 A씨의 자백과 수사결과가 상이한 점이다.

하지만 제주지검은 지난해 8월 제주서부서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이후 공소 제기까지 약 4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현재 기록이 법원에 있고 수사를 담당한 검사도 현재 제주에 있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며 "지난해 제주 평검사들이 특검 등에 파견을 많이 가서 인력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 사건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3년 전부터 범행했다'고 하는데 피해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억울할 일"이라며 "강제수사라던가 그런 액션이 전혀 없었다. 대단히 소극적으로 수사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범행 기간 내 영상을 찾지 못하면 당연히 강제수사를 통해 PC 등을 확인해야 될 필요성이 생긴다"며 "몰카 범죄의 경우 상습성 여부가 형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수사했다기 보단 신고가 들어와 최소한의 범위에서 수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 검찰 전부 다 책임이 있다. 둘 다 손을 놓은 것"이라며 "이미 기소가 된 상태여서 재조사 이런 부분은 굉장히 어려워 보인다. 제주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 수사기관이 이런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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