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모은 그림 꺼냈다…코리아나 유상옥 컬렉션 '산수와 풍경'
등록 2026.09.16 08:41:08수정 2026.09.16 08:44:26
코리아나미술관 소장품전…11월27일까지
노수현·이상범·허련·김인승 등 26인 49점

코리아나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산수/풍경'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산수와 풍경은 같은 자연을 그리지만 같은 그림은 아니다.
산수에는 눈앞의 자연뿐 아니라 화가가 마음속에 품은 이상과 생각이 들어갔다. 근대로 넘어오며 유화와 서구 풍경화가 수용되자 자연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방식은 더욱 다양해졌다. 화가들은 산과 들, 고궁 등 구체적인 장소를 저마다의 구도와 색채, 필치로 다시 구성했다.
조선 후기 남종화에서 근현대 회화까지, 한국 화가들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열렸다.
코리아나미술관은 소장품 기획전 '산수/풍경 山水/風景'을 오는 11월27일까지 개최한다. 김기창, 노수현, 이상범, 변관식, 서세옥, 허련, 허건, 김인승, 손응성, 이종상 등 26명의 회화와 오브제 49점을 선보인다.

코리아나 미술관 설립자 유상옥 회장 *재판매 및 DB 금지
반세기 수집한 산수와 풍경
코리아나미술관은 코리아나화장품이 운영하는 사립미술관으로 2003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스페이스 씨에 문을 열었다. 유 회장이 오랜 기간 수집한 작품을 기반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전시를 열어왔다.
한학과 시·서·화를 공부하며 한국 미술에 관심을 키운 유 회장은 두산 정술원의 '산수도'를 시작으로 수집 범위를 한국 근현대미술 전반으로 넓혔다. 고미술품과 함께 산수·풍경화와 미인도를 중점적으로 수집했다.
특히 1971년 신문회관에서 열린 '동양화6대가전'을 직접 본 경험은 산수·풍경화에 대한 관심을 깊게 하고 수집을 이어가는 계기가 됐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모인 작품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한국 회화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보여준다.
전시 제목 '산수/풍경' 사이의 빗금(/)도 의미가 있다. 산수와 풍경을 나누는 동시에 연결한다. 전통적인 먹과 붓에 실제 경관에 대한 관찰과 사생, 서양화의 원근법과 색채, 작가 개인의 기억과 감각이 더해지면서 자연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코리아나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산수/풍경'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먹으로 그린 산, 유화로 담은 고궁
1부에서는 전통 산수가 실제 경관에 대한 관찰과 사생을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살핀다.
심산 노수현의 1970년대 작품 '춘경산수도'는 분홍과 녹색의 담채와 절제된 필묵으로 봄날 산수의 정취를 담았다. 청전 이상범의 1967년작 '산고수장'은 높이 솟은 산과 굽이치는 물길, 그 사이를 지나는 촌부를 한 화면에 넣었다. 사생을 바탕으로 한국의 산야와 농촌을 그린 이상범 특유의 향토적 풍경이 드러난다.
2부에 들어서면 자연을 보는 방식이 달라진다. 1910년대 이후 유화와 서구 풍경화가 수용되면서 화가들은 구체적인 장소를 각자의 구도와 색채로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김인승의 1969년작 '설경'은 눈 덮인 궁원의 풍경을 유화로 포착했다. 손응성의 1963년작 '비원'에서는 창덕궁 후원의 정자와 연못이 세밀한 붓질로 되살아난다.
한국화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이종상의 1983년작 '형제봉 우하경'은 화면 중앙에 짙은 청색의 산봉우리를 세우고 먹의 번짐과 여백으로 비와 안개에 잠긴 산을 표현했다. 전통 산수의 조형 언어에 현대적인 감각을 끌어들였다.

허련, 영요성감(影搖聲撼), 종이에 먹, 77.5x36.5cm, 연도미상 *재판매 및 DB 금지
몸은 머물고 마음은 산수를 거닌다
소치 허련의 '영요성감'은 굽이치는 소나무와 농담을 달리한 먹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의 기운을 그렸다. 그의 화맥을 이은 남농 허건의 '송운'에서는 힘찬 필묵으로 그린 소나무가 등장한다. 자연은 눈앞의 경관을 넘어 장수와 지조, 삶의 염원을 담는 상징이 된다.
동아시아에서는 그림 속 산수를 감상하는 방식을 '와유(臥遊)'라고 했다. 몸은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마음으로 그림 속 산수를 거닌다는 뜻이다.
유상옥 회장이 50년에 걸쳐 모은 그림들도 서로 다른 자연을 보여준다. 같은 자연도 시대와 화가의 눈을 거치면 전혀 다른 산수와 풍경이 된다.
강남 한복판에서 반세기 동안 한 점씩 모인 산수화를 따라 시간과 자연을 함께 거닐어볼 수 있다.
전시는 11월27일까지.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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