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여자는 섹스 베테랑

일반적으로 성욕은 성행위를 하고 싶은 욕망이나 충동으로, 남녀 간의 실질적 성생활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대단히 중요한 원동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욕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는 무척 힘들다.
진정 성욕이란 무엇일까?
TV중독자의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하기엔 부족함이 너무 많은 성욕의 본질을 살펴보자. 세포 하나가 곧 몸뚱이 전체인 단세포생물이건, 다세포생물 중 최고로 진화한 인간이건, 모든 생물은 자기보존과 종족보존이 가장 큰 사명이다. 자연은 생물들에게 이 두 가지 사명을 달성토록 하기 위해 식욕과 성욕이라는 본능을 부여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우리는 생명을 지탱하기 위해선 반드시 먹어야 하니 이런 자기보존 본능이 식욕이고, 자가수정이 불가능한 모든 생물들은 종족보존을 위해 이성간 합치(合致)가 불가피하니 이게 바로 본능적인 성욕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인간은 성을 한낱 종족유지라는 생식(生殖)본능으로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쾌락의 수단으로도 추구한다는 게 문제이다.
가령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의 산해진미(山海珍味)를 살겠다는 일념으로 입속에 꾸역꾸역 집어넣지는 않듯이, 인간은 이성간의 성관계에서도 2세 탄생만을 위해 의무방어전을 치르지는 않는다. 이런 까닭에 학자들은 성욕에 대한 개념 정립에 무척 골머리를 앓았다.
어떤 학자는 종족보존 욕구에 치중해 성욕을 ‘생식에 대한 충동’이라 규정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공감하듯이 성욕을 단지 종족보존을 위한 충동적 욕구로만 정의하기엔 너무도 미흡하다. 물론 성관계로 2세가 탄생해서 종족이 보존된다는 사실은 틀림없지만, 발정기가 따로 없는 인간에게는 단지 목적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성욕이 ‘생식에 대한 충동’이라면, 인간 여성에게는 더더욱 적용할 수 없는 개념이다. 여성은 배란이 있어야 생식이 가능하지만, 배란이 끝나고도 성욕이 있고 성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저명한 인류학자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여성이야말로 ‘섹스 베테랑(sex veteran)’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편 프로이드(Freud)는 성욕을 ‘쾌감을 찾는 정신상태’라 주장했다. 이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정신분석학자가 말하는 쾌감의 의미는 너무 광범위해서, 가령 대소변을 배출할 때 느끼는 저급한 쾌감에서부터 오르가즘과 같은 무아경의 쾌감까지가 모두 포함된다. 아무튼 프로이드는 단순 미분화된 쾌감부터 실로 복잡한 쾌감까지 쾌감을 찾는 정신상태가 곧 성욕이며,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성욕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부자간의 사랑, 친구애, 동포애 등 적어도 사랑이라는 말에 포함된 일체의 행동도 모두 성욕이라는 정신적 에너지의 발로(發露)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의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으레 같은 의미라고 여겨지는 ‘성적인 것’과 ‘성기적인 것’, 또 ‘성애적인 것’ 등을 명확히 구별해야 하고, 또 흔히 성욕과 동의어로 생각하는 ‘리비도(libido)’에 대한 통찰도 뒤따라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일단 접어 두고, 어찌됐던 프로이드는 성욕을 ‘쾌감을 찾는 정신상태’라 규정했으니, 이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하등동물의 생식행동이나 교미에 단순하더라도 쾌감이 수반되는지는 매우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간 이외의 고등한 동물에서도, 인간의 오르가즘과 비슷한 현상이 관찰됐다는 연구도 발표돼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성욕은 생식을 위한 충동과 쾌감을 찾는 정신상태가 혼재된 것이라는 개념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목적이 생식이건 쾌감이건 인간의 성욕은, ‘어떤 행동에 의해 자신의 성적 욕구가 충족되는 것을 기대하는 정신상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 아울러 본능이라는 뉘앙스(nuance)가 강한 성욕보다는 일종의 정신적 에너지로써의 성적 추진력이란 의미로 ‘성충동(sexual impulse)’이란 용어를 사용하자는 학자들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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