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노배우가 했다면, 봤을까…박해일의 '이적요'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한국영화 '은교'에 출연한 배우 박해일이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까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적요'를 훌훌 털어버린 듯 말했지만, 그는 '이적요'와 박해일의 중간에 있다. 검고 짧은 머리, 베이지 가죽재킷 등은 30대로 돌아온 듯 보였으나 질문 하나를 붙들고 창밖을 바라보면서 명상에 빠지는 모습에서는 '이적요'가 겹친다.
"30대인 내가 이적요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감독과 충분히 얘기를 주고받으며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그 나잇대가 아니면 이해되지 않는 감정들을 풀어 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 폭이 큰 장면보다는 일상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감정이 더 어려웠다."
대사 하나 없이 차를 타거나 젊은 시절의 '이적요'와는 다른 노인의 느린 손동작 하나하나가 그랬다. 욕심을 내면 오히려 튀어보였다. "'은교'의 이적요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최대한 절제하면서 그때 보이는 감정을 끄집어내고자 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그 부분은 신경을 많이 썼다. 무엇을 안 하면서 감정을 보여주는 것…. 평생 힘들 것 같은 연기다."
끝까지 고심한 것은 목소리다. 외양은 특수분장팀의 노고로 완벽한 70대로 탄생했지만 목소리만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박해일과 정지우(44) 감독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고자 했고 시사회 후 "초반 목소리 톤이 어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한국영화 '은교'에 출연한 배우 박해일이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까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특수분장도 만만치 않았다. 테스트 작업에만 3개월 이상이 걸렸고 얼굴과 목, 손 등 실리콘을 붙여 전체를 완성하는 작업은 12시간이 걸렸다. 속도가 붙어 8시간으로 줄었다고 하더라도 박해일은 분장을 받는 내내 알레르기 약을 복용하고 홀로 이른 새벽 촬영장을 찾아야 했다.
"분장할 때는 정말 사소한 것들, 쓸데없는 생각까지 다 해봤다. 나중에는 생각하기 싫어서 영화에 어울리는 노래도 틀어주고 '은교' 서지우와 은교 대사를 녹음해서 들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나이가 들면 생각이 많아진다고 하지 않는가? 어느 순간 '이적요'와 겹쳐지는 느낌도 들었다"는 고백이다.
"아무래도 '은교'를 찍으며 '나이가 든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특수분장을 한 내 모습을 보면 실감이 났다. '젊은 내가 왜 이걸 해야하나'라는 원망도 했다. 극중 젊은 이적요가 뛰어다니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청춘이 좋다고 느꼈다. 이 영화를 통해 젊음과 늙음에 대해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한국영화 '은교'에 출연한 배우 박해일이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까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마지막 말에서는 아쉬움이 드러났다. "'최종병기 활' 때는 계속 활만 쏘고 싶었었어요. '이적요'도 특수분장 기념으로 실리콘을 달라고 했어요. 눈썹부터 팔, 얼굴 등 부분들을 집으로 가져갔는데 과연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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