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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자! 떠나자-중국 후베이성 이창·언스

등록 2013.09.30 14:59:53수정 2016.12.28 08: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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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중국)=뉴시스】싼샤런자. 투자족 소년소녀가 전통복색으로 옛 투자족 남성이 피리를 불어 구애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이창·언스(중국)=뉴시스】김정환 기자 = 중부, 양쯔강(揚子江) 하류, 둥팅호(洞庭湖) 북쪽에 있는 후베이(湖北)성은 아직까지 한국인에게는 낯선 지역이다. 그나마 성도 우한(武漢)이 조금 알려졌을 정도다. 그것도 지난 여름, 기온이 40도가 넘을 정도로 펄펄 끓어 아스팔트에서 계란 프라이가 가능하고 자동차 보닛 위에서 삼겹살을 구울 수 있는 중국의 ‘3대 화로’, ‘4대 찜통’이라는 다소 부정적일 수 있는 중국발 뉴스 탓이다. 그러나 우한에도 폭염을 무릅쓰고 찾을만한 숨겨진 매력이 있는 것처럼 후베이성에는 다른 가볼만한 관광지들이 분명히 있다.

 바로 중국의 소수민족 투자(土家)족의 거주지인 이창(宜昌)시와 언스(恩施)시다.이웃 후난(湖南)성의 장자제(張家界)나 안후이(安徽)성의 황산(黃山)과 달리 한국인이 아직 잘 모르는 곳이라는 것이 장점이다.

 9월8일 부산에서 에어부산 전세기를 타고 2시간30분을 날아 우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비가 와서  많이 시원해졌다는 우한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시내를 조금 둘러본 뒤 전세버스에 탑승해 4시간 가량 달려 이창시에 도착했다. 이창시에서 다시 2시간 가량을 가면 도착하는 곳이 언스시다.

 두 도시에서 우리는 친절하고 온순하면서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가진 투자족을 만날 수 있다.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중 6번째로 큰 소수민족이다. 후베이성과 후난성에 800만명이 분포돼 있다.

 투자족은 중원의 지배자가된 한족에게 쫓겨 양쯔강을 거슬러 오른다. 부족의 지도자인 파무상은 후베이성 염양에 당도했을 때 그만 중병에 걸리고 만다. 죽어가던 파무상 앞에 아름다운 여신이 나타난다. 파무상은 여신의 극진한 간호를 받고 완쾌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여신은 파무상에게 자신과 결혼해 그곳에 터를 잡고 살 것을 권한다. 그러나 파무상에게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있었다. 몰락한 부족을 이끌고 좀 더 안전한 지역, 더 나은 터전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신은 파무상을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파무상은 어쩔 수 없이 부족을 이끌고 몰래 길을 떠난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여신은 새와 곤충들을 동원해 하늘을 뒤덮어 빛을 감춰 더 이상 갈 수 없게 만든다. 파무상은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쏴 새와 곤충들을 쫓는다. 빛은 되찾았지만 화살을 가슴에 맞은 여신이 하늘에서 추락한다.

 사랑했던 여신의 죽음을 알게 됐지만 멈출 수 없는 일이었다. 파무상은 부족을 이끌고 양쯔강의 지류인 청강을 지나 언스에 도착한다. 언스에 도착한 파무상과 토가족은 번영을 이루게 되고 파무상은 여신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된다. 파무상은 죽어서 백호가 돼 여신의 영혼과 만나 사랑을 이루고 싶다고 유언한다. 이후 투자족은 백호를 수호신으로 숭배하고, 여신을 황후로 떠받을어 파무상과 함께 매년 기리고 있다.

【이창(중국)=뉴시스】싼샤런자의 하이라이트. 투자족 전통 혼례를 재연한 것이다.

 투자족에게 전해내려오는 신비롭고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곳이 언스시의 토사성이다.

 옛 투자족의 왕성으로 전해지는 이 성에는 파무상, 여신, 파무상의 환생이라는 백호 등의 조각상이 설치돼 관광객들을 전설 속으로 이끌어간다.

 토가성에서는 전설 속 사랑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옛날 투자족 젊은이들의 사랑도 엿볼 수 있다. 노래와 춤을 사랑하고 재능도 뛰어난 투자족답게 성 안에 마련된 작은 공연장에서는 그들의 사랑을 주제로 한 전통 공연이 수시로 열려 관광객을 즐겁게 한다. 고유 의상을 차려입은 투자족 젊은이 10여 명이 무대에 올라 조상들이 어떻게 상대를 만나고, 어떤 방식으로 구애하며, 어떻게 사랑을 시작하는지를 노래와 춤으로 재현해 보인다. 노랫말은 중국어라 알아들을 수 없지만 흥겨운 곡조와 경쾌한 리듬 그리고 젊은이들의 해맑은 표정과 밝은 미소에 지켜보는 내내 어깨춤이 절로난다.

 투자족의 사랑에 흥미를 가졌다면 그들의 전통 결혼식은 어떨까.

 이창시의 대표 투자족 관광지인 ‘싼샤런자(三峽人家)’에서 접할 수 있다.

 싼샤런자는 투자족의 전통 생활양식 속으로 직접 들어가볼 수 있게 꾸며진 자연관광지다. 유람선을 타고 양쯔강 지류를 따라 20여 분을 가면 싼샤런자다. 배에서 내릴 무렵 신명나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투자족 어부 복장을 한 남성들이 배를 물에서 뭍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고 옛날 어부들의 생활상을 재현하는 것이다.

【이창(중국(=뉴시스】싼샤런자의 비경. 별유천지비인간이 따로 없다.

 냇가 옆으로 잘 닦여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어부들이 길들여진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쪽배 위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소녀도 만날 수 있다. 좀 더 가면 다리 위에서 소년이 피리를 불며 소녀에게 구애하는 광경도 등장한다. 모두 다 연출된 것들이다. 그러나 그 모습들이 산과 물이 어우러진 싼샤런자의 아름다운 자연풍광 속에서 펼쳐지니 관광객들은 실제로 옛 투자족 속으로 타임슬립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진다.

 이제 도착하는 곳이 바로 전통공연장이다. 전통복장을 한 투자족 공연단이 나와 공연을 펼친 뒤 간단한 이벤트로 남성 관광객 한 명을 뽑는다. 공연단에 이끌려 관광객이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뒤 혼례 행렬이 등장한다. 길잡이, 들러리의 뒤를 신부와 신랑이 따른다. 신부의 얼굴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신랑은 바로 그 관광객이다. 이윽고 혼례식이 거행된다. 신랑은 신부의 베일을 걷어 비로소 얼굴을 보게 된다. 신랑의 만면에 피어나는 만족스러운 미소. 방년 18세의 미모의 투자족 소녀다. 두 사람은 합환주를 나눠 마신 뒤 다시 혼례행렬을 따라 건물 2층으로 올라간다. 잠시 뒤 두 사람이 키스를 하는 실루엣이 비쳐지고 두 사람이 포옹하며 침상으로 쓰러지는 듯하더니 곧 불이 꺼진다.

 잠시 뒤 나온 남성 관광객에게 2층방에서 연출된 키스와 포옹에 관한 다른 남성 관광객들의 질투 섞인 질문이 쏟아진다. 하지만 입에 자물쇠를 채운 듯 침묵으로 일관한다. 모든 것은 자신만의 추억으로 남기려는 듯하다.

 ◇여행 안내= 롯데관광이 우한·이창·언스 등 후베이성 주요 관광지를 5박7일 일정으로 돌아보는 패키지 상품 ‘新장강삼협,은시대협곡+청강화랑 7일’(부산 김해공항 출발)을 판매 중이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에어부산 전세기를 이용해 10월3, 8, 13, 18, 23, 28일과 11월2일에 출발한다. 노팁 노쇼핑. 99만9000원. 단 단체비자 발급비(2만5000원) 등 개인경비는 불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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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46호(10월7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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