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해상왕 장보고의 발자취를 찾아

약 1200여 년전 해상왕 장보고가 오고갔던 이 항로를 지금은 인천항에서 배로 13시간, 비행기로는 2시간만에 갈 수 있다.
지난 11일 인천국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중국 산둥성(山東省) 동쪽에 위치한 석도항을 향했다. 해상왕 장보고가 활동하던 당시 석도항은 북로항로를 통해야만 한반도로 갈 수 있었다.
연안에는 석도(石島)항을 중심으로 포구와 마을이 생겨났고, 이곳에 신라인들이 모여 신라방이 형성됐다. 지금은 각종 전자제품을 사들고 중국으로 향하는 '현대판 보따리상'들이 대부분이지만, 당시에는 신라에서 만든 비단, 양초, 향신료 등을 실어날랐을 것이다.
장보고의 발길을 되짚어보는 행로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 일행 중에는 높은 파도로 인해 극심한 멀미에 시달리기도 했다.
장보고는 당나라에 있는 신라인의 정체성·결집을 위해 산둥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불교사원인 적산법화원을 세웠다. 적산법화원은 1972년 터가 발견된 뒤 1989년 다시 지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장보고가 세운 절로 확인됐다.
적산법화원에 자리한 장보고기념탑.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새겨져 있는 이 탑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세워진 외국인 기념탑이다. 1994년 7월 건립된 이 기념탑은 두 개의 기둥을 고리로 잇고 있는데 한국과 중국의 친교·화합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이어 2007년 4월 건립된 '장보고기념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기념관은 장보고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장보고 기념관 앞에 서면 거대한 동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8m 높이에 무게만 자그마치 6톤(청동)이 넘는다고 했다. 월전 장우성(1912~2005) 화백의 장보고 대사 영정을 기초로 제작된 것이다.
기념관에는 장보고기념사업회가 기증한 150여점의 유물과 청해진 발굴 유물 복제품, 장보고 시대의 무역선 복원 모형 등이 전시돼 있었다. 순수 중국자본에 의해 건립된 시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각종 설명문과 해설이 중국어와 한국어 등으로 장보고의 업적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중국의 장보고기념관 외에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서 일본 불교의 최대 종파 중 하나인 천태종의 본찰인 엔냐쿠지(延曆寺) 중심에는 '장보고 기념비'가 건립돼 있으며, 장보고의 현신으로 추정되는 적산대명신은 현대 일본인에게까지도 재물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장보고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는 적산풍경명승구(赤山風景名勝區)의 위화칭(予華靑) 부경리는 "2007년 공식 개관한 장보고기념관은 매년 40만명의 중국인과 5만여명의 한국인이 방문하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의 우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교육시설로써 자리매김 했다"고 설명했다.

'해상왕 장보고'는 그는 누구인가.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정사에 모두 기록된 유일한 민간인인 장보고(?~841년)의 이름 앞에는 흔히 해상왕 또는 무역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장보고는 '청해진 대사'로 임명됐다. 해적들을 소탕한 공으로 붙여진 이름이어서 사실상 '관직'은 아니었다고 한다.
통일신라 시대에는 진골 이상이어야 '장군'이 될 수 있었고, 관직 진출의 기회도 6두품 이상만 가능했다. 섬(전남 완도) 출신의 천민이었던 장보고는 통일신라의 관직체계상 벼슬을 할 수 없었다. '대사'는 장보고를 위해 생긴 새로운 벼슬이었던 것이다.
장보고는 전남 완도인 청해진을 중심으로 당과 신라 그리고 왜를 잇는 중개무역을 통해 극동의 작은 점에 불과했던 청해진을 동북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역과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발전시켰다. 무역과 평화적 문화 교류를 통해 우리 역사상 유래가 없는 적극적인 대외진출과 세계경영으로 동북아시아를 한민족 중심의 경제·문화 공동체로 엮어냈다.
당시 아랍에서 중국까지 이어지던 국제무역루트를 한반도와 일본으로까지 연결시킴으로써 해상실크로드를 완성하였으며, 동서양의 문화교류에 기여한 인물이다.
장보고는 불교의 후원자로서 적산법화원을 비롯해 완도와 제주에도 법화사를 건립하는가 하면 대당 유학승을 지원해 한국 불교의 주류인 선종의 구산선문의 기초를 마련했다.
장보고는 우리 역사를 빛낸 수많은 위인 중 민간인 신분으로 유일하게 중국, 일본 정사(正史)에 모두 기록된 인물로서 평화와 상생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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