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화랑가-조영학 전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지속한다. 현대의 물질적 풍요가 가져다준 윤택함은 물론 축복일 것이나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반복적이고 기계화된 일상 속에서 획일화된 인간성을 강요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나’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나친 자기방어와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 그 결과 인간성의 상실로 부조리를 절감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듯 발달이라는 미명에 가려져 산업화, 기계화만이 희망찬 미래라 여겼지만, 인간 소외나 인간과 사회라는 관계가 빚는 갈등을 일으키고 말았다.”

 세라믹 예술가 조영학(35)의 말이다. 그의 작품 제작 과정은 그래서 기계사용을 자제해 전통적인 수공예 방식으로 제작한다. “‘인간적인 삶’의 진정한 가치와 타인과의 관계 회복으로 가는 길에 대해 생각해봤다”는 그는 “이런 작업방식이 언뜻 과거로의 회귀라 여겨질 수 있지만, 잃어버렸던 혹은 무시당했던 가치를 다시금 미래로 가져오는 ‘오래된 미래’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술작품은 보편적 삶의 반영이자 작가의 경험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그는 이를 위해 일률적이고 복잡한 현대사회의 이미지와 그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이미지를 형상화할 최적의 소재와 조형 방법으로 ‘도자유닛’과 ‘동판조각’ 형태를 빌렸다.

 물레 성형과 흙가래 성형 법으로 제작된 각각의 도자유닛과 부식이나 착색을 통해 만들어진 동판 조각은 정해진 활동 범위를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을 표현한다. 중첩된 전체는 각자의 삶을 살지만, 울타리 안에 모이는 순간 개별성을 버리고 협동하기 시작하는 인간으로 구성된 현대사회를 상징한다. 더불어 작품을 단순 나열해 현대인의 ‘한계’와 현대사회의 ‘반복’을 시각화한다.

 그는 “전통적인 도자 성형법과 형태를 응용하는 과정에서 재료와 기법,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려 했다. 동판, 유리, LED 등 새로운 재료를 모색해 이를 활용한 혼합 재료로 다양한 표현을 시도하며 현대도예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그의 작품은 ‘오래된 미래’란 제목으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갤러리 엘르에 설치됐다. 동판·유리·LED 등 혼합 재료를 활용한 작품들은 전통 도자기법이 바탕이다. 가수 아이비의 도예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그의 작품은 ‘나이 덕분’인지 젊고 세련됐다.

 작품의 테마는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과 산업화로 기계화 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다. 전통적인 수공예 방식인 흙가래 성형과 물레 성형으로 제작된 도자유닛을 나열하고 중첩했다.

 도자유닛의 반복적인 나열과 중첩을 통해 현대사회의 복잡함을 가시화하고 반복적이며 기계화된 인간들에 대한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재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의 영역을 넓힌 특별한 작품도 내놨다.

 경희대 도예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국 징더전(景德鎭) 도자대학교 대학원 연구생을 수료했다. 현재 조영학 도예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 문화관광상품대전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전남공예품 대전 대상 등 20여 회의 수상경력이 있다. 전시는 12월13일까지 열린다. 02-790-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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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55호(12월9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