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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역마살, 떠나지 않고는 견딜수없다…영화 ‘온 더 로드’

등록 2014.03.27 14:21:35수정 2016.12.28 12: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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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미국 비트문학의 선구자 잭 케루악(1922~1969)의 ‘길 위에서(On the Road·1957)’를 영상화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27일 개봉한 ‘온 더 로드’(2012)는 일단 영화 외적인 부분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자전적 원작소설을 아는 이들에게 가슴이 두근거릴만한 영화지만, 동시에 장황한 원작이 가진 시대정신과 문화적 가치를 안다면 결코 만족을 줄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기승전결도 없이 무작정 써내려간 기억과 사유,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아주 일부만을 시각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tekim@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미국 비트문학의 선구자 잭 케루악(1922~1969)의 ‘길 위에서(On the Road·1957)’를 영상화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27일 개봉한 ‘온 더 로드’(2012)는 일단 영화 외적인 부분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자전적 원작소설을 아는 이들에게 가슴이 두근거릴만한 영화지만, 동시에 장황한 원작이 가진 시대정신과 문화적 가치를 안다면 결코 만족을 줄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기승전결도 없이 무작정 써내려간 기억과 사유,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아주 일부만을 시각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살며 콜로라도주 덴버, 캘리포니아주 샐마, 캠벨, 샌프란시스코, 노스캐럴라이나, 텍사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등 미국을 종횡무진 떠돌고 멕시코시티로 여행까지 수년을 길 위에서 보낸 잭 케루악은 1940년대부터 이 소설을 구상했다. 1951년 3주 만에 즉흥적으로 퇴고한 원고는 1957년에야 출판할 수 있었다. 재즈와 시, 약물과 섹스가 난무하는 방랑과 저항으로 점철된 젊은이들의 삶의 방식을 그린 이 작품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비트세대와 반문화를 정의하는 역할을 했다.

 1920년대 대공황을 겪은 상실의 시대에 태어나 전쟁을 겪은 이들 세대는 기성세대를 부정하고 삶에 안주하는 것을 거부하며, 1960년대 등장하는 히피의 정신적 기조를 이룬다. 잭 케루악은 비트문학그룹을 이루던 실존인물들을 모델로 삼아 그들과 함께한 여정과 그를 통한 내면적 성숙을 글로 썼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미국 비트문학의 선구자 잭 케루악(1922~1969)의 ‘길 위에서(On the Road·1957)’를 영상화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27일 개봉한 ‘온 더 로드’(2012)는 일단 영화 외적인 부분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자전적 원작소설을 아는 이들에게 가슴이 두근거릴만한 영화지만, 동시에 장황한 원작이 가진 시대정신과 문화적 가치를 안다면 결코 만족을 줄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기승전결도 없이 무작정 써내려간 기억과 사유,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아주 일부만을 시각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tekim@newsis.com

 자신의 모습을 아버지의 죽음 이후 공허감에 빠진 젊은 작가 샐 파라다이스에 담았고, 닐 캐서디(1926~1968)를 어려서 헤어진 아버지를 찾아 헤매며 길거리 생활을 하는 딕 모리아티로 만들었다. ‘도둑일기’를 쓴 프랑스 작가 장 주네처럼 그도 끊임없는 도둑질로 소년원을 들락거렸다. 15세에 닐 캐서디와 첫 번째 결혼을 하는 루앤 헨더슨은 메리루, 두 번째 아내인 캐럴린 캐서디(1923~2013)는 카밀로 형상화된다. 유대계 동성애자 시인이었던 앨런 긴즈버그(1926~1997)는 카를로 막스, ‘네이키드 런치’의 작가인 윌리엄 S 버로스(1914~1997)는 불 리, 그와 사실혼 관계였던 조앤 불머(1923~1951)는 제인으로 각각 등장한다.

 영화화된 것도 극적이다. 잭 케루악은 1957년 말론 브랜도(1924~2004)에게 편지를 보내 이 소설의 영화화를 제안했다. 자신이 샐 역을, 브랜도가 닐 역을 맡았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답장을 받지 못했지만 워너브러더스가 11만 달러에 판권을 사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에이전시가 15만 달러에 파라마운트픽처스에 팔려다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요구로 결국 계약이 무산됐다.

 ‘대부’의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75)가 1979년 판권을 사들여 작가들을 고용해 각색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스스로도 아들 로만 코폴라(49)와 함께 시나리오를 써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1995년에 16㎜ 흑백필름으로 찍겠다며 앨런 긴즈버그를 참석시킨 오디션을 열기도 했으나 무산됐고, 몇 년 뒤 에단 호크를 샐 역에, 브래드 피트를 딘 역에 캐스팅하려했던 프로젝트도 엎어졌다. 코폴라는 2001년 급기야 소설가 러셀 뱅크스에게 각본을 쓰게 하고, 감독 조엘 슈마허와 배우 빌리 크루덥, 콜린 패럴의 조합으로 영화화를 시도했으나 이 또한 보류됐다. 장 뤽 고다르와 구스 반 산트도 연출자로 언급됐던, 그야말로 수십 년에 걸친 고투였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미국 비트문학의 선구자 잭 케루악(1922~1969)의 ‘길 위에서(On the Road·1957)’를 영상화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27일 개봉한 ‘온 더 로드’(2012)는 일단 영화 외적인 부분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자전적 원작소설을 아는 이들에게 가슴이 두근거릴만한 영화지만, 동시에 장황한 원작이 가진 시대정신과 문화적 가치를 안다면 결코 만족을 줄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기승전결도 없이 무작정 써내려간 기억과 사유,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아주 일부만을 시각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tekim@newsis.com

 마침내 ‘중앙역’(1998)으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모터사이클 다이어리’(2004)로 칸영화제 에큐메니컬상을 타는 등 로드무비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브라질 출신의 월터 살레스(58)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됐다. 2004년부터 각색 작업과 캐스팅에 들어가 8년 만에 완성하며 2012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다. 감독은 원작의 여러 버전을 조사해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려했다고 밝혔다.

 샐 역은 영국 출신의 샘 라일리(34), 딕 역은 ‘트로이’(2004)에서 브래드 피트의 사촌 역으로 데뷔한 개럿 헤드룬드(30), 메리루 역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헤로인 크리스틴 스튜어트(24), 카밀 역은 아역스타 출신 커스틴 던스트(32), 카를로 역은 미녀배우 시에나 밀러(33)의 연인으로 유명한 영국배우 톰 스터리지(29), 불 리 역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비고 모텐슨(56), 제인 역은 연기파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에이미 애덤스(40)가 각각 맡게 됐다.

 원작은 500페이지가 넘는 삶의 한 시기의 기록이다. 영화는 샐 혼자, 혹은 그에게 큰 영감을 주는 다듬어지지 않은 본성의 딕, 그의 전처이면서 정부로 남아있는 메리루, 현대의 음유시인 카를로 등이 어울려 젊음을 즐기고 미국대륙을 가로지르고 멕시코까지 향하는 긴 여정을 시각화해 보여준다. 샐이 길 위에서 겪고 느낀 바를 137분 길이의 필름에 다 담는 것은 무리지만 도보여행을 해 본 이라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들이 빼곡히 담겼다. 영화는 그 혹은 그들의 여행에 동승한 듯한 기분을 잘 살린 것이 최대 장점이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미국 비트문학의 선구자 잭 케루악(1922~1969)의 ‘길 위에서(On the Road·1957)’를 영상화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27일 개봉한 ‘온 더 로드’(2012)는 일단 영화 외적인 부분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자전적 원작소설을 아는 이들에게 가슴이 두근거릴만한 영화지만, 동시에 장황한 원작이 가진 시대정신과 문화적 가치를 안다면 결코 만족을 줄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기승전결도 없이 무작정 써내려간 기억과 사유,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아주 일부만을 시각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tekim@newsis.com

 샐은 배낭 하나 달랑 매고 걷거나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차를 히치하이킹해 얻어 타고 정처없이 여행을 이어간다. 일거리를 찾아 이동하는 노동자들과 어울려 노래를 부르거나 돈이 떨어지면 육체노동으로 일당을 벌기도 하면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단상들을 끊임없이 기록한다. 이러한 기행은 구도를 위해 걷는 순례자나 문학적 영감을 찾아 헤매는 방랑시인의 모습처럼 낭만적으로 그려진다.

 이 세월 동안 샐은 캘리포니아 목화농장의 떠돌이 일꾼들과 어울려 일하며 히스패닉 미혼모와 짧은 동거를 하기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갖는다. 고행 중에도 써야할 책에 대한 구상을 놓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야성적이고 제멋대로인 딕은 샐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치명적 매력을 지닌 존재다. 부랑아 출신의 그는 윤리와 도덕에 얽매이지 않고 거리낌 없이 섹스하고 이 여자 저 여자를 오가며 좀도둑질과 매춘, 단순노무직으로 살아간다. 그에게 괴로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리면서도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놓지 않으며 문학적 열정을 키워나간다.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쓰인 이 책은 샐과 마지막까지 함께하며 그의 글쓰기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아버지가 없는 세대의 상처입은 영혼들은 전후의 허무를 이기고 나름의 생을 영위해나가기 위해 방종을 택한다. 길 위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역마는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불안, 결핍에서 비롯된다. 돈 한 푼 없이도 젊음이 있으니 가능한 객기다. 이들에게는 기존의 법과 규칙, 규범 따위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 담배와 마리화나, 술과 벤제드린(각성제)에 취해 찰나주의에 빠져든다. 모든 종류의 억압으로부터 인간해방과 자유, 자아탐색이 이들의 모토였다. 지금도 젊은 영혼들을 매료시키는 이유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미국 비트문학의 선구자 잭 케루악(1922~1969)의 ‘길 위에서(On the Road·1957)’를 영상화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27일 개봉한 ‘온 더 로드’(2012)는 일단 영화 외적인 부분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자전적 원작소설을 아는 이들에게 가슴이 두근거릴만한 영화지만, 동시에 장황한 원작이 가진 시대정신과 문화적 가치를 안다면 결코 만족을 줄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기승전결도 없이 무작정 써내려간 기억과 사유,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아주 일부만을 시각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tekim@newsis.com

 영화에서는 메리루 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열연이 돋보인다. 과감한 노출로 성적 에너지를 무모하게 발산하는 10대 소녀 역을 과감하게 연기해낸다. 동물처럼 부끄럼도 거리낌도 없이 본능에 충실하다. 성은 그녀에게 존재의 이유를 확인받고 소통과 유대를 위한 도구다. 영화화 소식에 비트세대의 뮤즈였던 루앤 헨더슨의 딸 앤 마리 산토스는 어머니에 대한 사진과 정보를 가지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찾았다. 스튜어트는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루앤에 대한 의문이 풀리고 실제하는 인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고아의식과 문명에의 거부로 점철된 ‘젊은 날의 초상’은 나이가 들면서 한 때의 경험으로 잦아드는 듯 보인다. 책임져야할 자식들이 생기고 삶의 안정과 목표를 추구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샐은 딘에게 안녕을 고하고, 두루마리 종이를 타이프라이터에 꽂고 그동안 축적된 이야기들을 미친 듯이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소설과 영화는 여기서 막을 내리지만 잭 케루악을 비롯한 이 그룹의 후일담은 더더욱 영화적이다. 잭 케루악은 알코올중독과 간경변으로 47세에 피를 토하며 죽는다. 조앤 볼머는 28세의 나이에 머리에 총을 맞고 황당한 죽음을 맞았다. 동거남이었던 작가 윌리엄 S 버로스는 윌리엄 텔 놀이를 한다며 장난을 치다가 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닐 캐서디는 작가가 되는 데 성공한 후에도 역마살을 떨치지 못한다. 멕시코에서 약물 과용상태로 홀로 철로변을 걷다가 코마상태로 발견됐다가 42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숨진다. 캐럴린 캐서디는 아이들과 가정을 지키며 미술전공을 살린 전문직을 가졌고 비트그룹과의 회고록을 쓰고 90세까지 살았다. 그렇게 그들은 전설이 됐다. 영화는 정치와 사회에 무관심했던 비트세대에 걸맞게 시대적 배경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저 시대를 초월한 젊음의 표상이 되기를 원했나 보다. 기념비적인 작품을 영화화하는데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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