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빛나는 스토리텔링, 3D 글쎄…영화 '신촌좀비만화'

류 감독이 연출한 '유령'은 지난해 신촌 사령 카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학업에도, 취업에도 관심이 없는 '승호'(이다윗)는 오로지 인터넷 사령 카페에 빠져 스마트폰 단체톡 멤버들하고만 이야기를 나눈다. 방안에 누워있는 승호의 머리 위로 스마트폰 메시지가 가득 깔리는 장면은 현실 속 청소년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승호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여우비'(손수현)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핸드폰 배터리가 달아 여우비와 연락이 되지 않자 불안해하는 모습, 핸드폰을 빼앗는 선생님의 손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모습도 요즘 뉴스에서 종종 접한 장면이다.
류 감독은 이처럼 청소년 문제를 영화 곳곳에 녹여냈다. 여우비에게 '죽여줘'라는 메시지를 받고 살인을 공모하는 승호와 '비젠'(박정민)의 모습도 그렇다. 두 사람은 사령 카페를 통해 알게 됐으며 '짝사랑'이라는 공통점으로 '살인'을 공모한다. 상상 속 살인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칼을 고르고 동선을 짠다. "뼈있는 고기 칼로 잘라봤어?"라는 대사도 서슴지 않는 두 사람에게 죄의식이란 없다.
류 감독은 이 모든 것을 청소년 문제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이제 와? 밥은 먹었냐?"는 편의점 아저씨의 말에 대꾸하지 않는 장면, 양 귀를 막고 컴퓨터를 하는 모습 등은 기성세대와의 불통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누구의 잘못을 꼬집기보다는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는 감독의 의도가 적당히 묻어난다.

'너를 봤어'는 MBC TV '연애시대'에서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준 한지승 감독이 만든 좀비와 인간의 러브스토리다. '좀비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성형외과 광고, 좀비가 시각장애인 안내견 역할을 대신하는 장면 등 시작은 기발한 상상으로 출발한다.
'여울'(박기웅)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세상에 아직 감염되지 않은 인간으로 좀비들을 부리는 공장의 작업반장이다. 좀비 '시와'(남규리)는 여울을 쫓아다닌다. 시와는 여울로 인해 과로로 쓰러지게 되고, 여울은 시와를 찾아간다. 시와를 마주하는 순간 여울은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게 된다.
이 스토리가 관객에게 통하려면 3년 전쯤으로 돌아가야 할 듯싶다. 지난해 개봉한 니콜러스 홀트 주연 할리우드 좀비 로맨스 '웜 바디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만화가 강풀의 웹툰 '당신이 잠든 순간'과도 맞닿아 있다. 번뜩이는 장면은 있지만, 기존 멜로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중반부 갑자기 진행되는 뮤지컬식 대화는 거슬린다. 좀비 분장을 한 남규리는 예쁘지만 '앵앵'대는 목소리는 거슬린다.

만화를 주제로 내세운 이 영화는 현실과 판타지의 공간이 모호하다. 수민이 길을 잃고 헤매는 숲에 등장한 만화 속 주인공, 잃어버린 동생이 다시 집에 와있는 부분도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그럼에도 여주인공 김수안의 연기를 보면 모든 게 누그러진다.
실제 여덟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김수안의 자연스러운 표정연기나 행동은 입을 쩍 벌리게 만든다. 단조로운 서사도 김수안의 연기로 모두 용서가 된다. 동생과의 소풍을 위해 단무지에 케첩을 뿌려 김밥을 싸는 장면, 이불 속에서 킥킥거리며 웃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어린 나이에 그런 내공을 내뿜는 게 놀랍다.
개성 강한 세 편의 영화는 3D라는 한 지붕을 썼지만 '왜 3D로 만들었는가?'의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기에는 다소 모자란다. 시각적 효과가 큰 판타지 3D에 익숙한 탓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3D는 시각적 효과보다는 삶에 초점을 맞춰 다소 단조로워보일 수 있다. 그동안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오감도' '결혼전야' 등의 전후 이야기에 연결고리가 없어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각각의 영화는 '신촌' '좀비' '만화'라고 해석하면 된다. 러닝타임 116분, 청소년관람불가,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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