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앤디 서키스다, 유인원 '시저'가 아니다…전율의 열연

2011년 개봉한 전작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감독 루퍼트 와이어트)의 최종관객수는 약 277만명이었다.
'반격의 서막'이 정우성 주연 오락액션영화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를 누르고 극장가를 장악한 것은 단순히 할리우드의 거대자본이 투입된 작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극에 담긴 메시지가 묵직하고, 품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여름에 개봉한 영화답게 관객의 눈을 만족시킬 만한 볼거리도 갖추고 있다.
볼거리라고 한다면 역시 유인원을 마치 실제처럼 구현해낸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인원의 얼굴과 손의 주름 하나, 털오라기 하나까지 섬세하게 그려낸 CG를 두 시간 동안 감상하고 있노라면 새삼 영화 기술의 진보가 놀랍기까지 하다.

'시저'는 침팬지다. 영화의 대사로 말하면 "멍청한 원숭이(stupid monkey)"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고 나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시저, 정말 멋있다."
고도로 진화한 침팬지 '시저'는 유인원 무리의 지도자다. 그들을 이끌고 유인원만의 사회를 건설한 카리스마 넘치는 개척자다. 그는 또 여느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이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보면 반전주의자다. 가족과 유인원 집단의 평화를 지키려는 그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영화를 지탱하는 건 '시저'의 위엄이다. 이 위엄은 단순히 캐릭터가 그렇게 구축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좋은 연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게 바로 세계 최고의 모션캡처 배우 앤디 서키스(50)의 힘이다.
앤디 서키스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캐릭터인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을 연기한 배우다. 올해 개봉한 '고질라'에서 '고질라'를 연기하기도 했다. '킹콩'(2005)의 '킹콩'도 서키스의 작품이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의 '시저' 또한 서키스가 맡았다.

인간 못지 않은 지능을 가진 유인원이지만 유인원은 유인원이다. 유인원이 만들어낼 수 있는 표정은 많지 않다. 아주 미세한 변화만 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서키스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에 큰 제약을 가진 상황에서도 '시저'의 심리를 바로 그 얼굴에 담아낸다. 미묘한 차이다. 이는 개그맨 유세윤이 개코원숭이 연기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서키스도 이렇게 말했다. "유인원 연기를 하는 건 어렵지 않죠. 하지만 그게 인간의 지능을 가진 유인원이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감정을 전달하는 게 이 연기의 핵심이 되니까요."

'반격의 서막'의 두 장면을 보자. 첫 번째는 '시저'가 인간들을 10년 만에 다시 만난 영화 초반부다. 동요하는 동료들을 진정시킨 그는 '말콤'(제이슨 클락) 무리에게 명령한다. '고(Go)!' 말콤 일행이 허겁지겁 도망가는 모습이 우습지 않은 것은 '시저'의 카리스마 덕분이다. 이 유인원 지도자가 카리스마를 갖게 된 건 서키스의 힘이다.
두 번째 장면은 인간들에게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말을 타고 금문교를 건너온 '시저'의 모습이다. '시저'는 인간들에게 우리의 터전에 더는 발을 들이지 말 것을 명한다. 그리고 이 명령을 어길 시에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전포고한다. 인간인 관객은 유인원들이 말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 자체에서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시저'의 경고에 다시 한 번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서키스는 단순히 동물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동물과 인간 사이의 어떤 존재를 연기한다. 전에는 있었던 적이 없는 존재를 구체화하는 것이 서키스라는 '배우'다.

이런 배우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주지 못할 이유도 없다.
◇앤디 서키스는?
196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대학교 3학년 시절 듀크연극원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연극 연기를 하던 서키스는 90년대 초 런던에 정착하면서 드라마와 영화연기도 하게 된다. 주로 조·단역을 전전하던 그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골룸'을 연기하면서 주목받는다. 이중인격을 가진 괴물 '골룸'을 실감나게 표현하면서 각종 상을 받고 관객의 찬사를 받은 것이다. 이후 모션캡처 연기뿐만 아니라 정극 영화 연기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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