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캐스린 비글로 영화의 비밀…'캐스린 비글로-젠더를 넘어서'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캐스린 비글로-젠더를 넘어서'는 마음산책 영화감독 인터뷰집 시리즈 아홉 번째 책이다.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여성 감독의 인터뷰이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그녀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캐스린 비글로 감독은 '최초'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행보를 보여왔다. 비글로는 '샘 페킨파와 세르조 레오네 이후 그 누구도 만든 적 없는 수준의 액션'을 연출했고,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첫 여성이다. 하지만 한 번도 자기 자신이 여성으로 규정되는 걸 원치 않았다. "영화 연출을 젠더와 관련된 직업이나 스킬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넘어서 감독으로 인정받고자 노력했고, 결국 이를 모두에게 증명했다.  

 캐스린 비글로는 1951년 샌카를로스에서 페인트 공장 관리인과 도서관 사서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캐스린 비글로는 유럽 거장의 그림을 세밀하게 따라 그리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 1971년 샌프란시스코아트인스티튜트에 입학했고, 이후 뉴욕 휘트니미술관 인디펜던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캐스린 비글로는 회화를 공부하면서 수전 손택과 리처드 세라, 로버트 라우센버그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다가 퍼포먼스 아티스트 비토 아콘치의 작품을 돕는 과정에서 영상 매체의 고유한 매력을 발견, 단편영화 '셋업'으로 컬럼비아대학원 필름스쿨에 진학했다. "관객과 스크린 사이의 생리적이고 심리적인 관련성을 재고하려고 '셋업'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초기에 그녀는 추상적인 것(미술)에서 구체적인 것(영화)으로 나아가고자 안간힘을 썼다. 이 노력은 '액션'이라는 장르를 통해 조금씩 빛을 발했다. "조지 밀러와 샘 페킨파, 마틴 스코세이지, 제임스 캐머런, 월터 힐이 만든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결국 거칠고 혼란스러운 이미지에 대한 관심으로 두 번째 영화 '죽음의 키스'를 만들었다. "나는 에로틱한 흥분을 소재로 집어넣고 폭력에 성적 매력을 주입하는 것으로 그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싶었어요. 페킨파는 폭력이 명예를 논하는 언어라고,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수단이라고 보았어요. 나 자신이 반응한 게 바로 그 점이었어요."

 캐스린 비글로는 상이한 장르를 뒤섞는 실험을 감행하기도 했다. "나는 장르를 뒤집어엎고 새롭게 규정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어요. 장르는 그런 목적을 위해 존재해요"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다.  

 이렇듯 '캐스린 비글로-젠더를 넘어서'는 한때 개념미술가를 꿈꿨던 여성이 어떻게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그 치열한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기만의 미학을 완성했는지 보여준다. 전 남편 제임스 캐머런의 아성을 등에 업지 않고, 독특한 궤적으로 이력을 쌓아온 비글로. 캐스린 비글로는 엄선된 36편의 인터뷰 속에서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과감한 액션 감독이다. 윤철희 옮김, 424쪽, 1만7000원,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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