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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된 '여혐(女嫌)'…마케팅·대중문화 무차별 활용 '논란'

등록 2015.09.01 05:20:36수정 2016.12.28 15: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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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극을 이용해 광고를 게지하고 있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 적지 않은 광고에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여성상을 대화 당사자로 등장시키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여혐(女嫌)'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08.31.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극을 이용해 광고를 게지하고 있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 적지 않은 광고에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여성상을 대화 당사자로 등장시키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여혐(女嫌)'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08.31.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아 그만해, 나 임산부인 거 잊지 마라"  "(임신한 사실을) 약점 삼아 악용하진 말아라"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한 페이스북 광고 페이지의 상황극 일부다. 부부 간 말다툼 도중 자신이 '임산부'임을 강조하며 다툼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려는 아내, 그런 아내에게 충고하는 남편이라는 가상 인물의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애플리케이션 홍보를 하고 있다.

 해당 페이지는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기발한 상황극을 이용한 광고글 게시로 최근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광고에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여성상을 대화 당사자로 등장시키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여혐(女嫌:여성 혐오)'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광고인 줄 알지만…분노하는 이용자 많아

 문제는 이 페이지에 게시된 광고글이 가상의 상황 설정에 불과하지만 광고글이 게시될 때마다 실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극을 이용해 광고를 게지하고 있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 적지 않은 광고에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여성상을 대화 당사자로 등장시키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여혐(女嫌)'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08.31.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극을 이용해 광고를 게지하고 있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 적지 않은 광고에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여성상을 대화 당사자로 등장시키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여혐(女嫌)'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08.31.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최근 헤어진 남자친구가 국가고시 1차 시험에 붙자 다시 접근하는 여성을 설정한 광고글엔 "와 암걸린다(짜증난다) 뭐야 저 ××은 말투 다 뜯어버리고 싶다" "저딴 ×× 머리에 돌빈(든게 없는)티내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어머니와 함께 운동하는 남자친구를 비난하는 '개념없는' 여자친구와의 대화 상황극을 설정한 또 다른 광고글에는 "저런 김치(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말)에겐 자비가 필요 없다" "저 여자 ×나 미친×인가보다" 등 직접적이고 강한 분노를 표출하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 양모씨는 가상의 상황임을 인식하고도 "중간에 있는 어플 홍보를 그냥 지나칠 정도로 발암물질"이라고 가상의 등장인물을 평했다. 또 다른 여성 페이스북 이용자 염모씨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해당 페이지에 태그하며 "광고여도 저런 ××는 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의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해당 페이지 운영자 역시 문제의 광고글들이 여혐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 어머니와 친한 남성을 '마마보이'라고 비난하는 여성을 설정한 내용의 광고글엔 "장독대를 탈출한 김치(김치녀)를 찾았다"는 주석을 붙이기도 했다.

 ◇대중문화 속 여혐 '일상화'…여성들도 동참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극을 이용해 광고를 게지하고 있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 적지 않은 광고에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여성상을 대화 당사자로 등장시키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여혐(女嫌)'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08.31.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극을 이용해 광고를 게지하고 있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 적지 않은 광고에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여성상을 대화 당사자로 등장시키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여혐(女嫌)'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08.31.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페이스북 페이지뿐만 아니라 전파력이 높은 대중문화 내부에도 여혐 논란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논란을 빚은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출연진의 여성비하 가사 논란이 대표적 실례다.

 뿐만아니라 여성 아티스트들이 스스로 '여혐 심리'에 동참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올초 큰 흥행을 거둔 여성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진 제이스와 키썸의 신곡 '성에 안차'라는 곡이 대표적이다.

 '말하는' 여성이 명품 구입에 치중하는 '듣는' 여성들에게 쓴소리를 하는 내용의 가사를 두고 아티스트들을 옹호하는 목소리와 코르셋(외부 시선에 갇혀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자기검열하는 이들을 칭하는 말) 심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이와 관련, 젠더정치연구소 오경진 사무국장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여성의 집단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이용한 콘텐츠"라며 "무의식적 자기검열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혐오의 대상이 되길 두려워하는 여성들이 혐오 집단과 거리를 두려는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치녀라는 혐오 표현과 반대되는 '탈김치(김치녀와 반대로 속칭 '개념녀'를 일컫는 말)' 개념과 맞물리는 부분이다.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극을 이용해 광고를 게지하고 있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 적지 않은 광고에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여성상을 대화 당사자로 등장시키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여혐(女嫌)'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08.31.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극을 이용해 광고를 게지하고 있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 적지 않은 광고에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여성상을 대화 당사자로 등장시키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여혐(女嫌)'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08.31.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꾸준히 소비되는 '여혐 콘텐츠'…우려의 목소리도

 여혐 광고와 여혐 콘텐츠는 논란 속에서도 꾸준히 등장하며 심지어 인기리에 소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여혐을 이용, 광고나 대중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과 이를 수용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해당 콘텐츠가 '여성혐오'라는 인식이 없다는 것"이라며 "여혐에 대한 무지와 무의식이 여혐 콘텐츠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일종의 용감성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혐 심리를 이용한 콘텐츠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혐 광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접한 한 네티즌은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해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스토리로 위장한 광고에 질린다"며 "여혐 심리를 조장하는 광고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 김모씨는 "광고 밑에 '검색' 표시가 됐다는 점을 잊지 말라"며 광고는 광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사무국장은 "광고나 콘텐츠를 통해 같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학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복적으로 여혐 심리를 접한 소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여혐 심리를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무국장은 "특히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온라인의 경우 자정능력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며 "2015년엔 여성혐오가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를 잡았다. 이를 통해 건강한 여론이 형성되기도 하겠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혐오 심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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