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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스승 신수정 교수 "조성진, 어려서부터 기막힌 실력"

등록 2015.10.21 19:14:40수정 2016.12.28 15: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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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뉴시스】이현주 기자 = “이제 정말 자리가 잡힌 것 같다. 클래식 전용홀인 알펜시아 콘서트홀이 생긴 것이 가장 기쁘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피아니스트 신수정(68)씨는 요즘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대관령음악제가 어느덧 7회째를 맞았다. 이젠 정말 자리가 잡힌 것 같다.”  작년까지는 용평리조트에서 진행됐다. 음악회장 입장 티켓을 못 구한 사람들이 바깥에서 음악회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전용홀의 부재가 아쉬웠다. “음악제에서 가장 부족했던, 전용홀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기쁘다. 가장 중요한 점이 해결됐다.”  2012년에는 ‘뮤직텐트’도 생긴다. 실제 야외텐트는 아니지만 바깥과 하나 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지금 콘서트홀은 630석 규모로 조금 작다. 하지만 뮤직텐트는 1600석 규모로 크게 만들어진다”며 “훨씬 더 다양한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민들이 다양한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대관령국제음악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아시아 혹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하는 작품들이 익숙한 공연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려 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사람들이 새로운 작품을 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무엇이 더 ‘좋다’, ‘나쁘다’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모두 다 ‘다르다’라는 판단이다. “우리나라 국제음악제로는 통영음악제, 서울스프링축제를 들 수 있다. 통영은 현대음악 중심이고, 서울스프링은 실내악 중심”이라며 “대관령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다. 저명한 음악가들과 학생들이 함께 호흡하며 음악을 즐긴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악기들이 모인다는 것도 특기해야 한다. “올해 처음 피아노 분야가 신설됐다. 피아노는 혼자 연습하는 악기라 자기만의 세계가 굉장히 조그맣다. 하지만 여기 와서 실내악도 보고 다양한 악기들을 접하면서 피아노도 범위가 넓어진다. 학생들이 굉장히 감동받고 행복해하고 있다.”  피아노의 매력은 뭘까. “모든 악기의 기초”라는 답이 돌아온다. “현악, 관악, 성악 등 모두가 다 훌륭하지만 피아노는 음악의 기본, 화성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종합악기다.” 이런 부분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피아노가 한 가지의 음색만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피아노는 정말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갖고 있는 악기다.”  음악에서는 ‘조화’가 중요하다. 꼭 유명한, 세계적인 음악가만 음악가로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솔직히 음악하는 모든 사람들이 세계적인 연주자가 될 수는 없다. 오케스트라 수십명이 모두 다 이름을 날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 음색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그들은 인류를 아름답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높아진 우리나라의 클래식 음악 수준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예전에는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쟁쟁한 외국에서 한국에 클래식을 공부하러 온다”며 “음악 교육의 수준이 높아진 덕이다. 음악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국력도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국산 피아노가 보편화된 것도 우리나라 음악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예전에는 일부 외국 브랜드밖에 없었다. 엄청 귀했고 가격도 비쌌다”며 “하지만 영창, 삼익 등 우리나라 피아노가 보급되면서 피아노를 접하기가 쉬워졌다. 동네 피아노 학원도 엄청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피아노 신동들도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조성진(16) 등 어린 나이에 한국을 세계에 빛내고 있는 많은 피아노 천재들이 피아노 학원을 통해 발견됐다는 귀띔이다.  대관령국제음악제를 통해 ‘높은’ 대중화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KBS ‘열린음악회’의 경우 대중화하는 것은 좋은데 클래식을 대중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건 클래식을 낮춰 대중에 억지로 맞추는 것”이라며 “이런 음악제는 클래식의 격조가 내려가지 않으면서도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lovelypsyche@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세계 3대 피아노콩쿠르인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첫 우승, 우리나라의 클래식 음악사를 다시 쓴 피아니스트 조성진(21)은 '신동' 또는 '천재'라고 불린다.

 과거 인터뷰에서 "진짜 천재는 쇼팽 같은 사람이다. 나를 천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겸손함도 갖춘 그는 평범하게 피아노를 시작했다. 외동아들이라 여섯살에 엄마가 외롭지 말라고 동네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라고 했다. 본격적인 레슨은 열살 때부터 받았다. 바이올린을 6년 간 배우기도 했는데 피아노가 더 좋아서 피아니스트가 됐다.

 그가 피아노를 좋아하게 된 데에는 스승인 피아니스트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대한민국예술원 회원)와 박숙련 순천대 교수의 공이 크다. 두 사람은 조성진의 인품에도 영향을 끼쳤다.

 박 교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조성진의 레슨을 시작했고 2007년 그의 재능을 알아본 신 교수도 레슨에 합류했다. 조성진이 2012년 프랑스로 유학을 가기 전까지 두 사람은 혼신을 다했다.

 한국 피아노계의 대모로 통하는 신 교수의 "우리나라 피아노계가 야단이 났다"는 들뜬 목소리는 전화로도 생생했다. "성진이가 김선욱, 손열음의 뒤를 잘 따라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재주 많고 끼가 넘치는 젊은 피아노 연주자들이 많다"며 즐거워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에 대해서는 "완전히 우리나라의 피아노 역사를 다시 쓴다고 하면 과언일까"라면서도 "분명 대단한 음악적인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

 조성진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기가 막힌 실력이 있었다"며 "날이 갈수록 성숙해져 고귀한 품성의 연주를 하고 있다"고 봤다.

【바르샤바=AP/뉴시스】조성진, 피아니스트

 "그동안 본선은 너무 떨려서 실황 중계는 못 봤다. 오늘 아침에는 심사 결과 발표가 늦어져 더 떨렸는데 2등까지 성진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 (그가 1등인 걸 알고) 바로 행복해졌다"며 웃었다. "폴로네이즈 최고연주상도 받았는데 (본선 2차에서 연주한 쇼팽의) 폴로네이즈 연주도 보통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조성진은 강심장이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 중 한 곡을 연주해야 하는 결선 진출자 10명 가운데 평정심을 제대로 유지한 것은 사실상 조성진 한 명이다. "본선에서 결선으로 가는 동안, 갈수록 더 잘했다. 정말 잘 쳤다. 그런데 1차에서는 자신도 떨었다고 그러더라.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안쓰러웠는데 정말 잘 해냈다. 힘든 길을 잘 가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다."

 조성진이 프랑스로 간 뒤 자주는 보지 못하지만 "이제는 어엿하고 준수한 청년이 다 됐다"며 "앞으로 더 잘해나갈 거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여섯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신 교수는 6·25 동란 중이던 1952년 피란지 부산에서 제1회 이화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이후 굵직한 콩쿠를 휩쓸었고 서울대를 수석 졸업한 뒤 빈 국립음악원에 유학했다. 1969년 당시 26세 최연소로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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