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신발 수선 임명형 씨 "등산화를 창갈이해서 신는 분이 또 어디 있겠나"

【서울=뉴시스】유자비 기자 =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에 있는 송림수제화에서 임명형 사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수선을 맡겼던등선화와 같은 디자인 제품을 손에 들고 있다.
지난 1936년 문을 연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수제화 가게 '송림수제화'.
지난 1993년 어느 날, 청와대 관계자가 낡은 등산화를 들고 찾아왔다. 건네받은 등산화는 신발 밑창이 다 닳아 없어진 상태였다.
송림수제화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임명형(52) 사장은 "청와대 관계자가 높으신 분의 신발이라고 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것임을 알았다"며 "등산화는 하도 오래 신어 신발 밑창이 다 닳은 상태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새 신발을 하나 해드리려고 했으나 청와대 관계자는 수선만 해오라는 지시를 받아 극구 사양했다"며 "가택연금 때부터 온갖 고생을 함께한 신발이라 정과 애환이 많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등산화는 1970년대 김영삼 전 대통령과 연을 맺은 뒤, 민주산악회 산행 때와 가택연금 당시 상도동 자택을 거닐 때도 그와 함께했다.
임 사장은 "측근에게 가택연금 시절 이 등산화를 신고 상도동 자택 정원을 왔다갔다 계속 걸으셨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등산화 요철에 잔디가 다 눌려 죽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온갖 고생을 함께 한 신발이라 애착이 남다르셨을 것"이라며 "또 '산꾼'들은 산을 함께 오른 등산화를 잘 버리질 못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창고 속에서 김 전 대통령이 수선을 맡겼던 등산화와 같은 디자인 제품을 꺼내 보여줬다. 이 등산화는 50년의 나이를 먹었지만, 송림수제화 마크가 선명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건재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이 수십년을 함께 한 등산화는 현재 사라진 상태다.
임 사장은 "5년 전까지는 측근에게 등산화를 갖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거 뒤 알고 보니 다른 지인 분들한테 다 나눠 드렸다고 들었다. 당시 수선해드린 등산화 뿐만 아니라 다른 신발들도 우리 것을 여럿 가지고 계신 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1950년대 등산화를 만든 집은 이 가게가 유일해 김 전 대통령이 찾으셨을 것"이라며 "당시만 해도 군화나 일반 운동화를 신고 산을 올랐지, 등산화를 신은 이들은 흔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도 오래전부터 연을 맺어온 이들은 이 가게를 찾고 있다"며 "우리 수제화집은 100년 넘도록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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