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무슨 영화 볼까요?" 인기 팟캐스트 무영보

【서울=뉴시스】장윤희 기자 = "무슨 영화 볼까?"만큼 어려운 질문도 없다. 혼자 슬픈 영화를 보며 펑펑 울고 싶을 때, 무더위를 싹 날리는 오싹한 공포가 끌릴 때 어떤 영화를 골라야 할지 고민스럽다.
영화 선택이 고민인 이들을 위한 인기 팟캐스트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일명 무영보)'가 최근 시즌2를 마무리했다. 무영보는 영화광 직장인 4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비상업 방송으로 오는 9월 시즌3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개인방송 플랫폼 발달 속에 팟캐스트는 평범한 직장인을 유명 영화 진행자로 변신시켰다.
일명 '오샥' '최과장' '지누기' '김PD'로 불리는 진행자 4명은 2013년 4월부터 방송 파일 175개를 올렸다. 이들은 각각 중학교 동창과 대학 합창동아리 인연으로 얼키설키 만났다. 이 중 신원 공개가 가능한 '오샥' 권오섭 진행자(작곡가 겸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권 진행자는 "평소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마침 개인방송이 유행이라 팟캐스트에 도전하게 됐다"며 "영화 방송이 직장 생활의 팍팍함을 달랜다는 동기부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3년 넘게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국외 교포들에게 응원 메일을 받고, 녹음실 주소를 알아내 간식을 보내는 청취자가 있을 정도"라며 "유명해지겠다는 욕심 없이 개성 있게 방송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밝혔다.
무영보 방송은 기획성으로 꾸려진다. '등골 오싹한 호러영화' '눈동자 하트로 변하는 로맨틱 코미디' '간과 쓸개도 내어주는 우정 버디 영화' '눈물샘 고갈되는 최루탄 영화' 등 주제별로 대표 영화 10편을 소개하는 식이다. 최신 개봉작은 '극장가다'란 별도 코너에서 다룬다.
무영보는 영화 입문자를 겨냥해 시작했지만, 점점 영화 마니아가 듣는 프로그램으로 진화했다. 영화 프로그램 제작진 사이에서 꼭 들어야 할 팟캐스트로도 소문이 났다.
권 진행자는 "기존의 영화 방송이 최신 개봉작 중심이라 무영보는 기획에 중심을 뒀다"며 "요즘 우리나라 영화가 다양성이 부족한 것 같아 최대한 여러 장르를 소개하려 노력했다. 폭넓은 공감대의 작품 선정이 큰 고민"이라고 했다.
3년 넘게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방송은 납량특집·괴물영화 편이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청취자는 병원에서 무영보를 들으며 회복한다는 간이식 수술 환자였다.
권 진행자는 "남자 4명이 진행하지만, 모두 공포의 '공'자만 들어도 무서움을 타서 호러 영화 소개할 때가 제일 고역이었다"며 "영화 비즈니스와 무관한 직장인들이 매주 주말마다 녹음·편집해 업로드하는 일이 녹록지 않지만 청취자 기대에 끝까지 부응하려 한다. 재충전을 듬뿍 해서 올가을 시즌3으로 돌아오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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