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S.E.S.와 타임머신 행…"나의 1990년대"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S.E.S 콘서트 'REMEMBER, THE DAY' 기자간담회에서 유진(왼쪽부터), 바다, 슈가 인사하며 퇴장하고 있다. 2016.12.30. [email protected]
30일 밤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 '펄 보라색'(S.E.S.를 상징하는 색) 야광봉을 들고 3시간 내내 환호를 지른 2000명 틈바구니에 끼여 있을 그다. 이곳은 과거 S.E.S. 팬클럽 '친구' 1기가 창단식을 연 곳이다.
첫 곡으로 S.E.S.의 정규 2집 타이틀곡 '드림스 컴 트루'가 울려퍼질 때 역시 "대형 타임머신을 탄 듯"(유진) 멤버들과 팬들은 바로 과거로 직행했다. 얼음 속에 갇혀 있는 듯한 콘셉트로 등장한 바다, 유진, 슈의 미모는 여전했다.
어느덧 30대 중후반이 됐고 두 명이 자녀를 둔 유부녀가 됐지만 노래와 춤 실력은 여전했다. 다만 예전보다 '토크 타임'이 길어진 것이 눈에 띄는 변화. 신비로웠던 소녀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때는 여전했지만 대신 팬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함께 늙어간다는 친밀감이 들었다.
아이 목소리가 객석에서 들릴 때마다 세 아이의 엄마인 슈는 "애들 목소리가 난다"며 귀를 쫑긋 세웠다. 바다는 "한국 여자 아이돌 최초로 객석에 아이를 앉혀놓고 공연하는 기록을 세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14년 만에 다시 뭉쳐 16년 만에 콘서트를 연 S.E.S.가 이날 들려준 노래는 총 21곡. 내달 1월2일 공개하는 스페셜 앨범 '리멤버'의 더블 타이틀곡 '한폭의 그림'과 '리멤버'가 포함됐다. 모든 곡이 기억할 만하지만 그 중에서도 의미 있는 무대를 꼽았다.
#꿈을 모아서('서프라이즈' 앨범 수록곡)
바다의 차진 바이브레이션, 유진의 찰랑거리는 긴 머리카락, 슈의 발랄한 안무. 게다가 세명이 마주보면서 서로에게 보내는 웃음까지. 데뷔하던 10대 그 모습 그대로였다. 유진은 이 곡이 끝나고 팬들에게 인사한 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멤버들은 이날 로버트가 돼 울지 않기로 했지만 바다는 "대기실에서 이미 몇 차례 울었다"고 고백했고, 유진은 "보라빛이 보이니까 더 눈물이 난다"고 했다.
#감싸안으며(정규 4집 타이틀곡)
"(바다 애드리브 끝나고 4박자 후) 천년간! 간직될! 바다, 유진, 슈! 짱! / 유수영 / 김유진 / 카리스마 최성희 / S! E! S! 짱! / 카리스마 최성희 미의 여신 김유진 사랑스런 유수영 S! E! S! 짱"
#느낌(정규 2집 수록곡)
테크노 풍의 이 곡에서 S.E.S. 멤버들은 여전히 뇌새적이라는 듯,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리멤버' 수록곡이자 여행스케치 원곡 리메이크)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S.E.S 콘서트 'REMEMBER, THE DAY' 기자간담회에서 바다(왼쪽부터), 유진, 슈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2.30. [email protected]
#아임 유어 걸(정규 1집 타이틀곡)
설명이 필요 없는 곡. 바다의 걸출한 가창력, 1997년 당시 10대들에게 올리비아 핫세를 알게해 준 유진의 청순한 외모, 누구보다 사랑스런 표정을 짓던 슈.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 무대. 다 같이 합창하는 건 당연하다.
#저스트 어 필링(정규 5집 수록곡)
1층 객석은 물론 2층 객석의 팬까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드는 불후의 댄스곡. 멤버들의 곡선이 도드라지는 팔동작과 이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직선 스텝이 돋보인다.
#한폭의 그림 & 버스데이(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리멤버' 타이틀곡과 수록곡)
데뷔 시절 S.E.S.의 음악 스타일을 대표한 뉴잭스윙 장르로 멤버들과 숱하게 작업해온 SM 대표 작곡가 유영진이 만든 '한 폭의 그림(Paradise)', 트로피컬 하우스 리듬과 S.E.S.의 보컬이 조화를 이룬 '버스데이'는 음악은 안무를 포함한 무대 연출도 요즘 걸그룹을 능가하는 세련됨과 완성도를 자랑했다. S.E.S.가 단지 추억에 머문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그룹임을 증명했다.
#너를 사랑해(정규 2집 수록곡)
앙코르에서 3번째로 들려준 곡으로 "너를 사랑해 나의 마음이 너를 생각할수록 / 나는 행복해 다른 누구도 난 부럽지 않아"라는 노랫말이 S.E.S. 멤버들과 팬들의 마음을 자연스레 반영했다.
S.E.S.의 이날 콘서트는 '대만판 응답하라'로 통하며 올해 국내에서 흥행한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가 떠올랐다. 왕대륙이라는 스타를 탄생시킨 이 영화 역시 1990년대가 배경이다.
현재 삶에 치여 살고 있는 회사원은 카세트 테이프에서 흘러나온 노래를 듣고 과거의 기억을 소환한다. 여고시절 첫사랑과 청춘을 다루는데 톱스타 류더화(劉德華)가 주요 모티브다. 회사원은 데뷔 3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순식간에 매진되는 류더화의 콘서트를 앞두고 자신의 삶을 찾는다. 내 1990년대는 어땠는가. 콘서트가 끝나고 올해 유독 무거웠던 발걸음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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