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 "'보디가드' 디바…배우로서 행운이자 축복"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뮤지컬 배우 정선아가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01. [email protected]
1일 오후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정선아는 "여자배우라서 멋있다는 말보다 무대 위에서 그 자체로 멋있는 배우,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30대 여성이 큰 손인 뮤지컬계에서 남자 배우가 주역으로 나서는 작품들이 대다수라, 여자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서는 '보디가드'가 귀하지만 정선아는 정작 개의치 않는다.
"무대 위에서 남자 배우, 여자 배우를 구분하지 않더라도 한 배우가 춤, 노래, 연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작품이 드물어요. 그래서 '보디가드'는 여배우를 넘어 배우로서 너무 행복하고 축복이죠. 이 시기에 이런 디바를 만날 수 있었던 것 차제가 행운이고 앞으로 저한테 이런 기회가 또 올 수 있을까 생각해요. 남자 배우와 같이 있든, 여자 배우와 같이 있든 괜찮은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무대 위 당당한 모습으로, 한편에서 '뮤지컬계 김혜수'라는 통한다는 말을 건네자 어쩔 줄 몰라 부끄러워 한 정선아는 "영광이죠. 김혜수 선배님처럼 멋있고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위키드'의 하얀 마녀 '글린다'로 발랄함과 사랑스러움을 뽐냈지만 정선아는 그간 무대 위 '센 언니'로 각인됐다. 뮤지컬 '에비타'의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 뮤지컬 '아이다'의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뮤지컬 배우 정선아가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01. [email protected]
뮤지컬 '보디가드'의 원작으로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을 맡았던 동명영화(1992)에서 디바 레이첼과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의 사랑에 감명을 받아, 이 작품 출연을 결정했다.
"영화에서 프랭크와 레이첼의 터프한 사랑이 마음에 크게 남았어요. 프랭크 역의 종혁 오빠와 성웅 오빠를 대할 때 그래서 떨려요. 요즘 사랑의 감성과 다른 아날로그한 면이 있죠. 소녀 같은 감성을 끄집어내고 있어요. 사랑을 하면 열입골살 여자가 되잖아요? 호호.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따라,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보려고 해요."
영화와 뮤지컬 속 레이첼 역시 무대 위 화려한 모습과 달리 일상에서는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싶은 여자이자 아들을 애지중지 여기는 엄마다.
물론 결혼을 하지 않았고 가수가 아닌 뮤지컬배우지만 디바로서 삶을 살아가는 면이 정선아와 많이 겹쳐진다. 갓 서른을 넘긴 정선아 역시 "레이첼의 상황이 제가 처한 이 시점과 맞아떨어진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뮤지컬 배우 정선아가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01. [email protected]
제일 감정 이입이 된 장면은 본 공연 마지막 넘버이자 주제곡인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 "이 넘버를 부를 때, 말 그대로 노래만 부르지 않아요. 감정이 가장 벅차오를 때에요. 맨 처음에는 프랭크를 싫어하다가 사랑에 빠지고 여러 일을 겪은 뒤 친구가 되면서 다양한 감정이 교차 하거든요. 노랫말 하나하나가 마치 제 인생이고 제 모든 걸 표현하는 듯한 기분도 들거든요. 이 노래를 부를 때 울면 안 되는데 계속 눈물이 나요."
무대 위에서는 캐릭터의 옷을 입고 있지만 무대를 내려오면 정선아 그 자체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일상에서 그녀는 여느 배우보다 솔직한 것으로 유명하다.
"공연을 하면서 많은 캐릭터의 옷을 입는데, 무대 밑에서까지 다른 캐릭터를 입으면 제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았어요. 촌스러울 수 있고,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세지 않고 약하지만 이런 다른 면과 나약한 자신도 사랑할 수 있는 정선아가 되고 싶습니다."
2002년 뮤지컬 '렌트'의 '미미'로 이 장르에 발을 들인 정선아는 출연작마다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워낙 유명한 휴스턴의 넘버를 불러야 하는데다, 넘버 대부분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천하의 정선아'라도 '보디가드'는 힘들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뮤지컬 배우 정선아가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01. [email protected]
'뮤지컬계 디바'로 통하는 정선아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워낙 좋아한 탓에 팝계 디바인 휴스턴을 롤모델로 삼았다. 건축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유년기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낸 터라 그녀의 노래를 접할 기회가 더 많았다.
"더구나 어머니, 아버지가 '보디가드' 팬이였어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디가드' OST뿐 아니라 휴스턴의 주옥 같은 음악들을 달고 살았죠. 그래서 아직도 뇌리에 많이 남아 있어요."
정선아는 이번 작품을 위해 휴스턴 뿐 아니라 디바로 살아간 이들의 삶을 파고들었다고 했다. 대표적인 팝 디바인 마돈나 의 자서전을 읽고 자신이 출연한 '킹키부츠'의 넘버를 작곡한 또 다른 디바 신디 로퍼의 자서전도 챙겼다.
"저 혼자서 짧은 시간 안에 디바의 삶을 표현하려다 보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디바들의 자서전을 읽고 그녀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고민했어요. 넓고 깊은 지식이 쌓이니 디바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더 느껴지더라고요."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뮤지컬 배우 정선아가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01. [email protected]
"뮤지컬에서 여배우들이 많지 않아요. 배우로서 확실히 뿌리를 내리는 것이 후배들에게도 좋을 거라고 봐요. 지금은 이 길을 잘 닦아놓아야 할 때죠!"
정선아와 함께 레이첼을 가수 양파(이은진)과 손승연이 나눠 맡는다. 프랭크는 박성웅과 이종혁이 번갈아 연기한다. 3월5일까지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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