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日 한류]<下>SNS로 퍼지는 한식·한국패션 인기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12월 1일 도쿄의 코리아타운 신오쿠보에 위치한 '시장닭갈비'에서 일본여성들이 '치즈닭갈비'를 먹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치즈닭갈비'는 혐한으로 침체된 도쿄의 코리아타운에서 생각해낸 음식으로 지난해부터 일본의 10대 소녀들이 SNS에 올리면서 인기를 얻게 됐다. 2017.12.4. [email protected]
지난 1일 도쿄의 대표적인 코리아타운 신오쿠보(新大久保)의 '시장닭갈비'에서 만난 기타무라치에코(北村千恵子·19)는 매운 닭갈비와 고소한 치즈가 어우러진 맛도 좋지만, 먹는 재미가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진 사진을 보고 신기해 먹고 싶었다는 치에코는 벌써 다섯번째 먹으러 왔다고 했다.
한국 음식이라면 으례 삼겹살, 불고기, 잡채 등을 떠올리던 일본인들이 요즘 '치즈닭갈비'에 빠졌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치즈닭갈비를 치면 10만 건 이상이 올라온다. 일본 방송 채널을 돌리다보면 '치즈닭갈비'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날도 일본 공영방송 NHK, TBS 등이 신오쿠보에서 '치즈닭갈비'를 취재하고 있었다.
이처럼 최근 일본 열도가 빠져있는 한국 음식 '치즈닭갈비'의 붐을 일으킨 건 일본 10대들이다.
'시장닭갈비'의 강광식 부장은 "2012년 일본에 혐한론이 퍼지면서 신오쿠보 상권도 급속히 침체돼 어떻게해야 살아남나 고민하다가 만든 음식이 바로 치즈 닭갈비"이라고 말했다. 일단 한국의 새로운 요리를 눈으로 보여줘야겠다고 판단한 강부장은 지난해 1월 철판을 밖에 내놓고 닭갈비를 만들었다. 시식해본 사람이 대부분 다시 찾아와 사먹고 가는 것을 보고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그는 일본인들이 먹으면서 계속 "매워"를 연발하는 것을 보고 치즈를 추가했다.
철판에서 녹은 치즈로 닭갈비를 돌돌 말아먹는데, 치즈가 쭉 늘어나는 모습이 재밌었던 10대들이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올리면서 대박을 치게 됐다. 덕분에 신오쿠보도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 3월에는 신오쿠보 역장이 이 가게를 찾아와 역 이용객수가 150%이상 증가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외식 사업을 해온 강 부장은 "일본 10대 소녀들이 치즈닭갈비를 놀이처럼 먹고 SNS에 올리는 것을 보고 한·일관계에 영향받지 않고 음식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시기가 이제 왔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이제부터 진짜 음식 한류가 시작된 것 같다"고 했다.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12월 1일 일본 젊은 세대의 메카인 도쿄 하라주쿠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 '스타일난다'와 '에뛰드하우스'가 마주 보고 있는 쇼핑거리에 관광객들이 오가고 있다. 2017.12.4. [email protected]
하지만 혐한을 피해가지 못했다. 2012년부터 한류 음식의 대명사로 붐을 일으켰던 막걸리의 판매가 뚝 떨어졌고, 연일 이뤄지는 혐한시위로 2013년에만 신오쿠보의 한국음식점 100여개가 문을 닫았다.
당시 일본에 혐한론이 확산된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방문도 계기가 됐지만 이보다 더 영향을 미친 것은 일왕이 한국에 오고싶다면 (일본의)식민지지배에 대해 사과를 해야 가능하다고 한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국왕까지 건드리는 것은 심하지 않냐며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시선이 급속히 싸늘해졌다. 이후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은 60%나 줄었다. 일본 내 서점에 혐한서적 코너도 따로 마련됐고, 신오쿠보에서는 매일 혐한시위가 벌어졌다. 음식이든 케이팝이든 일본에 한류가 부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치즈닭갈비로 일본 내에서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번 치즈닭갈비 붐은 막걸리와 같은 이전 한류 음식과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치와 상관없이 재미있는 것을 찾아 체험해보는 것을 좋아하는 10대 일본 소녀들 덕분이다. 음식 한류 부활의 길을 예상치않게 일본 10대 소녀와 SNS에서 찾은 셈이다. 요즘 한·일관계가 안 좋은데 (한국음식에) 거부감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치에코는 "좋아하는 거, 맛있는 거 찾는데 그런게 왜 중요하지요?"라고 오히려 되물었다.
일본 10대의 영향이 미치는 곳이 또 패션이다. 최근 중저가의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한국 화장품이 일본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공주의 방'을 컨셉으로 한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 하우스'는 지난해 말 도쿄 최고의 패션 중심지 중 하나인 하라주쿠(原宿)에 진출했다. 하라주쿠는 특히 젊은층의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하라주쿠의 '에뛰드 하우스'에서 만난 중학생 오키에리나(大木絵里奈·15)는 입술을 선명하게 해주는 틴트를 사러 왔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일본 메이크업아티스트가 소개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는 에리나는 "가격도 싸면서 색깔도 예쁘다"고 했다. 매장 관계자는 10대 소녀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면서 "얼굴을 하얗게 하고 입술을 선명하게 하는 한국풍 화장이 유행이라 쿠션과 틴트가 가장 인기"라고 했다.
'에뛰드 하우스' 맞은편에 있는 '스타일난다'도 젊은 여성들로 북적였다. 한국의 패션브랜드인 스타일난다는 '3CE'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런칭했는데 지난 7월 후지TV의 한 방송에서 최근 '중학생에게 가장 유행하는 10'에 오른 유일한 화장품브랜드이다. 하라주쿠점 오픈 첫날에는 약 3000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요코하마 출신의 야마시타사에코(山下さえ子·16)는 "케이스가 귀엽고 발색도 좋다"며 "벌써 세번째 구입"이라고 했다.
일본 화장품 공업 연합회에 따르면 2016년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약 174억엔(약1710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30%정도 증가했다. 이처럼 일본 내에서 최근 한국 화장품이 성장한 데도 일본의 10대 소녀들이 중심에 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알게 된 한국식 화장비법을 따라하기도 하고, 직접 한국 화장품을 사서 써보고 후기를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한다.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12월 1일 일본 여중생들이 젊은 세대의 메카 도쿄 하라주쿠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 하우스'에서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2017.12.4. [email protected]
사에코는 "예쁘고 좋은 것에 어떤 나라냐는 아무 상관없다"며 앞으로도 "한국 화장품을 계속 사겠다"고 했다. 일본의 한 조사기관이 지난 6월에 발표한데 따르면 10대의 절반 이상이 패션에 참고하는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의 패션지에서도 한국 특집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10대 소녀들이 이끄는 한류의 부활인만큼 제한적이며, 일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한·일관계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는 한류를 하나의 문화로, 그 자체로 봐주는 일본 10대 소녀들이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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