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파' 콘 퇴진...'매파' 나바로, 무역정책 주도권 잡나?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해 반발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무역 정책에 있어 상대적으로 '비둘기파'(온건파) 성향이 강했던 인물이다.
콘 위원장의 퇴진으로 향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강한 '매파'(강경파)가 무역 정책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관세 부과 결정 과정에서 콘 위원장과 대립했던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 정책국장이 대표적인 매파 성향의 참모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지난 1년간 백악관에서 소외됐던 나바로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데 성공하며 지난 주 목요일부터 TV에 단골로 등장하는 유명 인사가 됐다"고 보도했다.
나바로 국장은 UC어바인대 교수 시절부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 간의 무역 불균형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인물로 유명하다. 과거 하원의원 선거 등 3차례 선거에 출마했을 정도로 정계 진출에도 관심이 많은 '폴리페서'다.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공화당 내 보수 인사들은 대부분 나바로 위원장에게 비판적이지만 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는 매우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는 정책의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신설된 국가무역위원회(NTC)의 초대 위원장으로 백악관에 입성했지만 존 켈리 비서실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부터 입지가 급격히 축소됐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켈리 실장은 나바로 국장이 과격한 의견으로 콘 위원장 등 다른 백악관 참모들과 자주 충돌하자 NTC를 NEC 산하 무역 및 제조업 정책국으로 강등시켰다. 나바로 국장은 백악관 내 주요 회의에 참석할 수도 없고 콘 위원장에게 보고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 신봉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그를 정책의 전면에 서게 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2일 나바로 국장을 집무실로 불러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왜 더 공격적지 않은지를 물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예외 없는 관세 조치를 결정한 데에도 나바로 국장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켈리 실장을 불러 나바로 국장의 사무실을 NEC에서 분리시켜 독립성을 갖게 하라고 지시했다. WP는 현재 나바로 국장이 '부보좌관(deputy assistant)에서 '대통령 보좌관(assistant to the president)으로 승진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내에서 강경파의 입김이 세지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이슈에서도 미국의 정책 노선이 과격하게 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캐나다 언론 글로브앤메일은 나바로 국장을 "오타와(캐나다 정부) 최대의 악몽"이라고 표현하면서 "캐나다 당국자들은 거칠고 뻣뻣하며 자국 우선주의 신념으로 무장한 68세의 남성의 등장을 걱정해 왔다"고 전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정책분석가 제임스 페토쿠키스는 "나바로는 전후 평화와 번영의 기반이 됐던 WTO 등 세계 무역 시스템 전반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그들(강경파)은 '강력한 주권'이라는 명분으로 더 가난하고 더 배타적인 미국을 용인하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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