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카스트로 쿠바]형제 통치 60년…경제 명암은?
소련 붕괴 이후 경제 위기…성장 정체되고 생활수준 후퇴
美 제재로 교역 제한…베네수엘라 등 특정국에 의존
라울 카스트로의 개혁 성과 미미…이중화폐제도 구조적 문제

【아바나(쿠바)=AP/뉴시스】2008년부터 쿠바를 다스려온 라울 카스트로(86) 국가평의회 의장이 오는 18일 두번째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사진은 1961년 시가를 물고 있는 형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왼쪽)과 촬영 장소가 분명치 않은 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의 1959년 자료사진을 합성한 사진. 쿠바의 독재자 풀젠시오 바티스타 치하에서 수감 생활을 견뎌낸 이들 형제는 멕시코로 건너간 뒤 1959년 쿠바혁명을 성공시켰다. 피델 카스트로는 32살의 나이에 쿠바의 국가 지도자가 됐고 라울 카스트로는 국방장관이 됐다. 2018.4.16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피델 카스트로와 라울 카스트로 형제가 통치해 온 약 60년 동안 쿠바는 소련식 중앙집권적 계획 경제를 고집해 왔다.
쿠바는 현재까지 공산 국가로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의료·복지 지표 측면에서는 선진국과 비교될 정도로 소득 수준에 비해 사회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쿠바는 경제 성장이 오랜 기간 정체되고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대외 교역도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이 강하다.
18일(현지시간)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물러나면서 60년 만에 카스트로 형제가 아닌 지도자가 쿠바 경제 운전대를 잡게 됐다. 그동안 경제 개혁을 약속한 라울 카스트로 의장이 쿠바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새로운 체제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감이 교차한다.
1959년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잡은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은 약 50년 동안 쿠바를 통치했다. 1950년대 사회주의 국가에 편입된 쿠바는 교역의 80%를 소련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였다. 설탕, 니켈과 같은 품목을 주력 산업으로 키워 소련에 수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상 의료나 무상 복지 정책을 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소련이 붕괴하면서 쿠바 경제도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에너지와 비료, 농약, 농기계 등의 지원이 끊기면서 농업은 황폐해졌다.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낮아지기 시작했고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쿠바는 아직까지도 경제 발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무역 구조도 베네수엘라, 중국, 캐나다, 스페인 등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또 제조업이 거의 발전하지 못해 상품 무역 적자를 관광 등 서비스업으로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2008년 형의 뒤를 이어 집권한 라울 카스트로 의장은 경제 개혁을 시도했다.
민간 부문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자영업자를 육성하고 국영기업을 협동조합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국영기업 운영에서도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외국에 투자를 개방하고 미국 등 적대국과의 관계 개선도 시도했다.
2008년까지는 쿠바에서 휴대전화를 소유하거나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경제 개혁의 결과로 지금은 약60만명의 개인 사업자가 사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500만대 이상의 휴대전화가 보급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으로 현재 관광객 수는 이전의 2배 수준인 연간 500만명 규모로 늘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중앙집중식 계획경제를 유지해 온 탓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공공 부문은 쿠바 노동자 중 70% 이상을 고용하고 있지만 생산량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민간 부문의 성장도 정체 상태에 있다. 외국인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 2016년 경제 침체 이후 쿠바의 경제 성장률은 1% 대로 낮아졌다.
국민들의 생활 수준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월 31 달러 수준의 월급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많은 주민들이 도둑질을 하거나 해외에 있는 친지에게 의존한다. 고등교육을 받은 수만명의 노동자가 매년 다른 나라로 떠난다. 생활고로 아이를 낳지 않아 출산율은 1.6명 수준까지 떨어졌고,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쿠바가 1994년부터 유지해 온 이중통화 제도도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쿠바의 화폐는 달러와 바꿀 수 없는 전통 쿠바 페소화(CUP)와 달러와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페소화(CUC)로 나뉜다. 1990년대 소련의 원조가 끊기고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상황에서 달러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이같은 이중통화제가 정착됐다.
하지만 두 통화 가치가 25배까지 벌어지면서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 CUC를 주로 받는 관광 분야 등의 임금과 CUP를 받는 일반 분야의 임금이 크게 벌어지면서 빈부 격차가 큰 사회 문제로 자리잡았다.
라울 카스트로 의장은 지난 2013년 10월 이중통화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실행하진 못했다. 단일 화폐를 시행할 경우 그동안 CUC를 축적해 왔던 사람들은 큰 손해를 보는 등 경제적 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쿠바 내에서는 차기 지도자가 경제 개혁을 어떻게 추진해 나가는지가 정치 안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호세 라울 비에라 리나레스 전 쿠바 외무부 차관은 AP통신에 "4월에 누가 정권을 잡든 간에 이들의 정치적 미래는 경제 문제에 달려 있다"며 "젊은이들이 꿈꾸고 그들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모두 물질적 부에 기초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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