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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중이 벌이는 한반도 체스게임 언제까지 이어질까

등록 2020.01.23 10: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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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에 악영향 미칠 수 있는

북한의 '충격적 공세' 언제든 나올 수 있어

시진핑이 경제 지원하며 말리고 있을 가능성

한반도 정세 아슬아슬하게 파국 피하는 국면

[워싱턴=AP/뉴시스]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하기 전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은 마크 펜스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류 부총리를 세워 두고 약 1시간 동안 의기양양하게 발언을 이어갔다. 2020.01.16.

[워싱턴=AP/뉴시스]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하기 전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은 마크 펜스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류 부총리를 세워 두고 약 1시간 동안 의기양양하게 발언을 이어갔다. 2020.01.1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4일 내내 발언한 이후에 지난 6일쯤 순천비료공장을 방문해 격려한 이외에 아무런 행보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김정은위원장이 지난 연말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에 걸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쏟아낸 것을 감안하면 이상하리만치 북한의 행보가 조용하다.

다만 북한의 보도만으로는 김위원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전원회의에서 한 발언 내용중 북한이 보도하지 않은 내용들에 관심이 간다. 

'지도'라는 북한식 표현은 '시찰'을 의미하는 '현지 지도'와 같이 매우 다양한 쓰임새가 있지만 회의를 '지도'하는 경우는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는 의미다. 김위원장은 그러나 전원회의의 사회를 맡은데 그치지 않고 거의 자신의 연설로 회의를 채운 것으로 알려진다.

말그대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들과 후보위원, 당중앙검사위원회 위원, 내각 및 중앙기관 일군들, 도 인민위원장들, 도농촌경리위원장들, 시, 군당위원장들, 중요부문과 단위, 무력기관 일군들 1천여명을 대상으로 '원맨쇼'를 하면서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전원회의에 대한 상세한 보도를 1월1일자에 실었다. 첫날부터 31일까지 진행된 회의 내용 전부를 요약해 전하는 방식의 보도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가 된 뒤 매년 해오던 신년사를 이례적으로 전원회의에서 한 발언으로 대체하는 형식이기도 했다.

이날 노동신문은 전원회의 보도로만 1면-4면을 할애했다. 18,326자의 기사 본문과 30장의 사진으로 채운 것이다. 본문가운데 김위원장 발언 내용을 전한 부문만 14,244자에 달한다. 나머지 4,082자도 회의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내용과 의제가 무엇이며 회의 결정 사항과 인사내용들을 전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김위원장 이외의 회의 참가자들의 반응과 발언 내용은 972자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참가자들 발언은 서면토론으로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은 밝혔다.

노동신문이 4일동안 회의를 보도한 내용만을 근거로 할 때 회의에서 김위원장 이외에 1,000여명의 다른 참가자들은 김위원장의 발언 내용에 대해 '환호'하는 반응 이외에 전혀 발언을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김위원장은 자신이 발언하는 도중에 발언 내용과 관련된 참가자들을 지목해 의견을 내도록 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편 노동신문은 31일자 보도에서 김위원장이 7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보고했다고 전했다. 문맥상 얼핏 28-30일까지 3일간 회의에서 모두 7시간에 걸쳐 발언한 것으로 읽히지만 실제로는 3일 동안 매일 7-8시간씩 발언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 노동신문은 왜 김위원장이 7시간 동안만 발언했다고 전했을까.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김위원장의 발언 내용 가운데 외부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내용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목청을 높여가며 열변을 토한 일이 여러차례 있었다고 한다. 특히 대외정세를 분석하면서 미국을 성토하는 대목에서 격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위원장의 격한 반응의 일단이 1일자 보도에 드러난다.

김위원장은 "적들에게는 심대하고도 혹심한 불안과 공포의 타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위협적 언사를 사용했다. 이밖에도 김위원장은 '강도적' '횡설수설' '도발적' '흉계' '충격적 행동'과 같은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핵시험발사 중지와 핵시험장 폐기 등) 공약에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천명하면서 "머지 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정이 섞인 표현들이 있었음을 노동신문이 일부 전했지만 실제 분위기는 더 심각했다고 한다. 특히 회의 둘째날 김위원장은 군수공업과 핵실험에 대해 길게 발언하면서 핵과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폐기하고 본격적으로 신무기 개발에 나설 것임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지시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연말 회의 분위기와 달리 북한은 새해들어 매우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전원회의 발언들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충격적인 도발'을 준비하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6일 미중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이 무역합의 이외의 부문에서도 아주 잘해주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매우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흥미를 끌고 있다. 그는 김위원장이 시주석을 대단히 존경한다면서 "이는 아주아주 아름다운 체스게임 또는 포커게임"이라고 말했다.

체스 또는 포커 게임이라는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낸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북한이 '충격적인 도발'에 나서는 것을 억제하고 있음을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비핵화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해왔다. 협상을 촉구하는 유화적 태도와는 달리 실질적인 대북 행보는 여전히 강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같은 태도는 연말 미 대선에서 재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에 대한 제재의 일부라도 해제하는 것이 미국내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내심 미국의 강경한 자세가 김정은위원장이 '충격적 행동'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이 역시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게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미국은 새해 들어서도 한반도 주변에 특수정찰기들을 연신 파견하는 것으로 북한의 행동을 '견제'하고 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지속하면서 '충격적 행동'을 억제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북한에 식량과 현금을 대규모로 지원한 바 있다. 올들어 이 지원이 중단됐다는 소식은 없다.

결국, 시진핑은 미국과 무역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김정은위원장을 억누르고,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제재 위반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북한이 도발적 행동에 나서는 것을 막아줄 것을 기대하는 묘한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트럼프가 말하는 체스게임, 포커게임은 이같은 상황을 가리키는 것일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한반도 정세는 지금도 아슬아슬하게 파국을 비켜나가는 중인지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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