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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심학규의 눈빛을 보여준다…'두 개의 눈'

등록 2021.07.08 07:31:00수정 2021.07.08 07: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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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무토X입과손스튜디오 '두개의 눈'. 2021.07.05.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무토X입과손스튜디오 '두개의 눈'. 2021.07.05. (사진 = 국립극장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심청이의 부친 '심학규'의 눈빛을 기억하는가.

그가 맹인(盲人)이니 불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지난 2~3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 '두 개의 눈'은 그눈을 보여줬다. 끊임없이 영상이 출렁이는 키네틱 LED 속에서 두 눈의 형상이 내내 끔뻑거렸다.

공연은 심학규의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심청 이야기를 풀어냈다. 영상 속 '두 개의 눈'이 앞을 보지 못하는 심학규의 눈을 대신한다.

눈은 멀었지만 심학규는 긍정적이다. 앞을 볼 수 없으니, 아낙네들이 자신 앞에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게 할 수 있어 젖동냥도 쉽게 할 수 있다고 여긴다.

'두 개의 눈'은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 그룹 '무토(MUTO)'와 판소리 창작집단 '입과손스튜디오'가 합작한 융복합 프로젝트 공연. 판소리 '심청가'에 첨단 기술을 접목시켰다.

소리꾼 이승희·김소진의 소리와 고수 김향하의 장단 그리고 박우재의 거문고 소리가 물론 중심이다. 하지만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 멤버 겸 무토 멤버 신범호(DJ 제제)가 랩톱으로 빚어내는 사운드 역시 중요했다.

[서울=뉴시스] 무토X입과손스튜디오 '두개의 눈'. 2021.07.05.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무토X입과손스튜디오 '두개의 눈'. 2021.07.05. (사진 = 국립극장 제공) [email protected]

또 산·골짜기·강을 굽어보는 심학규의 눈, 휘몰아치는 바다 등이 키치하게 표현된 영상과 무대뿐만 아니라 객석까지 양탄자처럼 뒤덮는 빨간색 레이저 조명의 비중도 컸다.

자칫 이질적인 요소들의 조합일 수 있다. 하지만 공양미 300석에 딸을 잃은 안타까운 아비 심학규의 복잡한 심상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했다.

절차탁마된 전통 예술로 단련된 예술가와 세련된 기술이 만날 때, 인물의 내면을 더 들여다볼 수 있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 규칙 없는 초연결'은 이렇게 캐릭터를 이해하는 또 다른 수단이다.

국립극장이 여는 '제12회 2021 여우樂(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페스티벌'의 개막작이다. 오는 24일까지 13개의 무대가 준비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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