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곽윤정 교수 "극단적 선택 유발 코로나 블랙 막아야"
등록 2022.03.01 06:00:00수정 2022.03.01 22:36:53
"심리적 감염병, 바이러스 감염병 못잖게 위험"
"한국, OECD 15개 회원국 중 코로나 블루 1위"
"부모, 본인 감정 먼저 달래고 자녀 돌봐야"
"정부, 민간 협력 통해 심리적 면역력 강화해야"
![[서울=뉴시스]곽윤정 세종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https://img1.newsis.com/2022/02/28/NISI20220228_0000941675_web.jpg?rnd=20220228095231)
[서울=뉴시스]곽윤정 세종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바이러스 감염병 못잖게 위험한 것이 '심리적 감염병'입니다."
세종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학과장 곽윤정(51)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3년째 겪고 있는 한국인이 처한 '위기'를 이렇게 진단했다.
곽 교수는 최근 서울 광진구 세종사이버대에서 기자와 만나 "'코로나 블루'(Corona Blue)가 우리나라에서 더욱더 크게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5개 회원국 대상 우울감 평가에서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을 정도예요"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어느덧 3년째인 코로나19 팬더믹 속 한국은 구미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인명 피해가 적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월27일 0시 기준 100만 명당 사망자 수는 한국은 143명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2782명, 영국은 2353명, 프랑스는 2043명, 독일은 1445명에 달한다.
그런 한국이 코로나 블루가 더 심한 것은 왜일까.
곽 교수는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부족한 천연자원이라는 한계 속에서 그야말로 인적자원으로 나라를 발전시켰죠.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이 인적자원 고리가 끊어졌어요. 그러면서 상실감, 좌절감 등이 더 커졌습니다"며 "게다가 인간관계에 더욱더 예민한 국민 특성상 소통이 단절되거나 고립됐다는 것에 대한 우울감이 점점 더 증폭한 것 같습니다"고 분석했다.
이런 코로나 블루에서 한 단계 더 위험에 가까워진 것이 '코로나 레드'(Corona Rrd)다.
곽 교수는 "우울감이라고 하면 계속 슬프거나 기분이 끝없이 가라앉는 것으로 여기기 쉬운데 이 또한 스트레스성 장애입니다"며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아주 작은 이유로도 감정이 증폭돼 다른 사람에게 공격적으로 표출됩니다"고 코로나 블루가 레드로 상승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퍼뜨린 심리적 감염병은 블루, 레드가 끝이 아니다. 더 치명적인 '변이'가 몸집을 키우고 있다.
곽 교수는 "근래 점점 늘어나는 것이 '코로나 블랙'(Corona Black)입니다"며 "사람의 무력감이 만성화하면 자존감, 자아 개념, 자신감 등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면서 삶의 의욕 자체가 떨어지게 되죠. 심해지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줌을 통해 온라인 강의하는 곽윤정 세종사이버대 교수](https://img1.newsis.com/2022/02/28/NISI20220228_0000941597_web.jpg?rnd=20220228091906)
[서울=뉴시스]줌을 통해 온라인 강의하는 곽윤정 세종사이버대 교수
그렇다면 코로나 블랙이 '확진'됐는지는 어떻게 알아내야 할까.
곽 교수는 "갑자기 식욕이 없어지거나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어느 때부터인지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면 코로나 블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면서 "이럴 때는 바로 전문가를 찾아가야 합니다. 심리와 약물 치료가 필수입니다"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에 예약하기가 정말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위기감을 느끼는 분이 많다는 거죠"라면서도 "스스로 문제를 깨달아 그렇게라도 치유에 나선다면 다행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런 문제가 있는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계속 고립 상태로 돼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고 지적했다.
문득 곽 교수가 생각하는 심리적 감염병을 막아낼 '마스크'가 궁금해졌다.
"집에 있으면서 영상을 시청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어 좀처럼 헤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냥 잠을 청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가벼운 여행에 만족해야지 장기 여행 등 무리하면 일상 복귀하기가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보복 쇼핑'이라며 과시성 소비(쇼핑 플렉스)를 하면 일시적인 카타르시스를 줄 뿐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고 해도 세상이 갑자기 다 좋아지기보다 한동안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겁니다. 이를 대비해 삶을 지켜야 합니다. 다만 감정 소비 구멍은 조금씩 뚫어 놓고요."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천재지변, 전쟁, 기근, 질병 등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청소년이었다. 이들은 안타깝게도 심리적 감염병에도 직격을 당하고 있다.
곽 교수는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 가정입니다. 이런 것이 발생하는 데 최적화한 환경이기도 하죠"라면서 "자녀는 부모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요즘은 부모가 대부분 힘들다 보니 자녀들한테도 아무래도 나쁜 영향이 주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더 나아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린이·청소년 삶은 망가지고 말았습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나 학교 생활 만족도, 자신에게 갖는 기대감 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저히 떨어졌다는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특히 삶의 만족도는 학교 생활 경험이 더 적은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훨씬 더 심하게 떨어집니다. 학교에 못 가고 가정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데 이들이 어떻게 사회성을 기르겠습니까? 지금은 이렇게 흘러가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한 다음 과연 일상 회복이 가능할지 걱정됩니다."
기자도 평소 '요즘 아이들이 정말 힘들겠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막상 듣고 보니 충격이 컸다. 어떻게 해야 어린이·청소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곽 교수는 손꼽히는 어린이·청소년 심리 전문가다. 서울대에서 정서 지능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으며 접한 선진 뇌 발달 및 상담 분야 연구 성과를 국내 자녀 양육과 교육, 상담, 심리 치료 분야에 도입했다. '우리 아이 공부 머리공부머리' '아들의 뇌' 등 관련 서적을 다수 집필했다.
곽 교수는 "사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이중고에 처해 있습니다. 당장 개학인데 오미크론 변이가 창궐하니 자녀를 등교시킬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죠, 백신을 맞히느냐, 마느냐도 선택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본인도 지금 힘든 상황인데 그걸 극복하고 자녀를 돌봐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가 어느 순간 번아웃이 되고 맙니다"고 현 상황을 거론했다.
그는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먼저 달랜 다음 자녀를 돌보는 것이 낫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 합니다. 자녀와 대화할 때는 본인 감정대로 얘기하는 것을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연습 등 노력도 해야 합니다"고 충고했다.

곽윤정 세종사이버대 교수 저서 '아들의 뇌' *재판매 및 DB 금지
곽 교수는 정부를 향해 고언도 잊지 않았다.
"정부가 이미 통합심리지원단을 꾸렸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제 매일 확진자가 10만 명 넘게 쏟아지니 심리 지원은 더욱더 힘들어졌죠. 정부가 의욕도 있고, 계획도 많이 세우지만,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과감히 현재 잘 운영 중인 대학, 병원, 상담센터 등 민간에 협력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코로나19 팬더믹이 종식해도 곧 '포스트 팬데믹'이 올 거라고 하지 않습니까?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올 다른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심리적 면역력'을 강화할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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