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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or 아닌 Faver…페이버 "특정 감정을 가장 잘 이해해주고 싶어요"

등록 2022.05.06 17: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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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EP '홀드 댓 소우트'로 호평

일렉트로닉 요소→밴드 사운드

[서울=뉴시스] 페이버. 2022.05.06. (사진 = EMA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페이버. 2022.05.06. (사진 = EMA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페이버(Favor) 아닌 페이버(Faver)다.

페이버(25·염지수)는 Faver를 온라인에서 오기(誤記)로 만들지 않게 한 싱어송라이터. 2017년 데뷔 이후 30곡가량을 차곡차곡 쌓아왔더니, 그녀의 활동명 Faver가 Favor로 더 이상 수정되지 않게 됐다. 

페이버는 '캔 유 두 미 어 페이버(Can you do me a favor·부탁 하나만 들어줄래)?라는 문장에서 따왔다. 고유명사처럼 읽히게 하고 싶어 Favor의 'o'를 'e'로 바꿨다. '호의' 등을 뜻하는 명사 페이버는 '좋아하는'이라는 뜻의 '페이보릿(favorite)의 어원이기도 하다.

최근 홍대 앞 소속사 EMA에서 만난 페이버는 "모든 사람들이 모든 순간에 가장 좋아할 만한 곡은 아니더라도, 특정 순간에 처해 있는 사람이 가장 듣고 싶은 곡 또는 그 사람의 감정을 가장 이해해주고 싶은 곡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 지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페이버는 단순히 언어를 통해 이러한 생각을 전달하지 않는다. 그녀의 마음가짐이 노래에서 말한다. 노래의 이름으로 노래가 아닌 것들을 솎아내는, 봄의 모내기 같은 정경이 페이버가 봄에 지어낸 앨범에 담겼다.

최근 발매한 세 번째 EP '홀드 댓 소우트(Hold That Thought)'가 그것이다. 그간 주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선보였던 페이버가 밴드 합을 바탕으로 인디팝과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를 담은 앨범.

'어리석은 소년/소녀여 지금 그 생각을 멈추오'라고 노래하는 앨범 동명의 첫 곡 '홀드 댓 소우트'는 전체 핵심을 관통하는 트랙이다. 이후 연인을 향한 단상을 두 곡 '사라져줘'와 '캔 아이 슬립 넥스트 투 유(Can I sleep next to you)'에서 보여준 후, 어쿠스틱 사운드로 풀어낸 타이틀 곡 '흘려보내기로 해요'에서 생각을 덤덤히 흘려보낸다.

덜어냄으로써 채워내는 미학. 4곡이 담긴 이번 EP는 그렇게 '비움'의 스토리텔링으로 감정의 봄여름가을겨울을 과하지 않게 꽉 채워 보여준다. 다음은 페이버와 나눈 일문일답.

[서울=뉴시스] 페이버. 2022.05.06. (사진 = EMA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페이버. 2022.05.06. (사진 = EMA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전 EP가 전자음악적 요소가 많았다면 이번엔 기타와 밴드 사운드가 주를 이룹니다.

"재작년에 EP를 처음 발매했을 때보다 스타일이 바뀌고 있는 거 같아요. 예전엔 일렉트로닉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면, 이제 더 듣기 편안한 리얼 사운드, 리얼 악기를 많이 사용하는 음악을 내보고 싶었어요. 그런 스타일적 테마를 잡고 준비했습니다."

-스타일이 변화된 계기가 있었나요?

"데뷔 초반에는 그래도 색깔을 강하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어 특이한 곡을 썼어요. 소위 말하는 전자음악만의 느낌은 아니었어요. 기타에 목소리만 얹는 곡도 있었죠. 이번엔 세 번째 EP니까 대중적인 느낌을 살리면서도 기존 제 색깔을 섞을 수 있는 곡들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더 오래 노래할 수 있는 색깔을 고민한 것이기도 해요."

-학창 시절에 주로 어떤 음악을 들었나요?

"정말 다양하게 들었어요. 록 밴드, 팝…. 지금보다는 팝 디바 분들의 음악을 들었죠. 요즘엔 속삭이면서 편안하게 말하듯이 노래하는 스타일 많은데 예전엔 성량이 대단한 디바분들이 많았잖아요.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비욘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그런데 이제 곡을 쓰다 보니까 제가 곡을 쓰는 스타일 때문인지 그런 창법을 사용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불렀던 것과 지금 만든 것이 많이 다른가요?

[서울=뉴시스] 페이버. 2022.05.06. (사진 = EMA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페이버. 2022.05.06. (사진 = EMA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저는 가사랑 멜로디를 같이 쓰는 성향이 강해요. 그러다보니 말하듯이 부르게 되는 곡들이 많죠. 사람의 성격에 따라 곡들을 쓰게 되는데, 제가 원래 시끄럽고 파워풀한 느낌의 사람이 아니라 성격대로 곡이 나오는 거 같기도 해요. 어느 순간부터 제가 잘하는 스타일이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서울대 사학과에 재학 중이세요.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음악 만드는 데 도움이 되나요?

"해야 하는 일이 있는 상태에서 곡을 쓰는 게 탈출구 같은 느낌이 있어요. 음악을 더 열정적으로 좋아하게 하는 영향도 있죠. 음악만 했으면 '이렇게 곡을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 보통 일상에서 생각하는 자연스런 것도 쓸 수 있어요. 물론 두 가지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있기는 하지만요. 그리고 당연히 역사는 사실 기반의 이야기를 다루잖아요. 곡에 제가 역사적 사실을 쓰진 않지만 종종 포인트가 되기는 해요. 역사적 예술작품 관련 영향을 받는 식이죠. 물론 직접적으로 담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워낙 다양한 장르를 들으시는데 음악도 다양한 장르를 창작하십니다. 개인 EP 외에 하우스 EP도 1장 내셨잖아요.

"워낙 다양하게 듣는 걸 좋아해요. 기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팝이죠. 힙합, 록, 일렉트로닉 등 다른 장르의 특징을 가지고 와서 녹여내는 게 팝이거든요. 그런데 팝이라는 장르가 아무래도 영어랑 많이 연결지어서 생각 할수밖에 없죠. 그러니 한국어로 팝을 할 때는 자연스레 느낌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제가 하는 음악이 아이돌 K팝은 아니지만 한국인이 하는 팝의 또 다른 느낌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이미 K팝의 하나인 거 같아요. 유튜브 영상에 영어 댓글이 많더라고요.

"그런 반응의 이유는 하나가 아닐 거예요. 우선 제가 언어를 자유자재로 써서 그런 거 같아요. 아울러 K팝, K R&B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늘어나서인 거 같기도 하고요."

[서울=뉴시스] 페이버. 2022.05.06. (사진 = EMA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페이버. 2022.05.06. (사진 = EMA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주제를 정해놓고 작업했나요?

"장르를 정해놓고 곡을 모으기는 했는데, 네 곡의 장르도 한 가지라고 하기는 어려워요. 기타를 많이 활용하고 싶었고, 리얼 드럼이랑 리얼 기타 사운드를 쓰겠다는 생각은 있었죠. 신나거나 세련된 느낌을 배제하지는 않았어요. (페이버는 작년엔 얼터너티브 록 밴드 '애프터소우츠(Afterthoughts)'를 결성했다.)

-노랫말은 섬세하지만 절제됐고 담백합니다.

"'사라져줘'와 '흘려보내기로 해요' 같이 한국어로 가사를 쓸 때는 담백하게 쓰려고 노력해요. OTT 등을 통해 영상물을 많이 보는데 영어든 한국어든 모두 자막을 켜놓고 봅니다. 그렇게 언어 감각을 익혀요. 섬세하면서도 너무 지나치게 자세하거나 적나라하게 쓰지 않으려고 하죠. 아무래도 한국어로 가사를 쓸 땐, 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죠. 모국어니까 평소 말할 때도 쓰는 언어인데, 그것과는 다른 느낌을 내고 싶거든요. 그러면서도 너무 억지스럽지는 않았으면 하고요. 노랫말을 쓰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어떤 기억이든 미화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죠. 적은 단어로 어떻게 하면 섬세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해요."

-사운드나 노랫말이나 균형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거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다양하거나 파워풀해도 저라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음악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만드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곡을 만들어야 하죠."

-'홀드 댓 소우트'는 그건 부분이 가장 잘 부합하는 앨범 같아요.

[서울=뉴시스] 페이버. 2022.05.06. (사진 = EMA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페이버. 2022.05.06. (사진 = EMA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제가 '억지로 힙하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런 느낌을 내려고 했죠. 평소 기타 하나로만 곡을 스케치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특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자연스런 곡들을 보여주면서 제 색깔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죠. 그렇다고 앞으로 일렉트로닉한 곡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에요."

-슬슬 정규 앨범을 생각하실 때도 된 거 같아요.

"정규음반을 너무 성급하게 내고 싶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정규는 곡수가 늘어나는 만큼 한곡 한곡 허투루 만들고 싶지도 않아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보여드린 색깔이 다 들어가지 않을까 해요. 그 곡들이 어떻게 어울릴 지가 관건이죠. 작업이 재밌을 거 같기는 해요. 항상 재밌게 해왔지만요."

-이번 앨범을 완성한 뒤 작업을 돌이켜봤을 때 변화한 지점이 있을까요?

"곡을 빨리 만들긴 했지만, 이번 EP는 전 EP보다 오래 작업을 했어요. 다른 걸 시도했다고 해서 '엉성한 느낌'이 나지 않았으면 했고 균형 감각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죠. 예전엔 비트 자체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엔 그것도 열심히 하면서 사운드를 더 점검했어요. 마스터링도 미국에 맡기고요. 트랙이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비우면서 더 듣기 좋을 수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덜어내고 또 덜어냈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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