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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한민 "흥행보다는 이 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중요했다"

등록 2022.07.22 0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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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인터뷰

2014년 1761만명 본 '명량'의 후속작

"나는 이순신의 마력에 빠져버렸다"

"더 깊은 곳에 있는 이순신 표현해"

"절제하되 에너지 느껴지는 이순신"

51분 해전 장면 물 한 방울도 안 써

"한국영화 퀄리티 높인 작업" 자평

"의(義)를 한국인 DNA 각인한 인물"

[인터뷰]김한민 "흥행보다는 이 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중요했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자그마치 10년. 김한민(53) 감독은 '이순신 3부작'에 세월을 바쳤다. 그는 2011년 '최종병기 활'(748만명)을 끝낸 뒤 '명량' 작업에 들어갔다. 2014년에 내놓은 '명량'은 1761만명이 봤다. 국내 박스오피스 역대 1위 기록을 세웠다. '명량' 성공 이후 김 감독은 이순신에 더 몰입했다. '명량'에서 멈추지 않고, 두 편을 더 만들어 이순신 영화 3부작을 완성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순신이라는 마력에 계속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영화 두 편을 더 만들었다. 한산도 해전을 담은 '한산:용의 출현'과 노량 해전을 그린 '노량:죽음의 바다'다.

'명량' 이후 8년, 김 감독이 드디어 '한산:용의 출현'(7월27일 개봉)을 내놓는다. 개봉을 앞둔 21일 김 감독을 만났다. 그는 "시간이 훌쩍 갔다"고 했다. 그런 김 감독에게 이순신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10년을 달려올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대번에 "이순신이 곧 원동력"이라고 했다. "'난중일기'를 습관적으로 읽었습니다. 그걸 읽으면 희한하게 마음이 편해지고 잠도 잘 와요. 이 책을 보다보면 이분에게는 매력을 넘어서는 마력이 있어요. 그런 분을 어떤 식으로든 더 표현하고 싶었던 겁니다."

2014년 '명량'은 흥행 광풍을 몰고 왔다. 1000만 관객을 넘어서는 데 단 12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나서 761만명이 더 봤다. 김 감독은 이 영광스러운 기록을 가지고 이순신에서 손을 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순신을 더 붙잡았다. 사실 '명량' 촬영 직후 이미 '한산:용의 출현' 시나리오는 나와 있었다. '명량'이 흥행에 성공한 뒤 그는 자문했다고 한다. '이순신 영화가 더 필요한가.' 그는 관객 역시 '한산'과 '노량'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써놨던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다. 그는 "내게도 이순신 영화를 또 만드는 데 더 분명한 의미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더 깊은 곳에 있는 이순신의 모습을 다루는 게 목표였죠. 그러려면 3부작이 돼야 했어요. 흥행에 대한 부담 또는 강박보다도 이 영화가 현재 우리들에게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명량' 때는 맨땅에 헤딩하듯 했다면, 이번엔 차분하게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뷰]김한민 "흥행보다는 이 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중요했다"


'한산:용의 출현'의 분위기는 '명량'과 꽤나 다르다. '명량'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건 최민식이었다. 김 감독은 이 영화에서 불같은 이순신을 그렸다. 불굴의 의지로 불가능할 것만 같던 역전승을 해내는 용장(勇將) 이순신을 담았다. 그래서 가장 뜨거운 기운을 내뿜는 배우 최민식이 필요했다. 영화 역시 뜨거웠다. '한산:용의 출현'은 다르다. 이 영화가 그리는 한산도 해전은 1592년에 벌어진 전투로 명량 해전 7년 전 일을 다룬다. 우선 이순신이 젊다. 그리고 이순신이 가진 지장(知將)으로서 면모를 그린다. 비교하자면 물 같은 이순신이다. 영화는 여름이 배경이지만 차분하고 절제돼 있다. 그래서 차가운 배우 박해일과 손잡았다.

"무인이면서 선비와도 같은 이순신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전략가로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박해일씨와 연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연기해보자고 얘기했어요. 절제하되 에너지를 머금은 모습으로요. 외유내강형이라는 거죠. 실제로 기록을 보면 이순신 장군은 말수가 적고 감정 표현이 적다고 나옵니다."

김 감독은 '한산:용의 출현'을 완성하기 위해 거북선을 실제 크기로 제작하는 아날로그적인 방식과 함께 최첨단 영화기술들을 적극 끌어들였다. 약 3000평 규모 실내 스케이트장에 그린 매트를 두르고 각종 배 모형을 만들어 가져다놓고 해상 전투 장면을 찍었다. VFX(Visual Effects)와 각종 특수효과에다가 VP(Virtual Production)라는 사전 시각화 기술도 도입했다. 해상전투영화를 만들면서 바다에서는 한 컷도 찍지 않았고, 물 한 방울도 쓰지 않았다. 촬영의 기술적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후반 작업에 공을 들였다. 그렇게 한국영화사에서 전례가 없는 51분간의 해상 전투 장면이 완성됐다. '한산:용의 출현'의 각종 전투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이미지 등의 이물감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김 감독은 "70%의 성공과 30%의 실패가 있는 장면"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했다. 그는 "어떤 영화도 이런 시도는 하지 않았다. 이런 시도를 통해 한국영화계가 발전하고 영화의 퀄리티가 높아질 것이다. 이제 그만큼 프리 프로덕션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인터뷰]김한민 "흥행보다는 이 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중요했다"


'한산:용의 출현'은 조선과 왜의 싸움을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으로 표현한다. 이것은 흔히 얘기하는 이른바 '국뽕'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프레임일 수 있다. 그러나 이건 김 감독의 진심이기도 하다. 이순신을 공부하다보면 그의 삶이 의를 실천하는 과정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의라는 개념을 관념적인 화두로 남겨두는 게 아니라 직접 실천한 인물이 이순신이고, 이순신은 문인이 아닌 무인으로서 군자의 상을 보여준 매우 독특하고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게 김 감독의 이순신 해석이었다. 그래서 의라는 가치가 이번 영화에서 그만큼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을 통해서 '의'라는 개념이 한국인의 DNA에 각인됐다고 봐요. 이 의는 쭉 이어져내려와서 한국 근현대사의 역동성으로 이어집니다. 말하자면 이순신의 의가 대한민국을 이뤄낸 겁니다. 이순신이 의의 원조인 거죠."

김 감독은 내년에 '노량:죽음의 바다'도 공개한다. 그러나 그의 이순신 프로젝트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 김 감독은 이순신에 관한 드라마를 만들 거라고 한다. 드라마로는 이순신을 중심으로 임진왜란의 정치·외교사적 의미를 담아내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이순신 드라마는 이미 작업에 들어갔다. 다만 아직 어떤 플랫폼을 통해 공개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과 손잡고 이순신 드라마를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했다. "이순신 장군은 국제적으로 평가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며 "전 세계인이 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순신 영화를 10년 넘는 시간을 들여 만들고 있는데도 꿈에서라도 한 번 이순신 장군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만약에 이순신 장군을 만난다면 일단 큰 절을 세 번 하고 이렇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장군님께 누가 되지는 않았냐고, 장군님의 본질을 잘못 건드린 건 아니냐고 여쭤보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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