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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김주환·김민희, 좋은 재즈보컬의 조건

등록 2022.10.2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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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일 마포아트센터서 '보컬리스트' 릴레이 공연

마포문화재단 '재즈 리부트' 2번째 시리즈

[서울=뉴시스] 김민희, 김주환, 이부영. 2022.10.23.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민희, 김주환, 이부영. 2022.10.23.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재즈 뮤지션들 중에서도 재즈 보컬은 유독 자기 세계를 강하게 인식한다. 단순히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보컬이 왜 좋은지와 어떻게 좋은지를 성찰하는 본인들의 요구에 스스로 화답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체 구조와 몸상태 그리고 취향에 따라 보컬의 색깔이 결정되니, 스스로를 톺아보는 게 당연하다. 

최근 서울마포음악창작소에서 만난 재즈 보컬 김민희는 "자신이 가진 소리를 어떻게 해야 좋게 낼 수 있는지 늘 연구하는 사람이 좋은 재즈 보컬"이라고 정의했다.

그 연구 방법은 스스로에게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본인이 어떤 몸을 갖고 있는지, 평소에 어떤 자세로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 성격을 잘 아는 것도 필수다. "각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음악의 옷'을 입었을 때 '아니구나'라는 판단도 빨리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민희는 "노래만 잘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알아야 하죠. 무엇을 좋아하는지도요. 제가 레슨을 하는 학생들에게 운동도 많이 하라고 주문해요. 노래는 성대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몸의 구석구석 근육을 알아야 더 좋은 자세로 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자신을 알고 정의를 내리는 사람이 좋은 보컬이라고 생각해요."

김민희의 이야기가 맞다. '좋은 보컬'은 사실 객관적일 수가 없다. 재즈 보컬이 100명이라고 할 때, 각자 자신에 대해 잘 알면 좋은 재즈 보컬도 100명이 나올 수 있다. 

재즈보컬 김주환 역시 "좋은 보컬은 자신이 어떤 음악을 하느냐에 따라 지향점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관적인 철학 속에서 "테크닉적으로 막히지 않아야 좋은 보컬"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야 머릿속에 들어있는 감성을 오롯히 표현할 수 있거든요. 테크닉에 밀리지 않되 절제미도 있어야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절제하는 게 중요해요. 어떤 예술을 보더라도 단순하고 절제를 해야 세련미가 있잖아요. 근데 그게 쉽지가 않죠."
[서울=뉴시스] 이부영. 2022.10.22.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부영. 2022.10.22.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재즈보컬 이부영은 김민희와 김주환의 의견에 "100%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좋은 보컬은 끊임없이 고찰을 하고 연구해야 해요. 그래야 구석자리라도 실력이 늘어난다"고 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음대 등에서 공부하다 2006년 귀국한 이부영은 처음에 국내 재즈 신(scene)에서 '톤'(Tone·음색)을 이야기하는 것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이전까지 자신에게 톤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계속 고뇌하고 지속적으로 고찰한 끝에 보컬 톤이 중요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국내 재즈 보컬을 대표하는 김주환, 김민희, 이부영이 릴레이 무대를 선보인다. 마포문화재단이 오는 28~29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선보이는 '보컬리스트(VOCALIST)'를 통해서다. 재즈 신의 활성화에 힘이 되고 있는 마포아트센터 '재즈 리부트(JAZZ REBOOT)의 두 번째 시리즈다.

올해 3월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의 '재즈 보컬음반' 후보에 '마이 퍼니 밸런타인 김주환 싱스 리처드 로저스 송북', 골든 스윙 밴드 '골든 룰스(Golden Rules)', '러브, 라이크 어 송(Love, like a song)으로 각각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한 김주환, 김민희, 이부영은 음악적 지향점도 비슷하다.

이들보다 기교적으로 뛰어난 보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세 보컬 앞에서 유독 재즈 팬들은 서성인다. 잘 훈련된 보컬이 정련된 톤과 정확한 기교로 명쾌한 음들을 실어 나른다. 청자를 사로잡는 건 화려한 기교로 무장한 노래가 아니라 온 몸이 악기인 걸 알고 스스로 노력하고 연구하는 혼신의 노래라는 걸 증명하는 보컬들이다. '사유하는 보컬 감각'의 명백함이다. 세 보컬이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지만, 그동안 각자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까닭이다.
[서울=뉴시스] 김주환. 2022.10.22.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주환. 2022.10.22.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식 정통 재즈 스탠더드의 진수를 보여주는 김주환은 국내 드문 남성 재즈보컬이다. 최근 정규 10집 '캔디(Candy)'를 발매한 그는 '메모리즈 오브 냇 킹 콜 트리오(Memories Of Nat King Cole Trio)'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음반을 중심으로 28일 오후 8시 무대를 책임진다.

위대한 보컬 겸 피아니스트인 재즈 거장 냇 킹 콜에게 헌정하는 앨범을 갖고, 신사적이고 우아한 남성 재즈보컬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의 재즈 명곡들도 들려준다.

김주환은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맞았고, 올해 10번째 앨범을 냈다. 그는 "데뷔 10년을 넘어가면서부터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할 지 알게 됐다"고 했다. "이전까지는 힘들었거든요. 더 멋진 스윙을 하고 싶은데 안 돼서요. 쉬지 않고 열심히 하다보니 한 단계 성장한 걸 몸소 느꼈고, 이번 공연에 가장 좋은 몸상태로 임할 수 있게 됐죠. 제 정점이지 않을까 하는데 이번 음반과 공연은 그 만큼 자신감이 있어요."

업계에서 김주환에게 다들 놀라는 점은 거의 쉬지 않고 음반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옆에서 이를 지켜본 김민희와 이부영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주환은 "목적이 분명해서 가능하다"고 웃었다. "죽기 전에 재즈 스탠더드 500곡을 녹음하는 게 꿈이에요. 그걸 해야 대가의 반열에 오른다고 확신해요. 사실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싶은데 그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동양 뮤지션이 500곡 재즈 스탠더드를 녹음 했다고 하면, 나중에 조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미친듯 녹음하고 있습니다. 하하."

정통 스윙을 연주하는 '골든스윙밴드'의 메인보컬로도 유명한 김민희는 따뜻한 음색과 담백한 톤으로 재즈 팬을 보유하고 있다. 29일 오후 5시 여는 공연에서는 기타, 베이스, 트럼펫 편성으로 어쿠스틱 기반의 재즈 스탠더드를 선보인다. 네덜란드 출신 트럼페터 윱 반 라인이 게스트로 나선다.
[서울=뉴시스] 김민희. 2022.10.22.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민희. 2022.10.22.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처음엔 1000석가량의 큰 공연장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을 채워야 한다는 것에 부담도 느꼈다고 김민희는 털어놨다. "드럼 없이 이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사운드가 전달이 될까, 관객분들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곧 기회라고 여겼다.

골든스윙밴드 보컬이 아닌,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김민희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무대 위에선 그렇지 않지만 무대를 준비하기까지 부담을 많이 받고 강박이 심한 편이에요. 전 엄청나게 준비를 해서 무대에 올라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무대가 없는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그 강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감사한 일이구나는 걸 깨달았어요."

김민희는 또 다른 재즈 보컬들인 말로, 박라온, 강윤미와 함께 4인조 여성 보컬 팀 '카리나 네뷸라(Carina Nebula)'를 결성해 활동 중이기도 하다. "재즈 보컬 네명이 함께 하는데 합창 느낌은 아니잖아요. 서로의 목소리를 유지하면서 좋은 소리를 찾고 좋은 음정을 찾아가면서, 뮤지션으로서 성장하고 있어요. 저도 요즘 컨디션이 좋아요. 실력이 늘어난 거 같아요."

'인상주의 보컬리스트'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이부영은 29일 오후 7시30분 콰르텟 구성으로 '러브, 라이크 어 송(Love, like a Song)'을 펼친다. 2016년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정규 4집 '리틀 스타'로 '최우수 재즈보컬 음반'을 수상한 그녀는 이번 공연에서 피아노·기타·클라리넷 편성에 조화가 된 허스키한 중저음을 들려준다.

이부영은 최근 개인적으로 즐겁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이전까지는 즐기지 못하고 너무 고뇌했어요. 그런데 '러브, 라이크 송(Love, like a song)'(작년 11월에 발매한 정규 6집)을 작업하면서 곡을 쓰고 편곡하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작업이 잘 됐거든요. 그 전까지는 동굴을 파고 들어가 무겁게 작업했습니다. (5집인) '송 오브 미셸 르그랑'까지 감당한 무겁고 고뇌의 시간을 잘 보내준 뒤에 희망이 찾아왔죠."
[서울=뉴시스] 김민희, 김주환, 이부영. 2022.10.23.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민희, 김주환, 이부영. 2022.10.23. (사진 = 마포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세 공연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김주환 무대의 2부에 드럼이 잠깐 사용될 뿐 '드럼리스(Drum-less)'가 주된 콘셉트라는 점이다. 콘서트를 마포문화재단과 함께 제작한 재즈 브릿지 컴퍼니 김현종 프로듀서는 "보컬이 돋보이는 편성이자, 보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귀띔했다.

재즈 공연은 사실 많다. 각종 클럽에서 재즈 공연이 열리고, 전국 축제 곳곳에 재즈 편성의 무대가 선보인다. 그런데 '재즈 리부트'처럼 큰 공연장에서 제대로 된 기획과 함께 여는 재즈 공연은 드물다. 세 보컬은 "마포문화재단이 사랑스러울 정도로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우리 일상 어디에나 재즈가 울려 퍼지는데, 더 많은 이들이 재즈를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사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에 서 있는 재즈 장르는 클래식·국악과 비교해 국가적인 지원이 적고, 민간 영역에서 날 것으로 경쟁하기엔 다른 대중음악 장르에 비해 상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꾸준히 이 신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재즈 뮤지션들은 근성과 함께 자부심을 인정 받는다.

"응원·서포트가 약하더라도 '나야' 하면서 노래할 수 있는 이들이 재즈 보컬이죠. 그래서 자존심이 강하고 멋있다고 생각해요."(김주환·김민희·이부영)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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