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공정위 강제조사권에 엇갈린 시선…"제도화 필요" vs "부작용 우려"

등록 2025.12.13 09:00:00수정 2025.12.13 09:24: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李 대통령, 법제처에 "강제조사권 검토" 지시

강제조사권 도입시 조사 개시·檢 관계 등 변화

"이미 강제성 상당"…행정영장·제출명령 거론

檢과 관계설정 우려…영장 일괄 도입도 '부담'

"영장 단계서 과한 특정 요구시 위축 가능성"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주요 정책방향과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2025.11.2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주요 정책방향과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2025.11.2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법제처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강제조사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하면서, 강제조사권 도입될 경우 이어질 변화에 관심이 모인다.

공정위의 강제조사권 도입 여부를 두고 학계에서는 이미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강제성을 띠는 만큼,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공정위 내부에서는 강제조사권이 도입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법제처에 "경제제재를 통한 처벌을 현실화하기 위해 강제조사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공정위 조사는 법적으로 임의조사를 원칙으로 한다. 수사기관처럼 영장에 따른 압수수색 권한은 없고, 조사 대상자의 협조를 전제로 자료를 제출받는 방식이 기본이다.

공정위에 강제조사권이 도입될 경우 가장 먼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단계는 조사 개시 단계다.

현재 공정위는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되면 압수나 수색 영장을 발부 받지 않고 조사공문을 발급한 뒤 현장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조사 대상과 범위가 비교적 포괄적으로 설정되고, 조사 과정에서 추가 자료 확보를 통해 쟁점이 구체화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반면 영장을 동반한 강제조사 체계에서는 조사에 착수하기 전부터 강한 특정성이 요구된다.

조사 대상자, 조사 범위, 조사 목적을 사전에 정리하고, 이를 근거로 강제조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이미 조사 공문에 조사 목적과 기간 등을 기재해야 하고, 조사 대상은 조사 범위를 벗어난 조사에 대해 거부할 수 있지만 영장에 비해서 더 유연한 것이 현실이다.

강제조사권이 도입될 경우 영장을 발부 받기 위해 영장 신청 전까지 내부 검토가 보다 신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가 '집단휴진 강요혐의'와 관련 현장조사를 위해 의협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4.06.20.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가 '집단휴진 강요혐의'와 관련 현장조사를 위해 의협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4.06.20. [email protected]

자료 확보 방식 역시 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임의조사 체계에서는 조사 대상자가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조사방해 문제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기본 구조는 공정위 요구에 동의한 뒤 조사 대상자가 임의로 제출하는 방식이다.

반면 강제조사권이 도입되면 조사기관이 직접 자료를 확보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조사 대상자의 협조 여부와 무관하게 자료를 확보할 수 있지만, 그만큼 조사 과정에서 절차적 적법성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툼의 성격도 달라진다. 임의조사 체계에서는 조사 범위나 자료 제출을 둘러싼 이견이 행정 절차상의 문제로 남는 경우가 많다.

강제조사 체계에서는 영장 범위, 강제처분의 적법성, 절차 위반 여부가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조사 과정 자체가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되면서, 조사 속도와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강제조사권이 특별사법경찰 구조를 전제로 도입될 경우 검찰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행정 제재 여부와 고발 여부를 자체 판단한다.

강제조사권이 도입되면 조사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의나 지휘 문제가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별관에서 정산·환불금미지급 사태 관련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2024.07.2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별관에서 정산·환불금미지급 사태 관련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2024.07.25. [email protected]



학계는 공정위 강제조사권 논의를 새로운 강제성을 도입하는 문제로 보지 않는다.

다수의 연구는 현행 임의조사 체계가 이미 상당한 강제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제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행정조사를 다룬 연구들은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뒤따르는 법적 효과에 주목한다.

조사 거부나 방해 시 과태료나 형사처벌이 예정돼 있다면, 조사 대상자의 동의는 자유로운 선택이라기보다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형식상 임의조사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강제처분에 준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는 평가다.

특히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죄 규정이 논의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조사방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이상, 공정위 조사는 이미 강제성을 전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는 조사방해죄를 넓게 해석할 경우, 동의를 전제로 하는 임의조사의 논리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받는 구조에서, 임의조사라는 개념은 형식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학계는 영장주의 또는 그에 준하는 사전 통제 장치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행정조사의 특성을 반영한 행정영장이나 자료제출명령 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형사사건에서의 영장과 구별되는 행정영장 개념을 인정하고 있다.

형사영장처럼 법 위반 사실이 있다는 상당한 이유를 인정하지 못하더라도 합리성을 입증하는 수준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법원과 행정기관에는 자료 생산 및 제공을 하도록 하는 제출명령권도 두고 있다.

압수나 수색을 대신해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강제력을 갖춘 제도다.

행정영장과 제출명령권을 도입하게 될 경우 형사영장의 강제력과, 행정조사의 유연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가 '집단휴진 강요혐의'와 관련 현장조사를 마친 후 의협 사무실을 빠져 나가고 있다. 2024.06.19.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가 '집단휴진 강요혐의'와 관련 현장조사를 마친 후 의협 사무실을 빠져 나가고 있다. 2024.06.19. [email protected]



공정위 내부에서는 강제조사권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제도 도입이 조사 현실과 조직 구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단 강제조사권 논의가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강제조사권이 영장 신청권을 의미하는지, 특사경 도입을 전제로 하는지, 아니면 일부 조사 방식 보완을 뜻하는지에 따라 제도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영장 문제 역시 현실적인 제약으로 거론된다. 헌법상 영장은 검사가 청구하도록 돼 있어, 공정위가 영장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검찰과 법원이 공정거래 사건의 경제적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과의 관계 변화도 우려 지점이다.

강제조사권 도입은 검찰과 공정위의 역할 분담, 협업 구조, 절차적 연결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는 최종적으로 전원회의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는데, 조사 단계부터 검찰발 수사 논리가 작동할 경우 위원회 중심 구조와의 정합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사 방식이 일괄적으로 바뀔 경우에 대한 부담도 제기된다.

증거 인멸 우려가 크고 신속성이 중요한 카르텔 등 사건에서는 강제조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모든 조사에 강제조사권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업계 부담 및 공정위의 조사 범위에 미칠 영향과 더불어 검찰수사권 조정을 고려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장을 통해 조사 대상과 범위가 특정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지금보다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공정위 조사는 사전에 조사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영장 단계에서 조사 범위를 지나치게 특정하도록 요구하면, 오히려 조사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비롯한 수사 체계가 대폭 바뀌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와 맞물려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