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정명훈·조성진 격렬한 만남...객석은 감동 감탄!
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 4년 만의 내한 공연

지난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정명훈이 이끄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 무대를 가졌다.(사진=빈체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시간이 숙성시킨 깊이 있고 화려한 무대. 그야말로 '레전드'였다.
지휘자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조성진, 세계 최고(古)의 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오랜시간 함께 숙성시킨 소리의 향연을 선보였다. 이들은 서로 바라보며, 눈을 마주치고, 귀를 기울이며 관객들에게 귀호강을 선사했다.
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 공연에서는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기쁨이 전해졌다.
조성진은 이날 여느 때보다도 화려하고 기교적인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보였다. 러시아 음악의 화려하면서도 짙은 애수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그에게 특별한 곡이다. 2011년 6월. 서울예고 2학년이던 조성진은 14회 차이콥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최연소로 참가, 이 곡을 연주했다. 하지만 결선 무대에서 오케스트라가 들어올 순간을 놓치는 실수를 했고, 조성진은 아쉬운 무대를 남기며 3위 입상을 했다. 어린 그에게는 아찔한 경험이었다.
조성진은 1년 후인 2012년 6월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다시 이 곡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13살때 처음 호흡을 맞춘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였다. 정명훈이 만들어낸 호의적 분위기가 무대를 가득 채웠고, 조성진은 최고의 연주를 선보였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10차례 이상 이 곡을 협연했다. 그리고 지금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과 함께 조성진이 가장 꾸준히 연주하는 곡이 됐다.

지난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정명훈이 이끄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 무대를 가졌다.(사진=빈체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정명훈의 고희(70세)에 맞춰 이뤄진 협연에서 조성진이 선보인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정명훈은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조성진을 위한 무대를 만들었고, 조성진은 명연주로 화답했다.
때로는 온 몸을 내려꽂는 듯 강렬하게, 때로는 꽃잎이 스치는 듯 여리고 섬세하게 연주를 이어가며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1악장을 마친 후 정명훈과 조성진은 서로를 바라보며 따뜻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2악장이 시작되면 아름다운 플루트와 피아노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이끈다. 조성진과 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첼로 수석이 주고받는 선율이 인상적이다. 유쾌하고 리드미컬한 러시아의 향토성이 드러나는 3악장에선 조성진의 현란한 연주과 기교가 더욱 눈부셨다.

지난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정명훈이 이끄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 무대를 가졌다.(사진=빈체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약 35분간 이어진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마무리되고, 정명훈과 조성진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관객석에서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조성진은 객석의 환호에 화답, '헨델 미뉴에트 g단조'를 앙코르로 선물했다. 그가 최근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발매한 신보 '헨델 프로젝트' 수록곡이다.
관객들의 아쉬움 속 조성진이 떠나고 2부가 이어졌다.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과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으로 관객들을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으로 이끌었다.

지난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정명훈이 이끄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 무대를 가졌다.(사진=빈체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통상 연주회의 첫 순서로 배치되는 서곡이 마지막에 연주되는 것이 이례적이다. 하지만 전곡이 '미완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선곡은 완벽하다. 어두운 b단조로 시작해 2악장으로 끝나버리는 '미완성'의 아쉬움을 C장조 '마탄의 사수'가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20년간 드레스덴과의 인연을 이어온 정명훈은 드레스덴 특유의 짙고 어두운 색을 완벽하게 이끌어냈다. 과감한 셈여림와 완벽한 균형으로 드레스덴의 응축된 에너지를 살려냈다.
드레스덴은 '마탄의 사수' 서곡에서 활짝 피어났다. '마탄의 사수'는 작곡가 베버가 1821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카펠마이스터(음악감독)였을 당시 작곡한 곡으로, 드레스덴의 대표 레퍼토리다. 연주 내내 섬세하고 묵직했던 악단은 현란하고 신나는 연주로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정명훈이 선택한 이날 연주회의 마지막 앙코르는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정명훈은 앙코르곡을 소개하며 "음악의 끝은 늘 사랑"이라고 했다. 사랑. 자신의 고희를 맞아 한국으로 날아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13살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조성진, 그리고 한국의 클래식팬들에게 보낸 정명훈의 따뜻한 화답이다.

지난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정명훈이 이끄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 무대를 가졌다.(사진=빈체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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