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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SNS 사용 연령 제한 추진…“사회적 소수 고립화” 등 반론 거세

등록 2024.10.17 10:17:35수정 2024.10.17 11: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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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LGBTQ 및 기타 소수 민족 사회적 연결 단절 부작용 우려

“비현실적” “개인 정보 숨기는 가상 사설망(VPN)으로 차단 어려워”

야당, 학부모 등 지지로 연말까지 관련법 제정 가능성도 높아

[서울=뉴시스] 생활 공간 주변이 온통 SNS로 덮혀 있는 것을 묘사한 일러스트.(출처: 위키피디아) 2024.10.1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생활 공간 주변이 온통 SNS로 덮혀 있는 것을 묘사한 일러스트.(출처: 위키피디아) 2024.10.1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호주 정부가 추진 중인 청소년 소셜미디어(SNS) 사용 연령 제한이 사회적 소수가 고립화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호주 정부는 지난달 청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SNS 사용 연령 제한 계획을 발표하고 빠르면 연내로 관련법 통과를 추진 중이다.

청소년의 SNS 중독과 해악도 적지 않아

조사에 따르면 호주 청소년의 약 97%가 평균 4개의 플랫폼에서 소셜미디어를 사용해 세계에서 가장 연결성이 높은 계층에 속한다.

청소년 서비스인 ‘리치 아웃’이 올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호주 10대 자녀를 둔 부모의 3분의 2는 자녀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2023년 시드니대 연구에 따르면 12∼17세 호주 청소년 중 약 75%가 인스타그램 등 SNS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청소년이 SNS로 음란물 등 각종 부적절한 내용의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4월엔 시드니 한 교회에서 흉기 테러를 벌인 16세 소년이 SNS를 통해 극단주의 단체 활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경각심이 높아졌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달 10일 호주 ABC 방송에 출연해 “SNS를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은 14∼16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과 상당수 학부모들도 이같은 청소년 SNS 연령 제한에 찬성하고 있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소수층의 연결 차단 맹점

문제는 이 같은 제한이 이주민, LGBTQ 및 기타 소수 민족 배경을 가진 청소년의 경우 연령 제한으로 인해 필수적인 사회적 지원에 대한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분석했다.

이 금지령으로 인해 취약 계층 청소년의 사회적 연결이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폐증이 있고 LGBTQ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고 스스로를 말하는 시드니의 14세 벤 키오코는 “소셜 미디어를 잃으면 훨씬 더 고립될 것 같다”고 말했다.

키오코는 “불안과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용을 제한당하면 이런 문제가 훨씬 더 악화되고 장기적으로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 공과대학 디지털 미디어학과 아멜리아 존스 조교수는 “이 금지 조치는 우리가 권장하는 것과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소셜 미디어에서 살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선택 사항이 아니며, 전면적인 금지가 초래할 정신건강에 대한 결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드니대학 미디어 연구원이며 온라인 안전 프로그램을 발표한 저스틴 험프리는 소셜 미디어 회사가 청소년을 더 잘 보호해야 하지만 전면적인 금지는 화면없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과 왓츠앱을 소유한 메타는 젊은 사용자를 유해한 콘텐츠와 상호작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지지하지만 연령 차단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책임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10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플랫폼 중 하나인 유투브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지만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부모가 자녀의 유투브 이용을 감독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연령 제한을 강제해도 사용자들이 자신 개인 정보를 숨기는 가상 사설망(VPN)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각 국의 SNS 규제 움직임 

지금까지 인터넷 플랫폼을 대상으로 연령 기반 금지를 시행한 국가는 없다.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 움직임은 다른 국가에서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금지했다. 프랑스는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등교 후 스마트폰 압수’ 정책을 시행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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