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쓰고 총 챙겼다" "마지막일까봐"…긴박했던 그날의 흔적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2024.12.04. [email protected]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12월 4일 0시 40분께 비상계엄이 유지된 그날 강원도 접경지에서 군 복무 중인 아들로부터 한 부모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며 "메시지에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새벽에 군장하고 유서 쓰고 총 챙겨서 시내 진지 구축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이러한 제보 내용을 다시 한번 읽은 뒤 김선호 국방부 차관에게 "이 상황을 체크 하지 못한 것이냐"라고 물었다. 김 차관은 "확인하겠다"고만 답변했다.
이는 지난 3일 비상계엄에 투입된 계엄군(특전사 707특수임무단, 제1·3공수특전여단, 수방사 군사경찰특임대)이 아닌 일반 부대의 군인으로 윗선의 지시를 받고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비상 계엄 사태로 한밤 중 군장과 유서를 썼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군인아들을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부모들의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사병들에게 유서 쓰도록 했다는 말에 너무 화가 난다" "계엄 사태 이후에 아들과 연락 후에 한숨 돌렸지만 아직도 불안하다" "아직도 그날의 긴박한 시간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상계엄 당일 군인 아들과 아버지의 통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한 아버지가 군복무 중인 아들과 통화한 내역이 담긴 음성파일이 첨부됐다. 이 음성파일은 군인 아들을 둔 아버지 A씨가 지난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것이다.
A씨는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보도를 접한 뒤 전방부대의 소대장으로 있는 아들에게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 1시간가량 전화를 받지 않았던 아들은 4일 자정 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2024.12.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A씨가 "비상계엄 내렸다"고 답하자 아들은 "아 무슨 도발이에요?"라고 되물었고, A 씨는 "도발 아니야. 그냥 대통령이 내린 거야"라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잘 들어라. (북한) 도발 아니다. 대통령이 그냥 내린 것"이라며 "네 목숨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민간인을 공격하거나 살상하는 행위를 하면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아들이 걱정됐던 A씨는 목이 잠긴 채 당부를 이어갔다. 그는 "소대원들 잘 지키고, 네 목숨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다"라며 "너는 계엄 때 군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지 않느냐. 무엇보다 네 목숨 잘 챙기고 절대 민간인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A씨는 아들과의 마지막 통화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음성녹음을 했다고 전했다.
녹취록을 들은 누리꾼들은 "계속 눈물이 흐른다", "아버지의 간절한 목소리에 울먹이며 다짐하는 아들이라니", "2024년에 우리가 왜 이런 통화를 듣고 있어야 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