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또 마땅히 해내야 할 전여빈
영화 '검은 수녀들'서 미카엘라 수녀 맡아
영(靈) 보는 능력 타고난 수녀이자 의사로
"오컬트이지만 진짜 나를 알아가는 얘기"
"송혜교와 말하지 않아도 신뢰 느껴졌다"
![[인터뷰]또 마땅히 해내야 할 전여빈](https://img1.newsis.com/2025/01/22/NISI20250122_0001756204_web.jpg?rnd=20250122142457)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우리가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배우 전여빈(36)은 송혜교와 연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영화 '검은 수녀들'(1월24일 공개)에서 처음 만났다. 시상식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던 이들은 마치 알고 지낸 사이처럼 급격히 가까워졌다고 한다. 전여빈은 이 관계를 "흔치 않은 경우이고 큰 운이 있어야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선배님이 현장에 우직하게 있는 모습이 마치 나무 같았습니다. 그 나무가 만든 그늘에서 쉴 수 있었어요. 그렇게 해주니까 선배님이 연기한 유니아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제게 짙어져 오더라고요. 송혜교 선배님은 사람을 망설임 없이 사랑해주는 분 같았어요. 그래서 좋은 케미스트리가 만들어졌다고 봐요. 선배님께 감사합니다."
'검은 수녀들'은 2014년에 나온 '검은 사제들'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검은 사제들'은 한국영화계에 오컬트를 안착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연히 '검은 수녀들'도 오컬트 영화다. 다만 장르적 재미 못지 않게 서사에도 공을 들인다.
영화는 부마자(악령이 깃든 사람)가 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격도 없고 허락도 받지 못한 유니아 수녀(송혜교)가 악령의 존재를 애써 외면하며 의학만 믿으려 하는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와 함께 구마 의식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스토리 안에는 교단에서 능력을 인정 받지 못하고 무시 받는 여성, 귀태(鬼胎)라는 멸칭 탓에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또 다른 여성의 연대가 있다.
"연기하면서 선배님 눈을 봤는데 울컥했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죠. 그런데 선배님께서도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이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 아주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배우로서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상대를 신뢰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으니까요."
![[인터뷰]또 마땅히 해내야 할 전여빈](https://img1.newsis.com/2025/01/22/NISI20250122_0001756207_web.jpg?rnd=20250122142552)
전여빈이 연기한 미카엘라는 영(靈)을 보는 능력을 타고난 여자다. 그러나 귀신이 씌인 운명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어진 삶에서 벗아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이기도 한 바오로 신부(이진욱)를 만나 치료를 받게 되고 자신 역시 의사의 길을 걸으면서 자기 실체를 부정한다. 그러다가 유니아 수녀에게 그 능력을 들키고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딘다. 전여빈은 미카엘라를 "진짜 나와 마주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미카엘라 관점에서 보면 '검은 수녀들'은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자신을 넘어선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달려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오컬트 장르에 속하지만 그 안에 용기가 보이고 사랑이 보여요. 그리고 연대가 있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마음을 다잡을 때 보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전여빈은 작년 말에 선보인 '하얼빈'을 얘기했다. "더 나은 내일을 도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게 '검은 수녀들'과 '하얼빈'을 관통하는 얘기인 것 같네요."
전여빈의 데뷔작은 사실상 2017년에 나온 '죄 많은 소녀'다. 이후 영화 '낙원의 밤'(2021) '거미집'(2023),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 '빈센조'(2021) '글리치'(2022) 등을 통해 단기간에 주연 배우로 올라섰다. 그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전여빈만이 가진 특유의 에너지 덕분일 것이다. 그는 '검은 수녀들'에서도 힘을 뿜어내는 듯한 연기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전여빈은 "연기엔 언제나 부담감이 있지만, 마땅히 잘해내야만 한다는 마음으로 배우 생활을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제게 연기 노하우 같은 건 없습니다. 모든 노력을 다 쏟아내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일 뿐입니다. 목표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 당장 제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 뿐이죠.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가 제게 왔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 삶에 매순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최선을 다해서 더 풍요로운 얼굴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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