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협에 각국, 미국 배제한 경제 블럭 결성"-NYT
세계 최대 시장이자 가장 강력한 미국 경제 외면 못해도
일시 회피는 가능…"교역은 바위 피해 흐르는 물과 같아"
![[카잔=AP/뉴시스]지난해 10월24일(현지시각)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자료사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과 반대로 전세계 각국이 교역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5.2.4](https://img1.newsis.com/2024/10/24/NISI20241024_0001582583_web.jpg?rnd=20250107060023)
[카잔=AP/뉴시스]지난해 10월24일(현지시각)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자료사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과 반대로 전세계 각국이 교역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5.2.4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화함에 따라 전 세계 교역이 미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2달 동안에만 유럽연합(EU)이 3개의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지난 25년 동안 이어져온 남미 4개국과의 협상이 지난달 타결되면서 8억5000만 명이 참여하는 무역지대가 창설됐다.
2주 뒤에는 스위스와 협상을 타결했고 지난달에는 멕시코와 무역협정을 확대했다. 말레이시아와는 13년 동안 유보했던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재개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옌 EU 집행위원장은 다보스 포럼에서 EU의 무역협정 체결에 대해 “유럽은 겉과 속이 다르지 않다. 규칙을 준수한다. 우리와 거래에는 이면이 없다”고 자랑했다.
지난 1일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관세 부과를 발표한 트럼프가 유럽이 다음 차례라고 위협했다.
전 세계 최대 시장과 가장 강력한 경제를 가진 미국을 무시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일시적으로는 회피할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미국을 배제한 경제 블록 형성을 촉진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가 브릭스(BRICS)에 1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BRICS 회원국은 전 세계 인구 절반을 차지하며 전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한다. 추가로 볼리비아, 태국, 카자흐스탄, 우간다 등 8개국이 정규 회원국으로 가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들이 걸프협력기구(GCC) 6개 회원국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 주최국인 말레이시아가 중국을 초청했다.
중국은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을 개정할 태세다. ASEAN과 세계 최대 인구 국가 인도 사이의 교역과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영국도 지난달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으로 구성된 환태평양무역블럭에 공식 가입했다. 영국은 EU 탈퇴로 퇴보한 경제 관계도 복원하는 중이다.
브라질과 멕시코도 무역협정 체결을 협상하고 있다.
벨기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야콥 키르케가르드 선임 연구원은 “세계 경제가 미국을 배제하고 교역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미국의 경제 개방 후퇴에 대비한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일방적인 보호주의 정책이 이런 경향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화의 부작용이 누적돼 왔다. 저임국가로 공장을 옮기고 농업 부문의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2008년 금융위기로 세계 금융 체제가 위기에 빠졌다.
영국은 2016년 EU의 강제 규정에 반발해 탈퇴했다. 트럼프는 1기 시절 세계무역기구(WTO), 기후협약, 환태평양무역협정에서 탈퇴했다.
중국·인도 세계 경제 흐름 바꿔
코로나 19 팬데믹 동안 공급망 혼란이 발생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동맹국들은 상호 의존을 늘려왔으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했다.
특히 아시아 각국의 상호 의존이 심화됐다. HSBC 글로벌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 교역의 60%가 역내에서 이뤄지며 가장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23년 중국의 ASEAN 회원국에 대한 수출이 대미 수출을 넘어섰다.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과 중국 사이의 교역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인도 역시 경제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2년 영국을 제치고 5번째 경제 대국이 됐다. 인도는 특히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디지털 서비스 수출을 선도하고 있다. 유럽, 호주, 일본의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에 운영기지를 두고 있다.
인도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요구를 무시하면서 경제적 독립성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과 함께 러시아 석유 최대 수입국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같은 페르시아만 국가들도 인도와 중국에 대한 석유 수출을 늘리고 있다. 아시아 각국은 전체 석유 및 천연가스 소비량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세계 교역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피터슨 연구소 키르케가르드 연구원은 미국이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하면서 세계경제 침체를 촉발했던 무역전쟁을 가리키며 “지금은 1930년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관세 공격이 “세계 교역을 끝장내기는커녕 전혀 다른 세계 교역 체제를 만들 것”이라는 것이다.
교역은 바위를 만나면 휘돌아가는 물의 흐름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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