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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계좌로 뒷돈 받았다"…금감원, 은행권 중징계 불가피

등록 2025.02.04 11:51:36수정 2025.02.04 14: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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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주요 금융지주 검사 결과 발표

우리·국민·농협은행 직원, 브로커와 손잡고 아내 계좌로 '뒷돈'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이후 발견된 부당대출 다수

우리금융 보험사 M&A 의사결정도 미흡…"리스크 심의 부족"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 부당대출 등 추가 위규사례가 담긴 정기검사 결과를 4일 발표한다.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으면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사실상 불발되는 만큼 금감원 검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5.02.03.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 부당대출 등 추가 위규사례가 담긴 정기검사 결과를 4일 발표한다.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으면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사실상 불발되는 만큼 금감원 검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5.02.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감독원이 4일 발표한 '우리·국민·농협은행 정기검사 결과'에서 드러난 시중은행의 대규모 부당대출은 사실상 은행 직원들의 '비리 복마전'에 다름 없었다.

우리은행 직원은 부당대출을 내주면서 아내 계좌로 뒷돈을 받았고,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직원도 부당대출을 취급하면서 금품·향응을 받은 정황이 발견됐다. 향후 은행들과 관련 임직원들은 중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브로커와 손잡고, 아내 계좌로 '뒷돈'

금감원은 4일 이같은 내용의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이 적발한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금액은 총 2334억원이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이 730억원이었으며, 나머지 금액은 모두 우리은행 고위 임직원들의 부당대출이었다.

특히 은행 직원들이 부당대출을 내주는 대가로 소위 '뒷돈'을 받은 정황도 발견됐다.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부행장은 대출 브로커를 부하직원이었던 우리은행 지점장에게 소개했고, 여신 17억8000만원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대출심사를 소홀히 했다. 이 과정에서 지점장은 아내의 계좌로 3800만원을 수수했다.

국민은행 영업점 팀장은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에 조력해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등 부당대출 892억원을 실행했다. 일부 대출과 관련해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정황도 확인됐다.

농협은행 지점장·팀장은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원을 취급했다. 일부 대출에 대해선 차주로부터 금품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도 발견됐다.

우리금융 보험사 M&A 의사결정 미흡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의사결정 과정이 매우 부실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관련 논의들도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금융 지주회장은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함에 따라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내규에 따르면 M&A 등 중요 경영사항 추진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고, 이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한다'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도, 이러한 중요사항이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과거 해당 금융지주가 여타 자회사를 인수할 때는 인허가 실패 시 계약금을 반환받는 조건이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은행 모두 '기업금융확대'라는 지난해 경영목표를 수립했지만, 은행은 지난해 3분기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방어를 위해 이사회 보고・논의 없이 기업대출 감축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KPI를 수정했다.

또 우리은행은 고위험 부실채권(NPL)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자본금 200억원)에 계열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특수목적회사(SPC)가 발행한 NPL 후순위채권 등을 담보로 약 3500억원의 대출을 취급했다.

계열사는 해당 대출자금으로 NPL 등을 추가 매입하고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다시 대출을 받는 순환 구조를 통해 외형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우리금융그룹의 신용리스크와 부실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다.

또한 우리은행 파생상품 딜러(프런트)는 H지수 급락으로 파생장부상 손실이 확대되자, 내부 손실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평가데이터 입력값(변동성값)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기도 했다. 이런 방법으로 손실 누적액(약 1000억원)을 장기간 숨겼다.

국민銀, 자회사 우회 지원…농협銀도 대주주 부당 지원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등 해외 자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결정시 송금일 당일 아침에 이사회에 자금 송금 필요성만 우선 보고해 자금지원을 사실상 미리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그날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사후적으로 개최해 국가별 익스포져 한도를 상향하고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해외로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관리위원회 차원의 검토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해외 자회사가 소재한 국가는 2개월 전에 내부 기준상 요주의 국가로 분류돼 국가 리스크 한도가 축소됐는데도 자금송금을 하기 위해 한도를 상향했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해외 자회사의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자회사의 부실자산을 은행이 사실상 지배하는 SPC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해당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매각대금)에 대해 지급보증 6400억원, 한도성 대출 653억원을 제공하는 등 우회적으로 자회사를 지원했다.

이로 인해 자회사의 부실채권 위험을 은행이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되면서 신용리스크와 부실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다.

금감원은 2022년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은행이 농협금융지주의 대주주 특수관계인인 소속 재단에 222억원을 지정기부하는 방식으로 대주주 목적사업을 우회 지원한 사실을 적발하고 내부통제절차 강화를 지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금감원 검사에서도 농협금융의 우회적인 대주주 및 계열사 지원 행태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다수 금융지주들은 책임준공형 사업장의 비중이 높은 계열 신탁사에서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자본비율 산출 시 관련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금융지주는 그룹 내 숨겨진 부실 위험까지 포함해 리스크를 면밀하게 측정・관리해야 하나 이에 미흡했다"며 "발견된 문제들을 모두 반영할 경우 일부 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0~20bps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검사 결과 나타난 회사별 취약점에 대해서는 향후 재점검 등을 통해 개선실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법규 위반 사항은 그 책임에 맞게 엄중 제재하는 등 검사 결과 후속 처리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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