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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산골 속 산골' 엡손 본사…40년 앞서 '세계최초' 꽃피다

등록 2025.02.06 08:00:00수정 2025.02.06 17: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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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밀' 철학…최초 시계·프린터 탄생

80년대에 손목 TV…수십년 앞선 기술

엡손, 세계 최초 기술 한데 모아

[나가노=뉴시스]일본 나가노현 스와시 엡손 본사 내에 있는 창업 기념관. (사진=이지용 기자) 2025.02.05. leejy5223@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나가노=뉴시스]일본 나가노현 스와시 엡손 본사 내에 있는 창업 기념관. (사진=이지용 기자) 2025.02.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나가노=뉴시스]이지용 기자 = 일본 도쿄에서 차량을 타고 고속도로를 3시간 달리다 보면 주위가 눈으로 가득 뒤덮인 높은 산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낸다. 고도가 해발 1000m까지 다다르자 도쿄에 비해 한껏 차가워진 공기가 느껴진다.

쏟아지는 눈발을 뚫고 도착한 이곳은 높은 산이 많아 스키로 유명한 나가노현이다.

나가노현 정중앙에 있는 스와시에는 글로벌 전자기기 기업 엡손의 본사가 자리를 잡고 있다. 스와시는 일본에서도 산골 중의 산골로 꼽힌다. 하지만 엡손은 바로 이 산골을 거점으로 시계와 프린터, 프로젝터 등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며 전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가장 작고 정확하게…'최초 역사' 한곳에

스와시에는 둘레 길이만 15.9㎞에 달하는 스와 호수가 있다. 이 호수 바로 옆에는 엡손 본사인 7층 규모의 흰색 관리동이 자리잡고 있다.

연간 평균 14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인데 비해, 본사 부지와 건물은 그닥 크거나 화려하지 않아 더 눈길을 잡는다.

이곳 관리동은 엡손 그룹의 인사와 재무를 관리하는 총 본산이다. 건물 내 사무실과 로비에는 직원들이 각종 서류들을 주고 받으며 회의하는 등 산골 마을에선 보기 힘든 장면들이 펼쳐진다.

관리동 바로 옆에는 2층짜리 엡손 기념관도 있다.

이곳은 먼 옛날 된장공장이었다. 하지만 엡손이 1942년 시계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한눈에 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목조 건물이다. 이 기념관에는 기계식 시계와 프린터 등 엡손의 '세계 최초' 기술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나가노=뉴시스]엡손 창업 기념관에 전시된 210㎝의 쿼츠 시계와 엡손이 개발한 3㎝의 시계. (사진=이지용 기자) 2025.02.05. leejy5223@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나가노=뉴시스]엡손 창업 기념관에 전시된 210㎝의 쿼츠 시계와 엡손이 개발한 3㎝의 시계. (사진=이지용 기자) 2025.02.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기념관에 들어서면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210㎝ 높이의 시계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1960년대 사용했던 수정 진동자 이용 방식의 쿼츠 시계다. 그 옆에는 엡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3㎝ 크기의 회색 시계가 있는데 초정밀 기술로 시계 크기를 대폭 줄였다.

엡손 브랜드 이름의 유래가 된 최초의 소형 디지털 프린터 'EP-101'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지금의 프린터와 달리 톱니바퀴와 선 등 내부가 훤히 드러나보이는 투박한 모양이다. 이 프린터로 뽑아낸 노란 종이에는 숫자와 알파벳들이 잔뜩 쓰여 있다. 이 프린터는 올림픽 같은 글로벌 육상 경기에서 기록을 재는데 쓰였다.

검은 화면에 0부터 9까지 '시', '분', '초'로 나눠 적힌 타이머도 눈길을 잡아 끈다.

1963년 완전 전자화한 타이머로 실제 도쿄 올림픽에서 쓰였다. 전원을 키면 숫자에 차례대로 불이 들어오고 스톱 버튼을 누르면 시, 분, 초 별로 정확한 숫자가 나온다.
[나가노=뉴시스]엡손 관계자가 소형 디지털 프린터 'EP-101'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지용 기자) 2025.02.05. leejy5223@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나가노=뉴시스]엡손 관계자가 소형 디지털 프린터 'EP-101'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지용 기자) 2025.02.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80년대에 손목 위 TV?…시대를 앞선 기술

기념관 옆 모노즈쿠리 박물관에는 시대를 수 십년 앞서 간 제품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제품은 1㎝ 크기의 초소형 자율이동로봇 '무슈'다. 귀와 눈, 더듬이가 달린 한 마리 곤충을 연상시킨다.

엡손 관계자가 무슈 앞에 빛을 쏘자 곧바로 빛을 따라 움직인다. 빛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니 곡선을 그리며 주행한다.

엡손은 로봇 개발이 본격화되기 훨씬 이전인 1993년에 이 로봇을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로봇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다.

히로시 카미조 박물관 디렉터는 "당시 무슈를 시장에 판매하진 않았지만 포토 트렌지스터 등 첨단 기술들을 홍보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말했다.
[나가노=뉴시스]엡손 관계자가 불을 비추자 1㎝ 크기의 초소형 자율이동로봇 '무슈'가 빛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지용 기자) 2025.02.05. leejy5223@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나가노=뉴시스]엡손 관계자가 불을 비추자 1㎝ 크기의 초소형 자율이동로봇 '무슈'가 빛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지용 기자) 2025.02.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TV 워치'는 엡손이 198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TV를 시청할 수 있는 손목시계다. 평범한 손목시계처럼 보이지만 수신기를 연결하고 헤드셋을 쓰면 TV까지 볼 수 있다. AA 배터리 2개로 최대 5시간 동안 쓸 수 있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이동식 TV에 대한 의식 부족으로 40여년 전에는 판매 확대가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이동식 TV 시장이 개화하기 전이었던 만큼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이다.

이와 함께 '핸디 가라오케'라는 이름의 제품도 이목을 끌었다. 실외에서도 음악 반주와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장비로 마이크와 스피커, 볼륨조절 스위치 등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 인기를 끄는 블루투스 마이크의 원조격이다.

엡손은 이 산골마을 본사를 중심으로 지난해 매출 12조4000억원을 올렸다. 전 세계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서 32%, 프로젝터 시장에서 51%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나가노=뉴시스]엡손 모노즈쿠리 박물관에 전시된 TV 워치. (사진=이지용 기자) 2025.02.05. leejy5223@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나가노=뉴시스]엡손 모노즈쿠리 박물관에 전시된 TV 워치. (사진=이지용 기자) 2025.02.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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