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1년' 불 꺼진 대학병원 연구실…"중국 맹추격"
암 임상·신약개발 연구 등 멈춰
"중국 특히 위암분야 치고 나가"
"연구역량 10년이상 퇴보할 것"
![[서울=뉴시스] 의정 갈등이 1년간 지속되면서 암 임상 연구나 신약 개발 연구 등을 이끄는 대학병원의 연구실 불도 꺼진 지 오래다. 연구 역량 위축에 따른 임상시험 규모 축소로 환자의 새로운 치료의 기회 감소, 국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2025.02.09.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12/27/NISI20241227_0001738812_web.jpg?rnd=20241227172812)
[서울=뉴시스] 의정 갈등이 1년간 지속되면서 암 임상 연구나 신약 개발 연구 등을 이끄는 대학병원의 연구실 불도 꺼진 지 오래다. 연구 역량 위축에 따른 임상시험 규모 축소로 환자의 새로운 치료의 기회 감소, 국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2025.02.09. *재판매 및 DB 금지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은 지난해 2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당장 급한 진료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보니 연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종양내과는 암 치료와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는 데다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임상시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지만 연구 역량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종양내과는 임상시험이 업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비중이 높다. 암은 유형과 진행 양상이 매우 다양해 새로운 치료법의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가 중요해서다. 그러나 사태 장기화로 신규 암 환자 진료량이 줄면서 새로운 임상시험의 기회도 감소했다. 신규 암 환자가 줄면 잠재적인 임상시험 참여 환자 수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국내 신규 임상시험 감소의 반사이익은 신약 개발이 활발한 중국이 보고 있다.
임상 연구 역량 저하는 암 관련 학회에서의 연구 발표 감소로 나타났다. 지난달 23~25일 미국에서 열린 '위장관 암 학회(GI Asco)'에서 우리나라의 구연(구두) 발표는 줄어든 반면 중국의 구연 발표는 예년보다 많았다. 매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위장관 암 학회는 소화기 관련 암, 특히 위암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A 교수는 "위장관 암 학회에서 연구발표 중 포스터(연구결과)는 별 차이가 없었는데 구연 발표는 중국이 더 많았다"면서 "특히 위암 분야에서 중국이 치고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에 걸친 연구도 있어 우리나라의 구연 발표가 줄어든 원인이 의정갈등 때문이라고만 보긴 어렵다"면서도 "국내 학회의 경우 지난해 의정갈등과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연구 발표가 감소했다"고 했다.
의정 갈등 여파로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연구 활동도 크게 위축됐다. 대한영상의학회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39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된 '정기학술대회'에서 국내 참가자들이 발표한 논문 초록(연구 배경과 목표를 간결하게 요약한 글)은 총 331편으로 전년 대비 약 39% 감소했다. 반면 해외 참가자들이 발표한 초록 편수는 2023년 364편에서 지난해 464편으로 100편 증가했다.
![[서울=뉴시스]의정 갈등의 여파로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연구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대한영상의학회 제공) 2024.10.22.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10/22/NISI20241022_0001682978_web.jpg?rnd=20241022154812)
[서울=뉴시스]의정 갈등의 여파로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연구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대한영상의학회 제공) 2024.10.22. [email protected].
응급의학과도 의정 갈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총 34편의 연구 발표가 이뤄져 전년(총 165편)의 5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지난해 구연 발표는 전년보다 약 3분의 1, 포스터 발표는 약 12분의1로 각각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암이나 신약 개발 연구 등에 할애하는 시간도 사태 전에 비해 3분의1 수준(35.7%)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조사 결과다. 과거 연구에 10시간을 썼다면 3.5시간 밖에 쓰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다.
비대위는 "연구 성과는 줄고 다른 국가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면서 "의과학 연구 역량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데 이대로 간다면 연구 역량은 10년 이상 퇴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보고서를 보면 국내 의학 분야 연구 논문 수는 세계 13위이지만, 최근 몇 년간 정체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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