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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가 그린 명화 '더키스' 속 빨간원반…정체는 무엇?

등록 2025.02.15 15:01:00수정 2025.02.15 20: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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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키스' 속 빨간원반 의학·예술적 분석

"적혈구 그려 그림 전체에 생명 불어넣어"

[서울=뉴시스]클림트의 작품 'The Kiss(키스)'. (이미지= 고려대 의료원 제공) 2025.02.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클림트의 작품 'The Kiss(키스)'. (이미지= 고려대 의료원 제공) 2025.02.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두 연인의 황홀한 사랑을 표현한 클림트의 작품 'The Kiss(키스)'에 그려진 '빨간 원반'은 혈액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세포인 '적혈구'로 작품 전체에 강렬한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는 연구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유임주 교수(BK21 의과학연구단 단장)와 고대의대 박현미, 김대현, 이화민 교수는 최근 클림트의 ‘키스’에 그려진 적혈구의 의학·예술적 분석 연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클림트가 살았던 19세기 초 의과학적 문헌을 분석하고, 클림트가 ‘키스’에 적혈구를 그린 이유를 추론했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자의 가슴과 무릎 부분에 빨간 원반 모양이 모여 있다. 이는 의사의 눈으로 보면 적혈구를 연상하게 된다. 빨간 원반들은 ‘키스’에서 적혈구가 가진 생물학적 의미와 붉은색을 통해 전달되는 심리학적 색감을 절묘하게 조합해 그림 전체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연구팀은 작품 속 적혈구의 모양을 의학적 맥락에서 분석했다. ABO혈액형의 존재를 밝힌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란트슈타이너(Landsteiner)가 쓴 논문이 1901년 오스트리아 빈 임상의학 주간지(Wien Klin Wochenschr)에 발표된다. 연구팀은 클림트와 친교를 맺고 있었던 에밀 주커칸들(Emil Zuckerkandl) 교수가 이 잡지의 편집진에 포함돼 있어 클림트와의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주커칸들 교수는 1903년 클림트의 요청에 따라 예술인들을 위한 해부학 강의를 했고, 클림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또 클림트의 서재에서 당시 독일권에서 많이 보급됐던 백과사전(Meyers Großes Konversations-Lexikon)이 있던 것을 확인했고, 백과사전에 있는 적혈구를 포함한 혈구세포의 칼라 그림을 클림트가 참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키스’의 가슴 부분에 위치한 적혈구 아랫부분을 보면 여자의 팔이 굽혀져 있는데, 그 윤곽을 보면 심장을 닮았다. 심장에 위치한 혈구 세포를 그린 것으로, 심장의 박동을 통해 생명 에너지가 여인의 육체와 막 잉태된 생명에게 전달될 뿐 아니라 그림 전체가 강렬한 에너지를 갖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여자의 무릎에 그려진 혈구 세포를 생리혈로 봤다. 생리혈은 여자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나이대임을 표현한다. 클림트는 인간 발생의 필요조건으로 생리의 의미를 그림 속에 그려 넣은 것으로 분석된다.

클림트가 ‘키스’에 적혈구를 배치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원본 작품에서 적혈구 부분을 삭제한 그림인 ‘키스, RBC knockout kiss’를 만들고, 원본과 함께 수정된 그림을 전시해 2022년 울산국제아트페어(UiAF)에 참가한 300명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관객들은 원본을 보면서 강렬함, 화려함, 생기 가득함, 아름다움, 젊은 사랑이란 단어를 생각한 반면, 수정된 그림에서는 단조로움, 고요, 생기가 없는 죽음 등을 연상했다.

유임주 교수는 “클림트의 ‘키스’는 예술과 의학이 어우러진 걸작”이라며 “이 작품은 당대 최고의 기술로부터 얻어진 과학을 예술적인 은유로 표현해 감동을 선사하고 있고 과학과 문화의 융합은 현대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s) 홈페이지에 실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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